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 서러워서 못 살겠네!

김미나 2024. 5. 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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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인구 1500만 시대. 급속히 성장하는 팻팸 인구에 비해 사회적 인식과 반려견을 위한 제도는 제자리걸음인 지금, 5명의 ‘댕집사’에게 개선돼야 할 문제에 대해 시시콜콜 물었다.

이 강아지 얼마예요? 누피와 공원 산책을 하는데 한 초등학생이 다가왔다. “강아지 만져도 돼요?” “응, 만져도 되는데 천천히 다가가야 해.” 아이는 누피를 정성스럽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와, 예쁘다! 이거 얼마 주고 샀어요?”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는 말이라 당황했지만, 강아지는 산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좋게 설명했다. “그럼 누나도 얘 돈 주고 산 거 아니에요?” ‘누나’소리에 웃고 ‘샀냐’는 말에 울었다. 누피는 홍성 농촌 마을의 한 할아버지 집에서 여러 형제와 함께 태어났다. 그중 가장 미숙하고 못 먹는 모습이 안쓰러워 서울로 데려온 아이가 누피. 인기 품종견을 돈 주고 분양받은 것과는 거리가 먼 케이스다. 이제 한국은 네 가정 중 한 가정은 강아지를 키우는 사회다. 애견인은 물론이고 비애견인도 반려견에 대한 생명 윤리 의식을 고취해야 할 때. 강아지도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부다.

누피’s Story by 김소연(〈코스모폴리탄〉 에디터)

반려견 입양엔 책임이 따르는 법 우리 집 뽀미는 몸집이 작고 겁이 많다. 사람들이 만져주는 것은 정말 좋아하는데 산책하다 다른 강아지, 특히 몸집이 큰 개를 만나면 상당한 위협을 느낀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목줄 없이 강아지를 풀어놓는 견주들이 많다. 견권을 높이기 위해선 우선 견주로서 반려견을 제대로 통제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부터 보여줄 것! 뽀미는 현재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나는 혼자 사는 데다 매일 출퇴근하기 때문에 뽀미가 외로움을 느낄 것이 뻔해 데려오지 못했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요즘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SNS에도 ‘1인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는 팁’이 많이 보인다. 강아지는 외로움을 정말 많이 느끼는 개체다. 혼자 낮잠을 자는 순간에도 외로움을 느낄 정도. 일반적으로 출퇴근하는 1인 가구가 강아지를 키우면 그 강아지는 하루의 대부분을 기다림 속에서 보낸다. 주인이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문 앞에서 내내 기다릴 강아지를 떠올려보라. 반려견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 때 입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뽀미’s Story by 황현승(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PR)

반려견에게도 이동의 자유를! 4년 전, 밤이는 우리와 함께 서울에서 LA로 이사하게 되면서 ‘견생처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반려동물이 기내에 함께 탑승하려면 운반 가방을 포함한 무게가 7kg 이하여야 한다. LA로 갈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밤이의 몸집은 4년 사이 1kg 이상 불었다. 이대로라면 서울로 가는 비행 때는 화물칸행이 틀림없었다. 겁 많고 예민한 밤이를 어둡고 시끄러운 화물칸에 14시간 이상 태운다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뻔해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밥을 안 주는데’ 하는 눈빛을 읽었지만 미안! 결국 밤이는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1kg 정도 감량을 해냈다. 여기에 털도 밀고, 운반 가방의 금속 장식을 모두 제거하는 노력까지 들여 전체 무게 7.4kg으로 기내 탑승에 성공했다. 적어도 장거리 여행일 때는 반려견도 가족 구성원으로서 기내에 탑승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 얼마나 좋을까!

밤이’s Story by 김주연(〈코스모폴리탄〉 편집장)

사랑해주세요 버찌를 키우며 강아지를 반기는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반려동물은 가족이나 마찬가진데 어디든 동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슬프다. 유럽은 동네의 작은 식당부터 고급 백화점까지 강아지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 없는데, 한국은 길거리에서 조금만 짖어도 눈치를 준다. 또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나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적다. 이달에는 버찌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버찌는 몸무게 초과로 화물칸에 타야 한다. 제주항공에서 강아지 전용 시트를 탑재한 전세기 노선을 만들었지만 케이지 포함 무게가 10kg 미만이어야 해 버찌는 이용할 수 없다. 일반 노선이 강아지를 동반하려면 7kg인 것에 비하면 완화됐지만 값도 비싸고 비행 스케줄도 한정적이라 이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여전한 아쉬움이다.

버찌’s Story by 박소연(아모레퍼시픽 디자이너)

강아지는 트렌드가 아니다 번개는 작고 귀여운 포메라니안이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성격은 꽤 앙칼진 편. 번개를 처음 보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번개에게 달려든다거나 갑자기 만지면 번개는 짖는다. 이를 본 아이의 부모는 “강아지가 왜 이리 사납냐”며 나를 질책한다. 강아지를 만지려면 견주에게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한다. 애견인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강조되는 것에 비해 사람들이 강아지와 견주에게 지켜야 할 에티켓은 잘 모르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다. 또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정말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무단으로 버려져 있다. 특히 치킨 뼈는 작은 강아지들에게 치명적. 피크닉을 즐긴 뒤 뒷정리하는 것은 환경에도, 산책 중인 강아지에게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반려견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온갖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의료 서비스는 개선이 되고 있지 않다. 강아지가 아파 병원에 가면 진료비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독일은 반려동물도 세금을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게 의무다. 우리나라도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좀 더 합리적인 치료비로 동물병원을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책임감 없이 유행하는 품종견을 키웠다 유기하는 사람들도 줄고!

번개’s Story by 이정(카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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