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드라마에 등장한 '한글자막'…시청자 반응은

김현경 2024. 5. 5. 13: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현경 기자]

주로 외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사용되던 한글 자막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거쳐 지상파 드라마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MBC는 지난달 시작한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서 지상파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본방송에 자막을 넣었다.

이 드라마에 한글 자막을 넣기로 한 것은 이는 고정 시청자 상당수가 고령층 내지 중장년층이라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수사반장 1958'은 1970∼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라 방송 전부터 장·노년층의 관심이 컸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수사반장 1958'을 두고 "넷플릭스로 한국 콘텐츠를 볼 때도 자막을 켜는데, 아예 본방송 때 나오니까 좋다", "본방송부터 자막이 있는 건 (방송사가) 어르신들이 보실 것을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하는 글이 게재됐다.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1990년대부터 화면에 생동감을 주고 재미를 더하기 위해 자막을 썼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막이 흔하게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 OTT가 대중화되면서다.

넷플릭스는 2011년 미국 청각장애인협회로부터 '청각장애인용 자막을 붙이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소송을 당한 뒤 미국 콘텐츠에 영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서비스 방침을 2016년 진출한 한국 시장에도 적용해 한국어 콘텐츠에 한글 자막을 제공한다.

특히 OTT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지하철, 버스, 카페 등의 대중시설에서 혼잡한 분위기 속에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글 자막은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7년이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시청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한국어 콘텐츠를 볼 때도 자막을 선호하게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유료 구독형 OTT 이용자 2천7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5.8%는 국내 콘텐츠를 볼 때 한글 자막을 쓰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 업체들도 국내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이후 자막은 OTT를 넘어서 영화관과 TV로 영역을 넓혔다.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한 콘텐츠는 영화였다.

2022년 7월 개봉해 5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후반부 전투 장면에서 왜군의 대사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박해일 분)을 비롯한 조선 수군의 대사에도 자막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한민 감독은 당시 "전쟁의 밀도감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전투 장면의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최대한 살리면서 대사도 잘 전달하기 위해 자막의 도움을 빌렸다는 취지다.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에 자막을 붙인 것은 지난해 SBS가 처음이었다. 작년 2월 처음으로 '법쩐'과 '트롤리' 재방송에 자막을 도입했고, 이후 다른 드라마 재방송에도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이후 MBC도 작년 11월부터 드라마 '연인'의 재방송에 자막을 붙이며 흐름에 발을 맞췄다. 당시 MBC는 "드라마 특성상 고어나 방언이 많아 시청자 편의성을 위해 (재방송에) 자막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막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감정 묘사에 제대로 몰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고, 자꾸 자막에 시선이 가서 정작 중요한 배우나 특수효과 등에 주목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콘진원이 조사한 OTT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국내 콘텐츠를 볼 때 한글 자막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이는 선호한다는 답변과 불과 3.8%포인트 차이다.

자막 삽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OTT와 달리 TV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만큼 방송사들은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SBS는 재방송에 자막을 삽입한 지 1년 넘게 지났으나 아직 본방송에는 자막을 넣지 않았다.

'수사반장 1958' 본방송에 자막을 제공한 MBC 역시 앞으로 다른 드라마로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시청자 반응을 지켜본 뒤 자막 서비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