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4>의 역대급 빌런으로 돌아온 김무열

정소진 2024. 5.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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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아슬아슬 외줄타기처럼 넘나드는 두 얼굴의 김무열.

냉혹한 살인자 백창기가 4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4〉로 세상에 공개됩니다. 악역 역대 시리즈 중 ‘최강 빌런’이라고 하더군요

백창기는 싸움, 전투, 생존에 최적화돼 있는 인물이에요. 1·2편에서의 악역은 전문적이라기보다는 살인 경험이 풍부하고, 3편에서는 경찰이라는 직업상 지능적인 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편 백창기는 이 모든 걸 다 섭렵했죠.

스터드 장식의 셔츠는 Dior Men. 그레이 팬츠는 Maison Margiela by 10 Corso Como Seoul. 앵클부츠는 Christian Louboutin.

처음 각본을 읽으며 백창기를 파악할 때 어떤 키워드가 떠올랐나요

묵직함과 회색. 각본을 읽었을 때 아주 묵직한 게 내 안에 탁 얹혀지는 것 같았고, 백창기가 회색처럼 색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죠.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었던 한편, 어떻게 만들어나갈까 하는 기대감도 컸습니다.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촬영했다고요

촬영이 끝나갈 무렵 앙헬레스에서 남은 신을 촬영했어요. 평소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곳인데, 비행기가 착륙할 때 도심을 슬쩍 보니 한국어 간판이 너무 많더라고요(웃음). 한국인이 많이 사나 봐요. 〈카지노〉 팀도 앙켈라스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이트 니트 톱은 Dolce & Gabbana. 레이어드 팬츠는 Acne Studios. 오른손 검지에 낀 골드 체인 링은 Burberry. 오른손 약지의 골드 링과 손목 실버 뱅, 왼손 약지의 실버 링과 손목의 골드 체인 브레이슬릿은 모두 Dolce & Gabbana.

〈기억의 밤〉(2017) 때부터 심리학을 공부했고, 그 경험은 〈인랑〉(2018)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죠.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리서치를 했나요

〈범죄도시4〉 각본을 받았을 때 〈스위트홈 시즌2〉 촬영 중이었어요. 공교롭게도 〈스위트홈 시즌2〉에서 특수부대 요원 역할이었고, 같이 촬영하던 배우 중 실제로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친구들도 있어서 백창기 역할에도 도움이 컸죠. 마침 근접 전투술이나 대테러 부대에서 받는 전술 훈련을 배우던 중이었거든요.

백창기와 김무열의 예상치 못한 접점이나 교집합은

치열함이요. 백창기의 내면에는 아주 뜨겁고 요란한 감정이 들끓어요. 하지만 난장판인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게 절대 내비치지 않죠. 저는 배우로서 연기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걱정, 부정적인 감정과 부딪쳐왔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피할 수 없었죠. 대중 앞에서는 화려한 직업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외로운 게 많거든요. 이게 보이지 않도록 치열하게 나를 다잡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내 상태를 숨기면서 단단해지려고 발버둥치는 게 백창기와 나의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트위드 재킷과 팬츠, 주얼 브로치, 실버 링과 골드 & 실버 링, 트위드 로퍼는 모두 Dior Men.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악한 인간을 연기하면서 되레 선에 대해 깨닫기도 했나요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선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악인을 연기할 때는 인물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제하고 그가 하는 행동의 당위성만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백창기에게 선이란 무엇인지 계속 곱씹었어요. 행동에는 이유가 따르고, 자기만의 선을 지켜가며 행할 테니까요. 백창기에게는 생존이 우선순위였을 거고, 내가 살기 위해 타인을 죽이는 것은 선한 행위였던 거죠.

백창기를 떠나보낼 때 어떤 감정이 들던가요

연기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올 때 힘들어하는 성향은 아니에요.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선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스스로 좋다고 생각한 내 연기를 흉내 내는 건 더욱 피해야 해요. 공감하며 마음속 깊이 품었던 역할은 천천히 떠나보내지만, 백창기는 공감보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도망치듯 빠져나왔죠. 뒤도 안 돌아보고(웃음).

블랙 레더 베스트는 Versace.

〈악인전〉(2019) 이후 〈범죄도시4〉에서 마동석 배우와 두 번째 만남입니다. 그와 오랜만에 나눈 대화는

쉬는 날 날씨 좋은 곳에 가서 수영장에 누워 햇빛 쬐며 얼굴만 한 스테이크 왕창 먹고 운동합시다! ‘술 한잔하자’ 같은 말은 안 합니다.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촬영 기간에도 운동만 했겠군요

베를린 국제영화제 때문에 다 같이 베를린에 갔을 때 호텔 짐에서 운동했어요. 하루는 동휘가 혼자 운동하러 갔다가 동석 형을 만나 1시간 동안 복싱을 배웠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들었어요(웃음). 최근 저도 동석 형이 새로 문을 연 복싱장의 회원권을 끊었어요.

블랙 레더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Versace.

동료들과 합을 맞추는 액션 신 덕분에 사이가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요?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리허설을 보여주거나 제가 못하는 동작을 해야 할 때 대역을 해주고, 1:1 코칭도 맡았던 친구가 있어요. 〈스위트홈 시즌2〉에서도 대역이라 두 작품의 촬영이 겹치는 기간 동안 거의 일주일 내내 만나면서 많이 가까워졌죠. 이번 작품에서 제 오른팔로 나왔던 김지훈 배우와도 많이 친해졌어요. 실제로 복싱 국가대표 선수였는데, 액션 연기를 처음 하는데도 너무 멋있더라고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1982년생으로 데뷔 22년 차입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나 이에 대한 피로를 느낄 때도 있나요

항상 느껴요. 모든 역할과 이야기를 만났을 때 새롭게 보이려고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돌아다녀요. 사람들을 만나거나 인터넷을 헤매기도 하죠. 거기서 많은 걸 얻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아이디어들이 내 안에 들어와서 내가 무언가를 시도할 때 비로소 새로워지더라고요. 스스로 새로워지려면 잘 받아들이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라가지 않는 태도, 결정할 때 믿음을 가지려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레이 니트 톱과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Ferragamo.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 괴리를 느낄 때는

예술가로서 이루고 싶은 이상은 분명 존재하죠.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이상향만 좇으려 하지는 않아요. 내 연기를 완성시키는 것은 결국 관객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받는 것이 제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대중이 원하는 내 모습만 좇지는 않아요. 내가 항상 한 발짝 늦으니까요. 그 사이의 타협점을 잘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은 무엇입니까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한 욕구는 없어요. 자신보다 이야기의 정서와 이미지처럼 단편적인 것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내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정말 없습니다(웃음). 나를 내세워야 할 때 주저하는 편이에요. 스스로 엄격한 편입니다. 여태껏 만족한 적도 없고,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껴본 적은 많죠. 엄격함과 질투심이 삶의 동력이라 반드시 부정적인 것도 아니더라고요.

지난해에 아빠가 됐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고 해요

그렇죠. 얼마 전에 제가 출연한 JTBC 뉴스 룸 인터뷰 영상을 부모님과 승아, 아이가 집에서 다 같이 봤대요. 이전까지 아이에게 텔레비전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때 처음 본 거예요. 텔레비전에 아빠 얼굴이 나오니까 크게 반응했나 봐요. 저는 일정 때문에 밖에 있었는데 아이 반응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죠. 텔레비전을 처음 봤기 때문이거나 아빠 얼굴이 나와서인지 아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고요. 그 영상을 보자마자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이 몰려왔어요. 선배님들이 내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보는 아이를 보면 책임감이 더 강해지겠죠. 앞으로 더욱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블랙 재킷과 팬츠, 로퍼는 모두 Prada. 옷핀 모양의 브로치와 일자 브로치, 검지와 새끼손가락에 낀 링은 모두 Chrome Hearts.

아이로 인해 세상이 달리 보이기도 하나요

글쎄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똑같아요. 세상은 똑같은데 나만 달라진 거죠. 이 또한 금세 무뎌지겠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거든요.

인생을 살아가며 지켜나가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일을 생각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 것. 연기가 직업이 됐고, 배우는 기술자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어요.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계속 바뀌더라도 근본적인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여전히 즐겁거든요. 즐거워하는 마음이 유지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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