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사편찬위원장의 '홍범도 과거 발언'... 우려스러운 이유

김경준 2024. 5. 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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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주의 세상을 꿈꾼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호국 강성의 요람인 육사(육군사관학교)에 존치된다는 것은 육사 생도 입장에서 어불성설."

즉 현재 대한민국은 '주적'인 북한 공산주의 세력과 대치 중인 상황이므로, 공산주의자였던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존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설사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에 심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흠결'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당시 공산주의(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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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 당시 허동현 "공산주의 세상 꿈꾼" 발언 재조명

[김경준 기자]

 2023년 8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 연합뉴스
 
"공산주의 세상을 꿈꾼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호국 강성의 요람인 육사(육군사관학교)에 존치된다는 것은 육사 생도 입장에서 어불성설."

지난 2023년 10월 24일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흉상 철거 시도'와 관련해 <월간중앙>이 역사학자 10명을 인터뷰했을 당시, 보수 진영의 한 역사학자가 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앞서 이 인사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육군 교재에서 북한은 주적이 아닌 게 됐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포괄하고 협력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즉 현재 대한민국은 '주적'인 북한 공산주의 세력과 대치 중인 상황이므로, 공산주의자였던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존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발언의 주인공은 3일부터 3년 임기가 시작된 허동현 제16대 국사편찬위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8월 3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홍범도는 레닌이 하사한 권총을 줄곧 지니고 다녔으며, 러시아 공산당원으로서 민족 독립운동이 아니라 계급 해방운동을 꿈꿨다"고도 했다.

홍범도가 뼛속까지 공산주의자?

홍범도 장군이 '뼛속까지 철저한 공산주의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반론이 제기된 상태다. 저명한 홍범도 연구자인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소련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기 위해 가입한 것"이라며 그를 생계형 당원이라 주장한 바 있다.

임성욱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특임강의교수 역시 "홍범도 장군은 소련공산당에 가입한 이후 어떠한 직책을 맡은 적도 없으며 은퇴한 후에는 평당원이자 은퇴한 명예 군인으로서 집단농장 수직원(수위장) 생활로 연명했다"며 "1937년에는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수모를 겪었는데 만약 홍범도 장군이 소련으로부터 인정받는 공산주의자였다면 이러한 조치를 당했을 리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홍범도 장군은 1922년 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에 참가할 당시 작성한 조사표에서 자신의 직업을 '의병'이라 소개하면서 목적과 희망으로 '고려 독립' 네 글자를 적었다. 다수의 참가자들이 '공산주의를 희망한다'라고 답변했던 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1922년 원동민족혁명단체대표회 당시 홍범도의 조사표. 빨간 원 안에 '고려 독립'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인다.
ⓒ 윤상원
 
설사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에 심취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흠결'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당시 공산주의(사회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수단이었다. 일제가 극렬히 탄압했던 이들도 바로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허동현 위원장의 발언은 치열하게 일제에 맞서 싸웠던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을 무시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홍범도 장군은 6.25 전쟁이 발발하기 한참 전인 1943년에 서거했다. 북한 김일성 세력의 남침에 있어 연좌제를 적용할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만을 들어, 그를 대한민국의 이념에 반하는 적대세력으로 간주하고 육사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주장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윤석열발 역사전쟁의 연장, 지극히 우려스럽다

아직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역사관을 가진 인사가 대한민국의 역사교육과 편찬을 책임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됐다는 사실이 지극히 우려스럽다.

허동현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인사는 홍범도 흉상 철거 시도·백선엽 및 이승만 미화 등 역사를 입맛대로 재해석하려는 윤석열 정권발 역사전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우리는 교과서에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교재에서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 실현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사람'으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이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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