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새로운 통상 마찰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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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는 갈등이다.
이는 미·중 갈등에 그쳤던 통상 갈등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욱 고조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도 통상 마찰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EU 역시 중국 공세와 미국 첨단산업 육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판 반도체법을 시행하는 등 정부 보조금을 제한하던 정책 기조를 깨고 지원책을 강화하고 통상장벽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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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는 갈등이다. 세계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 흐름이 굳어지면서 공유할 수 있는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갈등이 시작됐다. 여기에 첨단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미·중 갈등에 그쳤던 통상 갈등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에는 만만찮은 새로운 위험이다.
얼마 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중국이 차세대 먹거리로 중점 지원하는 전기차,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과잉투자 위험을 지적했다. 이들 과잉생산 품목에 대해 추가로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원받고 있는 중국 전기차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중국도 새로운 보복관세법으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고금리·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세계 경제에 고율관세라는 통상 마찰 리스크까지 덮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중국 간 통상 마찰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너무 비대해진 중국 제조업 비중이 한몫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로 2008년(14%)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독일·일본 3국의 제조업 비중은 35.6%에서 26.3%로 크게 하락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이 중국을 여전히 앞서지만 제조업 비중만을 볼 때 중국 제조업은 미국은 물론 주요 3국의 제조업 비중을 넘어선 것이다. 사실상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등 일부 첨단산업을 제외하고 제조업 기반을 중국이 잠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대해진 중국 제조업도 문제지만 중국 내 과잉생산 위험의 전 세계 수출은 선진국은 물론 국내 제조업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고품질발전’이라는 산업정책을 통해 전기차 생산 규모를 급속히 확대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수출은 전 세계 전기차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마저 중국 저가 전기차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알리 등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자국 내 과잉 재고를 전 세계에 유통하면서 새로운 통상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및 AI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 중이라고 해도 당분간 중국과의 통상 마찰은 피하기 어렵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더욱 고조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도 통상 마찰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EU 역시 중국 공세와 미국 첨단산업 육성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판 반도체법을 시행하는 등 정부 보조금을 제한하던 정책 기조를 깨고 지원책을 강화하고 통상장벽을 높이고 있다.
주요국 통상정책은 과거와는 다르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려는 노력을 병행 중이다. 수년간 중국에 제조업 자리를 내줬지만 최소한 첨단 제조업 위치는 중국에 더 양보하지 않겠다는 통상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신통상 정책 혹은 통상마찰 소용돌이로 한국의 제조업 강국 명성도 빛이 바래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제조업의 3.4%를 차지하던 한국 제조업 비중은 2022년에 2.6%로 추락했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신통상 마찰을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신통상 마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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