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16줄로 시작된 사랑 110인분 밥차됐다

박용미 2024. 5. 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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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김밥 16줄이었다.

경기도 성남 야탑역에 기거하던 노숙인에게 전달되던 김밥은 한 사람의 헌신과 여러 교회의 사랑이 모여 110인분의 따뜻한 식사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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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육 허기진 노숙인의 이웃 된 ‘따밥’ 이야기
따밥 봉사자들이 지난 3월 부활주일에 경기도 성남 모란공원에서 노숙인에게 식사를 전달하고 있다. 따밥 제공

시작은 김밥 16줄이었다. 경기도 성남 야탑역에 기거하던 노숙인에게 전달되던 김밥은 한 사람의 헌신과 여러 교회의 사랑이 모여 110인분의 따뜻한 식사로 커졌다.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따밥(따뜻한 밥차·대표 정진애 목사) 이야기다.

따밥은 금요일과 주일에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사역을 기본으로 생활용품을 나누거나 주거 환경 개선, 음악회 개최, 주중 심방 등의 사역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연계해 노숙인의 신분증을 새로 만들어주고 쉼터로 인계하는 등 자활자립 사역에도 나섰다. 노숙인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고 관계를 형성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난 정진애(45) 목사는 “보통 사람들이 노숙인에 대해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폐지를 주운 돈을 자녀들에게 보내는 등 열심히 살아가려는 분들이 많다”며 “처음에는 찾아가면 경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젠 멀리서 우리가 보이면 달려와 짐을 들어주고 ‘늦은 시간 혼자 다니지 말라’며 걱정해주는 사이가 됐다”며 웃었다.

따밥 밥차 앞에 선 정진애 목사. 따밥 제공

성남은 신도시 이미지가 강하지만 곳곳에 텐트를 치고 사는 노숙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대다수가 건축현장에 있다가 사고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거나 어릴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자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운 사정을 가진 이들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김의식 목사) 소속인 정 목사는 부교역자 시절 영아부 교사 및 청년들과 함께 노숙인에게 김밥을 건네는 사역을 하다가 밥차를 통해 여러 곳을 다니며 노숙인을 섬겨야겠다는 꿈을 꿨다. 그 후 오양현 은혜로교회 원로목사의 퇴직금과 ㈜고려아연 지원금으로 밥차와 사무실을 마련하고 지난해 3월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했다.

동문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이 지난 3월 부활주일에 경기도 성남 모란역 인근에서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따밥 제공

비영리단체인 따밥이 노숙인을 지속해서 섬길 수 있는 것은 사단법인 하모니포씨티(상임대표 허대광 목사)를 비롯해 교회의 초교파적 연합과 지역사회의 도움 덕분이었다. 하모니성음교회(허대광 목사) 분당남부교회(정진영 목사) 이매신성교회(김은신 목사) 높은뜻섬기는교회(이영훈 목사) 강남동산교회(고형진 목사) 동문교회(장천재 목사) 의림교회(김명헌 목사) 신촌하나비전교회(전소영 목사) 시온의교회(이광형 목사) 등 9개 교회가 돌아가며 음식을 만들고 배식한다. 주로 예장통합 교단이지만 예장합동 등 따밥의 취지에 동조하는 교회들의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 상인이 명절에 음식을 기부하기도 하고 청년단체에서 봉사를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도움의 손길도 부쩍 늘었다.

정 목사는 노숙인의 육체적 허기뿐 아니라 영의 허기까지 채울 수 있도록 따밥처치도 세워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한겨울에 텐트 속에서 돌아가신 노숙인 사례도 경험하면서 오늘 도시락을 전한 분을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 절실하게 사역을 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생을 마칠 때 ‘나에게 따뜻한 이웃과 친구가 있었다’는 기억이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그분들의 거처를 찾아갑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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