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의 노동절
5월 1일은 메이데이라 하여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노동절로 보냈다. 이날은 1886년 5월 1일에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며 일으킨 대규모 파업과 사흘 뒤 벌어진 헤이마켓 사건이 기원이다. 하지만 정작 그 사건이 일어난 미국에서는 메이데이를 기념하지 않고, 따로 노동절을 9월 첫째 주 월요일로 정해 기념한다. 메이데이가 좌파적 근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도 미국과 같이 9월 첫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삼는다. 경제 및 문화적 이유로 공휴일들이 미국과 비슷한 터라, 나는 반공정신에 기반을 둔 미국이 하는 대로 캐나다도 덩달아 메이데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캐나다의 노동절은 메이데이와는 상관없었다. 그뿐 아니라 노동절, 노동법, 노동조합의 합법성 등 모두 미국보다 먼저 독자적으로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령, 미국 시카고의 헤이마켓 사건보다 14년이나 앞선 1872년, 토론토 노동자 시위를 계기로 캐나다에선 북미 역사상 최초로 연방정부 노동조합 법률(Trade Unions Act)이 통과됐다. 미국의 국제 노동관계 법률(National Labor Relations Act, 1935)보다 63년이나 앞섰다.
그러고 보니 캐나다로 이사와 주목했던 일들이 모두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 가장 큰 국제 현대미술관인 AGO가 지금 한 달째 파업으로 문을 닫고 있다. 토론토대학 대학원생들도 모두 노조에 속해 있어 함부로 일을 시킬 수 없다. 조교가 채점을 위해 수업을 듣는 것까지 정확한 시간을 계산해 보상해야 한다. 대학원생 파업 위기는 몇 년마다 반복된다. 2018년과 2021년엔 조교들의 파업으로 그 학기 성적이 모두 ‘합격/불합격’으로 처리됐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보편적 건강 보장을 해 주는 의료 체제를 지닌 사회주의 선진국에서 사는 값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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