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공항소음 피해 주민 16만명… 양천구 재산세 감면 실질 보상

김이현 2024. 5. 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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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체감 높은 종합대책 마련
작년 2만세대 구세 19억 감면
청력정밀검사·보청기 등 지원도
한 항공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신월동 상공을 낮게 비행하고 있다. 양천구는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 처음으로 구세 감면조례를 개정해 재산세 최대 60%를 감면하고, 청력정밀검사 지원 등을 통해 구민 피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양천구 제공


김포공항과 인접한 서울 양천구는 18개 행정동 중 11개 동이 공항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입고 있다. 피해 대상 인원은 지난해 1월 기준 16만2343명(6만5687세대)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선 비행기 소음이 공사장 최대 소음 기준인 65데시벨(㏈)을 넘어 90㏈에 육박하는 곳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 등은 ‘공항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포·김해·제주·울산·여수·인천공항 지역 인근 주민에게 주택 방음 및 냉방 시설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년간 소음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눈높이에선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이에 양천구는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주민을 직접 챙기기 위한 실질적인 보상책을 추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양천구 구세 감면 조례’를 개정해 시작한 재산세 구세 감면 조치다. 양천구는 지난해 7월부터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공항 소음대책지역 중 관내 1세대 1주택자 주민에게 3년간(2023∼2025년분) 부과되는 재산세를 과세표준에 따라 최대 60% 감면하고 있다. 이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선 전국 최초로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재산세 감면 비율을 과세표준에 따라 차등 감면하는 내용을 조례에 추가했다. 소규모 주택을 보유한 피해 주민들까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감면 폭은 과세표준에 따라 60%(과세표준 1억5000만원 이하)·40%(과세표준 1억5000만원 초과)으로 나뉘며 감면액의 연간 한도액은 30만원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5일 “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면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난해 2만2509세대가 총 18억8000만원의 감면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양천구는 지난해 4월 전국 최초로 구 직영 공항 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도 개소했다. 구 관내에 서울시 산하 공항 소음대책 주민지원센터가 있었지만 양천구 피해 실태나 현황 관리 등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에는 한계가 있었다. 구는 센터를 통해 공항 소음대책지역 뿐 아니라 인근지역까지 포괄하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인근지역은 공항소음방지 법에 따른 지원은 받지 못하지만 57㏈ 이상 61㏈ 미만의 소음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대책 중 대표적인 것은 ‘청력정밀검사 지원사업’이다. 청력정밀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 45명은 보청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청각장애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양천구는 나아가 올해 청각장애 등록대상은 아니지만 심한 난청으로 보청기 착용이 필요한 사각지대 구민을 지원하기 위해 보청기 구입비 지원 사업을 추가로 시작했다. 신청 대상은 양천구 공항 소음대책지역 및 인근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한 구민 100명으로 중등도 난청 진단을 받은 이들이다.

양천구는 지난해 12월엔 공항 소음피해지역 주요 거점 지역 3곳에 항공기 소음자동측정기를 설치했다. 이는 국토부·환경부·서울시 등에서 설치한 8개 공항소음 측정소와 별개로 구에서 독자적으로 관리하는 자동측정기다. 양천구 관계자는 “공항 소음대책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지역 맞춤형 정책을 진행하면서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는 지난달 공항 소음대책지역 및 인근지역 주민 6만5687세대(16만2343명)를 대상으로 연 2회 김포공항 이용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수도권 내 지자체 중 최초로 발표하기도 했다. 공항 이용료는 ‘공항시설법’ 제32조에 따라 한국공항공사가 비행장 및 항해안전시설 이용자에게 징수하는 비용으로 항공권 가격에 포함된다.

양천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구민 눈높이에 맞는 체감도 높은 공항소음 지원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며 “9월 신월동 지역에선 소음이 아닌 즐거운 음악으로 힐링할 수 있도록 항공기 소음을 뛰어넘는 대규모 락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초단체 첫 구세 감면… “불이익 받은 주민 위해 과감 결단”
이기재 서울 양천구청장


이기재(사진) 서울 양천구청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포공항 소음 대책지역 내 전체 세대수의 51.3%가 양천구민"이라며 "취임 이후 직접 현장에서 체감한 피해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시행한 재산세 구세 감면은 열악한 지방재정 사정상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 구청장은 "항공기 소음에 따른 주택 가치 하락, 고도제한 규제 등 재산상 피해가 있는 지역 주민에게 다른 지역과 같게 재산세를 징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월 말 2000㎞ 이내로 제한된 김포공항 국제선 전세편 운영 규정을 3000㎞까지 확대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후 공항 인근 자치구들의 반대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구청장은 "국제선 노선이 확대될 경우 그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지만 주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로 일방적으로 국제선 증편을 강행하려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소음피해 최소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피해지원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구청장은 "구는 앞으로도 구민 눈높이에 맞는 체감도 높은 공항소음 지원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도 피해지역 주민들이 야간 수면에 방해받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에 항공기 심야 운항시간 1시간 축소 운영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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