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의 전설 '본 조비', 그들의 40년 이야기

김상화 2024. 5. 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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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디즈니플러스 4부작 <땡큐, 굿나잇: 본 조비 스토리>

[김상화 기자]

 디즈니 플러스 '땡큐, 굿나잇 - 본 조비 스토리'
ⓒ 디즈니플러스
40년 전, 1984년 한 무명의 밴드가 발표한 싱글 하나가 당시 음악 팬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전도유망한 신인 록그룹으로 주목 받던 이 팀은 불과 2년 후 전 세계를 호령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본 조비(Bon Jovi)였다.  

데뷔 싱글 'Runaway'를 시작으로 'You Give Love A Bad Name', 'Livin' On A Prayer', 'Always', 'It's My Life' 등으로 이어진 연이은 히트곡 행진은 1980년대 이후 본 조비라는 그저 평범했던 팀이 뉴저지 지방을 넘어 미국, 그리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밴드로 자리 잡는 원동력이 되었다.

대중적인 헤비메탈로 출발해 록 발라드, 컨트리, 팝 록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적 변화를 겪는 과정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던 멤버들과의 결별 등 이들의 지난 40년 이야기가 최근 글로벌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지난 4월 26일 전 세계 동시 발표된 다큐멘터리 <땡큐, 굿나잇: 본 조비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록스타의 발자취를 무려 4부작에 걸친 방대한 분량에 담아냈다.  

무명의 밴드에서 세계 최정상의 록그룹으로
 
 디즈니 플러스 '땡큐, 굿나잇 - 본 조비 스토리'
ⓒ 디즈니플러스
 
팀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존 본 조비(Jon Bon Jovi, 본명 John Bon Giovi)의 이름에서 따온 본 조비는 리치 샘보라(기타/보컬),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보컬), 티코 토레스 (드럼), 알렉 존 서치(베이스)의 조합으로 데뷔 이후 약 10년에 걸쳐 전성기를 구가했다.  

본 조비가 인기 정상에 올라섰던 1980년대 후반은 헤비메탈이 팝 음악계의 주류 장르를 뛰어 넘는 위치까지 올라섰던 시기였다. "퇴폐적이다"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채워진 헤비메탈 팀들 중에서도 본 조비의 위상은 조금 특별했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듣기 편안한 멜로디는 여타 밴드와는 구별되는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마련해줬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쓴 소리도 이어졌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본 조비는 언제나 좋은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는 미국에서만 1200만 장 이상을 팔아 치운 3집 <Slippery When Wet>(1986년), 이에 버금가는 히트곡을 양산한 4집 <New Jersey>(1988년) 등의 걸작 음반 탄생으로 이어졌다. 

멤버들의 탈퇴... 변화의 바람도 이겨내다
 
 디즈니 플러스 '땡큐, 굿나잇 - 본 조비 스토리'
ⓒ 디즈니플러스
 
영원할 것 같았던 본 조비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의 기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묵묵히 베이스 라인을 담당해줬던 알렉 존 서치는 약물 남용으로 인해 더이상 예전 같은 연주를 할 수 없게 되면서 결국 1994년 팀에서 퇴출되었다.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이 대세로 등장하면서 기존 헤비메탈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았다.

자연히 활동 공백기는 길어졌고 본 조비는 여타 팀들 마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다. 2000년 'It's My Life'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재기에 성공, 새로운 시대의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점차 팀의 색깔도 달라졌다. 로큰롤, 팝, 심지어 컨트리까지 흡수하면서 변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한 것이다.

비록 예전처럼 각종 순위를 석권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본 조비의 투어는 늘 관중들로 빼곡히 채워질 만큼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고비가 이들을 찾아왔다. 2013년 기타리스트 리치마저 팀과 작별을 고했다. 이혼,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등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고 만 것이다. 

40년의 세월... 열정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 '땡큐, 굿나잇 - 본 조비 스토리'
ⓒ 디즈니플러스
 
멤버들의 얼굴 속 깊게 패인 주름이 말해주듯 혈기 왕성했던 청년들은 어느새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를 맞이했다. 성대 수술을 겪으면서 존은 더이상 예전같은 톤으로 'It's My Life'를 열창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매 공연을 매진시키며 40년 전과 다름없이 활동하고 있다.

<땡큐, 굿나잇: 본 조비 스토리>는 존, 리치 등 밴드 멤버들뿐만 아니라 본 조비를 지켜봤던 동료, 음악계 인사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풍성한 영상 자료를 총동원해 40년이란 긴 시간을 지탱해 온 관록의 록밴드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냈다. 때론 손가락질도 받고 슬럼프에 처하는 어려움도 경험했지만 본 조비는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현재진행형' 록그룹으로서의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 말미 팀의 리더 존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꿈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지도 40년이 되었다. 여정은 계속 된다는걸 깨달았다. 더이상 투어를 계속 할 수 없게 될 순 있어도 열정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존에겐 한결 같았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본 조비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지탱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총 4부작 5시간에 걸친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땡큐, 굿나잇: 본 조비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었던 밴드의 숨은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그들의 음악과 더불어 청춘을 보냈던 올드 팬뿐만 아니라 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봐야할 작품으로 추천해본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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