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기자의 안녕, 나사로] 아이에게 경험할 기회를 선물하라

최기영 2024. 5. 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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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부모의 역할
크리스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길을 가르치는 것이다. 픽사베이


‘5월 하면 떠오르는 날은?’ 이 물음에 ‘어린이 날’이라 답한다면 당신은 현재 영유아기 돌봄부터 취학 후 유년 시기 자녀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버이도 스승도 5월에 다가서기 전부터 자신의 날이 곧 도래함을 어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의 어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아들 딸 고객님들에겐 선물이 곧 목적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라면 경험적으로 안다. 단순히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 옷 신발 및 각종 기기들을 선물로 안겨주는 것만이 자신의 도리를 다 한 것이 아님을 말이다.

축구 스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키워내며 월드 클래스급 아버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손웅정 SON 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인터뷰와 저서를 통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연일 화제다. 그 중 하나가 부모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서 아이가 재능과 개성을 찾는 것,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아이를 인생의 스타트 라인에 갖다 놔주는 게 부모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아이가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해요.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그거 실수하면 안 돼. 실패하면 안 돼’라며 경험을 차단하는 겁니다. 아이에게 실수, 실패는 곧 경험이에요.”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라떼 시절 학습지 광고 CM송이 아직도 흥얼거려지는 걸 보면 광고의 힘이 참으로 대단하다. 스스로 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등 용어는 다양하지만 그 본질은 한 자아가 자기 스스로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있다.

동네 놀이터에서만 페달질하던 아들과 처음으로 한강 자전거 라이딩에 도전한 날이 생생하다. 긴장한 채 헬멧을 고쳐 쓰던 아이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곤 조심스레 자전거 전용도로로 나섰다. 전문 동호회 회원들이 추월해갈 땐 아이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자전거가 휘청거렸다. 잔뜩 긴장하며 균형을 맞추려는 아이의 등줄기엔 어느새 땀이 흘러 옷에 배었다.

20여분을 달려 쉼터에 멈췄을 때 뒤따라오던 아빠를 향해 고개를 돌린 아이의 얼굴엔 불안함과 두려움 그득했던 초반의 뒷모습 대신 새로운 경험치를 쌓아올린 사내의 위풍당당한 미소가 채워져 있었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도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엄마 아빠가 만들어주던 계란 프라이를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안전을 위해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끄는 건 부모의 몫이라고 일러두곤 주방에서 함께 채비를 했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식용유 두르기, 계란 투하, 소금 간하기, 적절하게 익혀 접시에 담기. 몇 개 되지도 않는 이 과정이 순탄하게 마무리됐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계란을 깨트릴 때 어느 정도의 초반 균열이 필요할지부터 난관이었다. 모서리에 계란을 몇 차례 두드리다 어림도 없자 조금 더 세게 두드리려던 아이는 눈앞에 흉물스럽게 흰자와 노른자가 흘러내리는 계란 폭탄을 목격해야 했다. 이미 아이의 눈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거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몇 개의 계란이 더 투입됐다. 프라이팬 바닥과 만난 노른자가 봉곳하게 형태를 유지한 채로 반숙을 만들어 낼지, 흰자와 납작하게 어우러진 완숙을 만들어 낼지는 또 다른 레벨의 과제였다. 완성된 계란 프라이를 프라이팬에서 접시에 옮길 땐 잔뜩 긴장한 고사리 손이 파르르 떨렸다.

아이에겐 늘 손님처럼 식탁에 앉아 쉽게 받아먹던 계란 프라이 한 접시에 상상 이상의 서사가 깔려 있음을 깨달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틀림없이 상상 이상의 소중한 경험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성경은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라고 말한다. 부모가 행한 결과물을 아이에게 전달만 하기보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마땅히 행해야 할 길을 가르칠 때 비로소 아이는 성장을 경험한다. 그 경험은 분명 아이의 인생 어느 시기에서든 떠나지 않은 채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 부모라면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 어떤 선물보다 몸소 새겨야 할 성경적 교훈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교훈’이란 이름의 선물만으로 어린이 날을 대신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진 않기를 바란다. 자녀 양육에 대해 에베소서 6장 4절은 분명히 기록한다.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는 말씀에 앞서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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