‘시니어케어’ 주도하는 해외보험사… 국내선 규제에 ‘발동동’

신재희 2024. 5. 7.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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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미래 먹거리” 역량 총동원


주요국 대부분이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직면하면서 글로벌 보험업계는 ‘시니어케어’(요양 서비스)를 주요 미래 먹거리로 보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미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시니어케어 관련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보험사의 시니어케어 시장 진출이 규제 등에 막혀 있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日·中 보험사가 이끈 시니어케어 성장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일본에선 주요 보험사가 요양서비스업 시장을 사실상 이끄는 모습이다. 대형 손해보험그룹 솜포(SOMPO) 홀딩스가 2018년 설립한 자회사 ‘솜포케어’가 대표적이다. 재가 요양사업과 시설 요양사업 등 종합 요양서비스를 운영하는 솜포케어는 현재 시설 규모 1위, 매출 2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보험개발원은 지난 3월 ‘일본 솜포케어 사례로 바라본 요양사업 성공 요인’에서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데이터·IT기술을 활용한 효율성 향상 및 사업 영역 확장, 전국의 판매망 및 대기업 인지도 기반의 마케팅·입소율 개선 등을 꼽았다.

보험개발원은 “요양사업과 보험사업 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눈에 띈다”며 “전국 보험 판매망 인프라를 활용한 입소자 모집과 대규모 설계사 관리·교육 노하우를 활용한 인력 운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최대 생명보험사 닛폰생명도 1위 요양기업인 니치이홀딩스를 인수했다. 일본 요양시장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시니어케어 산업 전반의 질적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중국에서도 20개가 넘는 보험회사가 직접 건설이나 사업협력 방식을 통해 실버타운 사업에 진출해있다. 2010년 중국 정부는 양로서비스 공급 확대를 위해 보험회사의 실버타운 사업 진출을 허용했다. 태강보험은 12개 거점도시에서 실버타운을 운영하면서 중국 요양사업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태강보험은 특히 간병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실버타운 입주권을 부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민간의료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HG)도 헬스케어 전담 자회사 옵텀(OPTUM)을 설립해 대성공을 거뒀다. 전용 플랫폼을 통해 운동·수면·만성관리 질환 관리뿐 아니라 의료 비용과 병원 일정 관리까지 제공한다.

국내 보험사 진출은 규제에 발목


국내에서도 시니어케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는 크게 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케어 시장은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5000억원로 커져 연평균 15.6%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세는 점점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오는 2025년 20%를 넘기고 이후 2034년 30%, 2045년 40%, 2060년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의 질적 성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운영 주체는 75.7%가 개인사업자고, 이용자 30명 이하 영세 규모 시설도 60.7%에 달한다.

시장은 일본이나 중국처럼 시니어케어 산업에 민간 기업 진출과 경쟁이 활성화돼야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일부 보험사도 시니어케어 산업 진출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설립해 수도권에 요양권 3곳, 케어센터 2곳, 실버타운 1곳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1월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했으며 내년에는 경기 하남 미사 노인요양시설 개소를 위해 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삼성생명도 삼성노블카운티를 바탕으로 노인돌봄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며, NH농협생명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다만 요양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시설 마련 등이 현행법 체제 하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 중 하나가 토지·건물 임차 규제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 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 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 난립을 막고 잦은 개·폐업으로 인한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을 막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도권에서 임차가 되지 않으면 민간 사업자는 초기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심에 요양 시설을 설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약 3년의 시간과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면서 “초기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해 극소수 보험사만이 시니어케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항목이 상당 부분 통제돼 있어 사업 확장 등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 영세사업자들은 보험사의 요양산업 진입을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시니어케어 시장의 확대와 금융회사의 대응’ 보고서에서 “보험사는 시니어케어 사업 자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정한 수익하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질서 재편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화되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영세 사업자 중심의 시장을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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