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AI는 엄청난 진보지만 그 힘이 두렵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인공지능(AI)을 핵무기에 비유했다. 본래 목적과 다른 AI 기술의 활용이 가져올 수 있는 파괴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은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관련 질문을 받고 “핵무기를 개발할 때 ‘램프에서 지니(Genie)를 꺼냈다’고 말하는데, 그 지니가 요즘 끔찍한 짓을 하고 있고 나는 그 지니의 힘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니를 다시 램프 속에 넣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지니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지니’는 이슬람 설화 ‘천일야화’ 중 ‘알라딘’에 등장하는 거인 요정으로, 주인의 소원을 이뤄주는 막강한 힘을 지녔지만 램프 속에 갇혀 있다. 버핏은 핵무기를 지니에 비유하면서, AI도 핵무기와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버핏은 AI를 활용해 본인뿐 아니라 유명인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복제하는 ‘딥페이크(Deep learning+fake)’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와 영상이 매우 설득력이 있어서 진짜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우리 가족도 가짜라고 알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조차도 어느 이상한 나라에 있는 (가짜인) 나 자신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버핏은 AI를 활용한 사기(scams)에 대해 ‘역대급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며 “물론 AI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력도 엄청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연례 주주총회에서도 “AI 기술의 잠재적 위험은 원자폭탄 개발과 매우 유사하다”며 “엄청난 기술적 진보였지만, 피해 역시 엄청났다”고 했었다.
버핏의 투자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39% 증가한 112억 달러(약 1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1분기에도 보유했던 애플 주식의 약 13%를 팔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애플 주식을 처분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AI 기술 개발에 뒤처지고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것 때문이 아니냐는 견해가 나왔다.
이에 대해 버핏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가 오랫동안 투자해 온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애플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최대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버핏의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없이 열린 첫 주총이었다. 멍거는 지난해 11월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버핏은 이날 자신이 2021년 후계자로 지명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보험부문 부회장과 나란히 앉았는데, 그레그를 실수로 “찰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올해 93세인 버핏은 “아벨이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향후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벨이 버크셔의 차기 최고경영자(CEO)임은 물론, 투자 종목까지 선정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에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투자철학을 직접 들으려고 팀 쿡 애플 CEO를 비롯해 국내외 투자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하남현·김연주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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