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대화·토론 오가는 ‘광장 회의’로 포용하는 문화 추구

박효진 2024. 5.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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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신목회열전] <18> 신성관 더드림교회 목사
신성관 더드림교회 목사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교회 계단 벽에 붙은 사역 게시판 앞에서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목사님 저는 이 교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더드림교회 신성관(42) 목사가 교회에 찾아온 청년 새 신자로부터 항상 듣는 얘기다. 이들이 말하는 ‘마지막’이라는 단어에는 짙은 아쉬움과 여운,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최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더드림교회에서 만난 신 목사는 “대안을 찾아 여기로 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회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갖게 되는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질문에 대해 교회가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80여명이 출석하는 더드림교회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만나 연합을 이룬 교회이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예성) 소속의 신 목사는 2016년 안양에서 28명의 청년과 함께 더함교회를 개척했다. 3년 후 서울 방배동에 있던 동인교회로부터 청빙 제안이 왔다. 분열과 큰 아픔을 겪고 기성세대만 모여있는 교회였다. 신 목사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청년들을 제도권 교회로 끌고 들어가 기성세대들과 연합하며 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장로 권사님들이 교회에 젊은 세대를 세우고 싶다는 의지가 컸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없어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청년들이 동의를 해줬고 한국교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더함교회와 동인교회는 2018년 더드림교회로 이름을 바꾸고 관악구에 교회를 세워 하나의 공동체를 이뤘다.

자유로운 대화·토론 오가는 ‘광장 회의’

지난해 12월 더드림교회 청년들이 서울성모병원 소아암 병동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며 찍은 단체 사진. 더드림교회 제공

신 목사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세대 간 연합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자유인이나 종이나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고 했던 사도바울의 고백”(갈 3:28)처럼 더드림교회는 성경 속 초대교회의 모습을 닮아있다.

다른 세대가 모여있는 만큼 교회는 성경적 잣대로 똑같은 정체성을 갖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을 포용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신 목사는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중 하나가 광장 회의다.

광장 회의는 어떤 안건을 정하든지 교회 안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돕는다. 리더들의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서 의사결정을 하되 의견을 피력한 사람과 반대될 때는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친다. ‘교회가 일방적이다’ 생각하지 않도록 성도들의 의견을 들으며 그 정책의 이유를 설명한다.

신 목사는 “그것이 설교에 대한 비판일지라도 질문을 듣고 답변과 고민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솔로몬이 지혜를 하나님께 구했다고 하지만 사실 솔로몬이 구한 것은 듣는 마음을 달라고 한 것이다. 교회의 역할은 성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끈끈함과 느슨함이 공존하는 교회

더드림교회는 청년들에게 ‘쉼’을 제공한다. 대안을 찾아 이곳에 온 청년 대다수는 중소형 교회의 지나친 봉사에 지쳐있었다. 신 목사는 청년들에게 쉼과 회복을 통한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봉사를 권면한다.

그는 “이곳에서조차 진정한 쉼을 누리지 못하는 청년에게 ‘너는 종교 중독으로부터 해독 중이다’라고 이야기한다. 회복을 통한 자발적 봉사로 이어질 때 진정한 기쁨과 성취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추구하는 또 다른 공동체성은 서로의 다름을 ‘틀림’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에는 인정과 수용 그리고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교회 안에는 조용히 예배만 드리며 느슨한 교제를 하고 싶은 청년들도, 친밀도 높은 끈끈한 교제를 하고 싶은 청년들도 서로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다.

새 신자가 왔을 때도 회중 앞에 소개해도 되는지 먼저 의사를 물은 뒤 원하지 않으면 소개하지 않는다. 또 전화 심방을 불편해하는 청년들에게는 카톡으로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다.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신 목사는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성도들의 삶의 궤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 사역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신 목사가 지난 2월 관악구의 자원봉사센터를 방문해 '설맞이 사랑 나눔' 행사에서 떡국 300인분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더드림교회 제공

신 목사는 지난 4월 부활절에 모인 400만원의 장학금을 두고 “사연이 있는 청년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며 쓰임과 용도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7명이 신청했고 장학금은 N분의 1로 지급됐다. 그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자기 취약성을 교회에 드러내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힘들고 어려울 때 교회가 울타리가 돼줄 수 있다는 사실에 청년들이 도전받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더드림교회는 ‘미혼모’ ‘한 부모’ 가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교 사역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다. 교역자들이 주민센터를 통해 지역의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굴해 1년간 책임진다. 신 목사는 “땅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가꾸는 것처럼 선교적 시스템이 갖춰지면 평신도들에게 일임한다. 교회가 선교·후원하는 스토리에 성도들이 공감하며 헌금한 내역이 가치 있게 쓰인다는 것을 느낄 때 구제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신 목사는 여전히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에 가지 않는 많은 청년을 향해 “‘그래도 다시 교회’”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교회는 사람 모이는 곳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음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 어쩔 수 없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 교회가 되기를 꿈꿉니다. 교회에 여전히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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