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으로 변신한 OO···인파 몰린 이유 있었네

최기영,임보혁,유경진 2024. 5.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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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회 ‘영적 공공재’로서 주민들에게 놀이동산, 축제 마련
서울 혜성교회(정명호 목사)가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 사회 주민들과 함께 하는 ‘우리들 세상’ 축제 참가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혜성교회 제공


어린이날 연휴 첫날이었던 4일 오전, 평소 축구팀의 훈련 소리로 가득하던 경신중고등학교 운동장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대형 에어바운스 미끄럼틀에 몸을 맡긴 아이의 표정엔 함박웃음이 퍼졌고, 자기 몸채만한 버블 슈트를 입은 아이들은 몸을 맞부딪히며 튕겨나가고 바닥에 나뒹굴어도 마냥 신이 났다. 한편에선 바이킹 놀이기구에 몸을 실은 가족들이 연신 유쾌한 비명을 질렀다. 올해로 14회째, 서울 혜성교회(정명호 목사)가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 사회 주민들과 함께 하는 ‘우리들 세상’ 현장 모습이다.

이날 학교 운동장을 비롯해 교회 언더우드기념관 4개 층에는 놀이마당 먹거리마당 공연마당 체험마당 이벤트마당 등 총 5개 영역에 걸쳐 크고 작은 부스와 시설이 무려 51개 마련됐다. 범퍼카, 환상특급 미로탈출, 바이킹, 날아라 스윙카, 매직 벌룬쇼 등 이름만 놓고 보면 중대형급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정도다.


10살, 8살 두 아들과 행사 현장을 찾은 이수현(41)씨는 ‘우리들 세상’에 일곱 번째 방문한 단골 손님이다. 그는 “어린이날에 유명 놀이동산에 갔다가 교통 체증에 사람 구경만 하고 온 경험을 한 뒤 처음 이곳에 와봤는데 가족 모두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다”면서 “혜화동 주민들 중엔 교회엔 안 다녀도 어린이날 아이들 손잡고 혜성교회 오는 학부모들이 상당수”라며 웃었다.

유치원생 남매와 참석한 공지연(38)씨는 “연휴 둘째 날부터 비예보가 있어서 예정했던 캠핑 일정을 취소하게 돼 난감했는데 교회가 마련해 준 축제 덕분에 아이들 마음도 달래고 가족끼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정명호 목사는 “동네 주민들이 정서적 문턱 없이 교회 공간을 오가는 건 지역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신앙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자연스런 모습”이라며 “성도뿐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봉사자로 참여한 성도 500여명 중엔 3대가 함께 섬김의 현장으로 나온 가족도 다수다. 정 목사는 “유년 시절 축제를 즐기던 아이가 청년이 되어 봉사자로 나서게 된 것”이라며 “세대에 걸친 신앙적 계승이 지역 사회 섬김으로 이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매년 어린이날을 즈음해 임직원과 가족, 협력사를 대상으로 가족 초청 행사를 열고 사업장 곳곳에 각종 체험시설과 놀이시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주목을 받았다. 교회의 경우 예배 공간을 축제 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에 더해 성도들 가족뿐 아니라 교회가 속한 지역 주민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돼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정의 달 5월이 교회가 영적 공공재로서 가장 쓰임받기 좋은 시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4일 서울 여의도의 교회 앞 광장에서 진행된 '2024 교회학교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예수님 사랑합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대성전에 모인 아이들이 이영훈 목사를 따라 이렇게 외쳤다. 이 목사는 “어린이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 기쁘고 즐겁고, 복되고 행복한 날이 되길 바란다”며 “예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시니까 다 같이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대요’라고 외쳐보자”고 권면했다. 이어 아이들은 이 목사의 기도를 따라 고사리 같은 손을 모아, 혹은 엄마 손을 함께 맞잡고 눈을 감고 기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날 어린이날을 맞아 교회 대성전에서 드린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예배’ 모습이다. 교회는 이어 교회 내 베다니광장과 베다니홀, 십자가탑 주변과 부속 성전 등 교회 곳곳을 개방하고, ‘2024년 교회학교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교회 측은 베다니광장에 푸드트럭을 배치해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했고, 십자가탑 주변에는 매트에 바람을 불어넣어 만든 대형 놀이기구 에어바운스를 설치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교회 부속 성전 곳곳에서는 십자수, 가죽공예, 네일아트와 같은 참여형 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뮤지컬 ‘선물, 인 투 더 바이블’과 CCM 콘서트 같은 공연도 진행됐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학부모 세미나도 열렸다. 장동학 하늘꿈연동교회 목사가 강사로 나서 ‘소통’이란 주제로 부부간의 소통법 등을 강연했다.

이날 교회 대성전에서 진행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예배’에서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찬양을 부르고 있다.


교회 측은 이날 미취학 어린이부터 중·고교생, 학부모 등 약 4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교회 곳곳은 한껏 부푼 표정의 아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마치 하나의 놀이공원 같았다.

이날 행사는 아이를 둔 교회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됐다. 교회 근처 마포구에 산다는 이현희(45)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와 교회를 찾았다. 이씨는 “사람 많은 유명 놀이공원에 애들을 데리고 다녀올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았는데 교회에 놀거리가 마련됐다고 해서 와봤다”며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애들이 즐겁게 노는 걸 보니 앞으로도 교회가 이런 기회를 많이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회 측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공예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이들이 십자수 공예를 하는 모습.


행사장 곳곳에서는 외국인 성도 등 다문화가정도 종종 눈에 띄었다. 나이지리아인 치옹웬도(34·여)씨는 아홉 살짜리 장남을 비롯해 4명의 자녀와 교회를 찾았다. 치옹웬도씨는 “5년 전 한국에 들어와 2년 전부터 이 교회에 등록해 출석하고 있다”며 “나이지리아는 5월 27일이 어린이날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교회에서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이어 “남편은 애들만 교회에 내려주고 출근해 혼자 애들을 보기 쉽지 않다”며 “그래도 굳이 놀이공원에 가지 않아도 이렇게 교회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4일 경기도 화성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동탄 어린이 축제에서 레일기차를 타고 있다.


이날 경기도 화성 동탄센트럴파크에도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동요 메들리가 울려 퍼졌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은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웠다. 놀이기구를 연상케 하는 미니 기차를 탄 아이들은 연신 감탄했고, 맞은편에 설치된 트램펄린에서는 아이들이 뛰놀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동탄시온교회(하근수 목사)가 어린이날을 맞아 제2회 동탄 어린이축제 ‘꿈을 먹고 살지요’를 개최한 현장이다.

공원에는 놀이마당 체험마당 유아마당 진로마당 민속마당 스포츠마당 지구촌마당 등 9개 영역에 걸쳐 60여개 부스가 마련됐다. 레일기차 회전라이더 키즈라이더 에어바운스 슬라이드 등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저격했다. 또 사물놀이와 군악대의 특별공연은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날 8살, 5살 딸·아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강진경(38)씨는 “교회를 다니는 지인의 소개로 축제를 알게 됐다”며 “넓은 공원에 다채로운 부스가 마련돼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또 테마도 다양해 두 자녀의 취향에 맞춰 즐길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고 말했다.

동탄시온교회 성도 800여명은 축제를 위해 오전 7시부터 채비에 나섰다. 하근수 목사는 “교회학교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때 다음세대를 살리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라며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섬길 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것을 보고 있으니 흐뭇하다. 하나님께서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이날 오후 마련한 ‘동네방네 축제’에서 참가 성도와 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수영로교회 제공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이날 오후 마련한 ‘동네방네 축제’에 지역 내 다문화 및 이주민 가정, 농어촌과 도시 미래자립교회 주일학교 성도, 시설아동 어린이 등 400여명을 별도로 초청하기도 했다. 김혜진 수영로교회 소년부 목사는 “이번 축제는 교회가 지역 사회를 섬기는 나눔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 가정을 격려하고 우리의 자녀들이 교회를 발판삼아 믿음의 세대로 자라나도록 전세대가 함께 독려하는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축제에서는 교회 앞마당에 놀 거리 존(바이킹 로드 기차, 스포츠 바운스, 네일 아트, 페이스 페인팅) 공연 존(버블쇼, 헬륨 풍선 나눔, 올리브 예술단) 먹거리 존(붕어빵, 팝콘)이 구역을 나눠 운영됐다. 교회 교육관에선 층별로 에어바운스 콘텐츠게임 캐리커처 캘리그라피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성도들은 물론 가족 나들이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제공했다.


4일부터 이어진 3일간의 연휴 동안 전국 각지의 교회에서는 다양한 이름의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며 지역 구성원들과 호흡을 함께 할 예정이다(국민일보 5월 2일자 참조).

최기영 임보혁 유경진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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