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논리 아닌 공감이 우선인데"...尹 화법 고심하는 용산
“모든 사안마다 여러 얘기를 섞어, 주변부 곁가지 얘기까지 하는 종횡무진 화법이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에 배석했던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답변이 길었다. (회담 발언 시간이 윤 대통령) 85% 대 (이 대표) 15%”였다는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회담 직후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야당의 정략적인 의도가 담겨있다지만, 이르면 9일 있을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용산 참모들도 윤 대통령의 화법을 고민 중이다. 다변가로 감정보다는 논리를 앞세우는 윤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 대국민 설득에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찬성 여론이 다수인 해병대 채모 상병 특검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의대 정원 확대, 공약 파기 논란이 제기될 민정수석실 신설, 김건희 여사를 담당할 제2부속실 설치 등 까다로운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기자회견 뒤 지지율이 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윤 대통령에게 여러 건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리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 화법이 두드러진 사례가 지난달 1일 1만 4000자 분량의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은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며 51분간 각종 통계를 거론하며 의사 정원 2000명 확대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일방 설명에 외려 역풍이 불었고, 대통령실이 뒤늦게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용산 참모들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설명하는 대통령이 아닌 공감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자회견 답변뿐 아니라 모두발언부터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출마했다 낙선한 여당의 한 당협위원장은 “제2의 의료개혁 담화가 돼선 안 된다”며 “채상병 특검도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21살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 대한 유감 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때처럼 윤 대통령이 매몰차고 모진 모습으로 보여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기로 한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르면 7일 민정수석실 신설을 공식화하고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첫 지시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배제하겠다”며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하지만 총선 뒤 현장 민심 수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민정수석실 다시 만들게 된 상황이다. 민정수석실 산하엔 민정비서관(신설)과 기존 공직기강·법률비서관실을 한데 묶어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정 기관 장악은 꿈도 꾸지 않는다”며 “다만 민심 수렴과 함께 감찰 기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거부권을 행사할 당시 대통령실이 발표한 제2부속실 설치도 남은 숙제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 대다수가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다.
◇尹, 전몰·순직군경 자녀 및 장애 아동 등 청와대 초청=윤 대통령은 5일 제102회 어린이날을 맞아 전국 어린이와 가족 36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행사에는 전몰·순직군경 자녀 등을 비롯해 양육시설과 가정위탁 아동, 장애아동, 다문화가정 아동 등이 참석했다. 경남 의령군의 박성용·이계정(48)씨 부부 10남매도 윤 대통령의 초청장을 받아 행사에 함께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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