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찬성 맞나… 역사 한 획 그은 미국 감리교 총회

손동준 2024. 5. 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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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C 총회 결산// ‘반대할 권리’와 함께 지역별 동성애 입장 달리할 여지 남겨
연합감리교회 총회 대의원과 참석자들이 3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총회 마지막 날 아침 예배 후 춤을 추고 있다. UM News 제공


미국 연합감리교회(UMC)가 열하루간의 정기총회를 마쳤다. 동성애에 대한 교회 견해를 바꾼 선거 결과가 관심을 모았고 이 외에도 교단의 변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결정들이 이어졌다.

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총회 현장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 23일 개회해 11일간 진행한 총회에서 대의원들은 1000개 이상의 청원을 검토했다. UMC 기관지인 UM 뉴스는 “역사적인 회의가 끝났다”며 “연합감리교회를 창설한 1968년 이후 가장 중요한 총회였다”고 평가했다. 올해 총회의 가장 중요한 결정은 단연 동성애에 대한 교회 입장 관련 결의다. 교단 헌법에 해당하는 장정에서 동성애 목회자 안수에 대한 금지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UMC 소속 목회자는 더는 자신의 동성애 관계와 동성 결혼식 주례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일부 UMC 소속 교회들의 보수성향을 고려해 지역별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도록 ‘지역화 법안’을 함께 통과시킨 점은 눈길을 끈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UMC는 국내적으로 교단을 분열시키는 바로 그 문제(동성애)에 대해 지역적 자율성을 허용하는 계획을 추진했다”며 “이로 인해 아프리카 교회는 결혼을 정의하는 방식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미국인의 자유주의 노선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총회 마지막 날 오후 회의에서는 목회자가 어떤 결혼식을 거행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교회법 변경 사항을 승인했다. 해당 결의에는 동성결혼 금지를 폐지하는 의미와 함께 목회자가 동성 결혼식을 반대해 주례하지 않을 권리도 담고 있다. UMC 내 한인 목사들의 모임인 한인총회는 이 점을 들어 3일 성명을 내고 “총회의 결정이 곧 동성애자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전통적 신앙을 가진 교회와 목사가 장정의 보호 아래 동성결혼식 집례와 장소 제공을 거부할 수 있게 됐고 그렇게 했다고 해서 교회나 목회자가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동성애 목회자 파송을 강요받지 않는 것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인총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서는 UMC 총회의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3일 ‘美 연합감리교회의 동성애자 목사안수 허용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총은 “목사라면 ‘동성애는 죄’라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며 “죄를 지적하는 것과 죄인을 사랑하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실 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하셨음을 기억하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수장인 감독회장 이철 목사도 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감리교회 입장은 분명하다”며 “우리 교리와 장정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고 정서상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단에서는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감독 수와 예산 감축도 8년 만에 열린 총회가 바꿔 놓은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UMC 교단의 축소가 이번 감축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성직자의 동성애 허용 논란 등으로 지난 4년간 UMC를 떠난 교회 수가 무려 7500여개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UMC 교회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번 총회에서 결의한 2025~2028년 UMC 예산은 3억 4340만 달러다. UMC는 교회 수 감소를 반영해 예산을 지난 정기총회(2016년) 결의보다 38% 줄였다. 각 지역 연회를 이끄는 감독도 39명에서 3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UM 뉴스는 “선교적 필요와 재정적 현실에 대한 오랜 논쟁 끝에 나온 것”이라며 “감독의 감소는 현재 예상되는 7명의 은퇴 감독을 대체할 새로운 미국 감독을 선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총회 마지막 날에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 위원회가 제출한 교회의 성적 비행에 대한 ‘사과문’이 채택됐다. UMC는 “연합감리교회는 성적 비행의 피해자와 생존자들을 돌보는 것보다 교회 보호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모든 연회에서 성적 비행과 관련한 사과를 할 것’ ‘교회 사역 내에서의 권력 불균형에 관한 지도자 교육을 시행할 것’ ‘피해를 본 모든 사람에게 치유 자원을 제공할 것’ ‘성적 비행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 대해 트라우마에 기반을 둔 대응 방법을 개발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어 “우리의 책임을 받아들이고 다시는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명시된 조치를 수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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