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검 거부 직무’는 ‘유기’해도 된다 [정기수 칼럼]

데스크 2024. 5. 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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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총선 尹 지지 이탈 이유 1- 2위 명품백-이종섭
채상병 특검 거부는 찬성 70% 국민 없이 가겠다는 것
채상병과 김건희로 남은 3년 허비할 건가?
채-김 특검 꼭 거부하려면 기자회견해 탈탈 털어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이번에도 대통령 참모 발(發)로 ‘명언’이 나왔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이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실 사람들은 통제가 안 되는데, 해야 할 말도 아니고 안 해도 될 말이 언론에, 의도적으로, 흘려지는 게 문제다. 이 사람들의 윤석열 홍위병 노릇은 총선에서 대패했어도, 비서실장이 정무형으로 바뀌었어도, 별로 변하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라니……. 절대다수 여론에 따르는 결정을 직무유기라고 보는 직무 자세가 바로 직무유기다. 여론이 그렇다.

국민의 약 70%가 채상병 특검에 찬성한다. 여론이 이 정도면 상식이다. 이 국민들은 ‘직무유기’ 주장에 “잘못을 감추기 위해 특권을 피하려는 견강부회(牽强附會) 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채상병 순직은 지극히 단순한 사건이다. 폭우에 휩쓸린 실종자 수색 작전 투입 장병에게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 물속에 들여보냈다가 숨지게 한, 지휘관 문책이 당연한 한국형 사고다.

엄청난 의혹은커녕 사소한 의혹조차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이 자잘한(장병 목숨이 아니라 일개 부대 지휘관을 말한다) 사건을 키운 게 정부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투명한 것이 없었고 시원하게 국민들 앞에 설명한 게 없었다.

그리고 논란의 대상이 된 당시 국방부 장관 이종섭을 난데없이 호주 대사로 임명, 부임시켜 ‘도피 출국’이란 말을 사서 들었다. 총선 직전의 이 어처구니없는 패착은 범야권 192석 압승에 단단히 기여했다.

70% 국민 다수는 대통령이 뭘 숨기려고 이런 논란을 자초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사단장에게 바로 책임을 묻지도 않고, 그가 정치적 의도로 그랬건 어쨌건 간에 박정훈이라는 해병대 수사단장의 조사를 막는 것으로 비치는 조치를 취한 일들에 반감과 의문을 가진 것이다.

윤석열은 이태원 사고 때도 똑같은 자세를 보였다. 159명이 숨진 이 미증유 골목길 참사에 사실상 아무런 사과와 반성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 잘못이 아니라는 태도였다.

한국의 일반 국민들은 큰 사고가 났을 때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아끼는 장관의 목도 치는 ‘푸닥거리’를 해야 마음을 푼다.

윤석열은 어떻게 했나?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을 끝까지 보호했다(그가 대통령 충암고 후배라는 말은 안 하겠다). 야당에 의해 소추된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됐다고 해서 대통령의 해임 거부가 정당성을 갖는 건 아니다.

법과 국민 정서는 따로 놀 때가 많다. 국민 정서가 법이고 상식인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여당에 대패를 안긴 것이다.

총선 후 비영리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사후 조사한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밑줄 쳐 가면서 읽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총선 백서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떠는 건 무의미하다.

대통령 눈치 보면서 ‘정답이 분명한’, 해야 할 문제 제기는 못하고, 엉뚱한 희생양이나 찾으며, 당을 ‘재창당 이상의 수준으로’ 바꾼다고 해봐야 별 소용없다.

사후 조사 결과 중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2024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찍거나 기권한(수도권의 경우 무려 24%) 이탈에 영향을 미친 이슈 순위가 중요하다.

명품백 -> 이종섭 -> 물가 -> 의사 파업 -> 윤-한 갈등 순이다.

김건희와 채상병 사건 의혹 및 도피 출국이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도록 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경제난과 의료 대란이 그다음이다. 생활고와 사회 혼란보다 대통령 부부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 민심 이반에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도 조국당과 민주당에 의해 곧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도 채상병과 같은 결정을 윤석열은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파국이다. 저 위 객관적으로 조사된 순서가 있지 않는가?

두 특검을 거부하는 건 국민 70%를 버리고 가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되나? 그렇게 해서 정권과 본인이 살아날 수 있고 대통령이라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눈 딱 감고 받으면 된다. 대통령이 장병을 순직토록 하지도 않았고 그 사실을 닉슨처럼 숨기려 하지도 않았는데, 고민할 일이 도대체 없다. 부인 김건희도 실수로 몰카 공작에 넘어가 ‘조그마한 명품 가방’ 한 개를 받은 것이니 뭐 대단한 의혹이 있을 수 없다.

이 두 특검을 거부할 경우 그는 나머지 임기 3년을 날마다 채상병과 김건희 타령 들으며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허송세월하고 쓸쓸히 퇴장할 것인지를 윤석열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이미 경찰과 검찰이 수사 중이므로 그 절차가 끝나기 전 특검은 안 된다는 논리는 구차하다. 중복 수사로 인한 세금 낭비, 특검 브리핑과 언론의 중계방송에 의한 선동 위험도 걱정할 것 없다.

그 낭비와 선동 피해보다 특검 거부가 불러일으킬 적대적 여론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국민정서법이 윤석열이 신봉하는 법 위에 있다. 이게 대한민국이다.

채상병과 김건희 특검을 결단코 거부하려면 방법이 하나 있다. 기자회견을 해서 스스로 탈탈 터는 ‘언론 청문회’다. 기자들이 모든 의문을 던지고 대통령이 그 질문들에 솔직히, 소상하게 답하면 해결된다.

70% 국민들 대다수는 대통령에게 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았던 ‘공정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 있기에 특검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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