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하수관 알몸 시신' 전말…발작 후 응급실 간 게 마지막
경기 의정부시 하천 하수관에서 지난달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이 응급실에서 검사받던 중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알몸 상태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남성 A씨는 남양주시의 한 가구 공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여의찮은 형편에 치매 등 지병을 앓아왔으며, 해당 공장 측의 지원을 받아 월세방에서 생활했다. 주변인들은 "A씨가 집하고 공장 가는 길밖에 모른다. 어디 가면 집도 못 찾아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자신이 근무하는 공장의 관계자인 B씨와 함께 업무차 연천군의 한 공장에 갔다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B씨는 황급히 A씨를 의정부시의 한 병원 응급실로 옮기고 입원시킨 뒤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검사받던 중 병원비도 내지 않고 당일 오후 5시쯤 스스로 병원을 나왔다. 이것이 A씨가 주검으로 발견되기 전 마지막 행적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다만 A씨가 병원에서 사라진 후 A씨의 가족이나 B씨 등 주변인들은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과 하수관의 거리는 1km 정도"라며 "당시 추웠던 날씨를 생각하면 치매 증상이 있는 A씨가 주변을 배회하다가 하수관 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알몸 상태로 발견된 데 대해선 저체온증이 지속되면 추운데도 옷을 벗는 '이상 탈의'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오후 2시 40분쯤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하천 하수관에서 하천 공사 관계자가 A씨 시신을 발견했다. 출동한 소방 당국과 경찰은 하수관 입구로부터 8m 안쪽에서 시신을 인양했다. 해당 시신은 알몸 상태로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 부패가 진행 중이었다.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 미상으로 타살이라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수관 인근 CCTV가 있었지만 한 달 분량만 저장돼 있어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며 "주변인들 상대로 추가 수사를 마친 후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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