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훈아! 사랑아! 주원아! 우린 너를 통해 하나님을 본단다

신은정 2024. 5. 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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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자녀 양육하는 부모들의 감사·은혜가 가득한 신앙고백
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녀가 완벽한 하나님의 형상임을 고백한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양예훈군이 환하게 웃으며 찬양하고 있다. 연골무형성증인 손사랑양이 또래보다 어려 보이지만 야무지게 말씀을 암송하고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김주원군이 부모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사진=각 부모 제공, 그래픽=강소연


하나님이 주신 생명인 자녀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장애가 있다면 더 그렇다. 신체나 정신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편견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여전히 장애인을 부족한 존재이거나 기도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더미션이 만난 장애아 부모는 자녀가 완벽한 하나님의 형상임을 고백한다. 그런 모습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으며(창 1:26~27) 하나님의 목적 하심에 따라 지어졌다(시 139:13~15)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짧은 팔다리’ 장애, 완벽하게 아름답다

19개월 먼저 태어났지만 동생보다 한참 작은 손사랑(3)양은 연골무형성증 환자다. 엄마 김유진(31)씨가 사랑이 출산 전부터 운영한 인스타그램은 또래보다 작은 키와 짧은 팔다리 등 외모 덕분에 주목을 받았다. ‘리틀러브’라는 이름의 계정의 현재 구독자는 7만4000명이다. 엄마는 선천적 장애로 다른 아이와 달랐던 사랑이를 처음 본 순간 하나님이 지으신 완벽한 형상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고백했다.

“저희 부부가 만약 시간을 되돌려 선택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랑이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랑이는 제 눈에 완벽히 아름답거든요. 특히 팔다리가 너무 소중하고 예뻐요. 사랑이를 볼 때마다 하나님이 완벽하게 지으신 걸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600명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사랑이는 첫 장애인 성도였다. 김씨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처음엔 놀라시고 당황하셨지만 지금은 우리 가족이 장애를 잊을 정도로 다른 성도와 똑같이 바라봐주시는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사무엘상 16장 7절은 김씨가 힘들 때 묵상하는 구절이다. 그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외모가 아닌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는 것이 너무나 위로되고 가끔 요동치는 제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고 했다.

사랑이를 키우며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묻자 김씨는 “큰 위기의 순간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이가 조금 더 커서 장애를 인지할 때가 가장 힘들 수 있겠다 싶다”고 했다.

“아이가 장애를 비관하고 슬퍼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해요. 자신이 하나님의 존귀하고 아름다운 자녀임을 알고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이가 하나님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알게 하다

선은정(47)씨는 목사 사모인 자신도 한때 뇌병변장애가 있는 막내아들 양예훈(9)군의 회복을 기도하며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다. “하나님을 붙잡고 기도하는데 왜 제 아이의 병환은 그대로입니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선씨는 ‘예훈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쓸 거다. 너는 그냥 사랑해 주어라” 하는 마음을 느꼈다. 선씨는 지난 26일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는 이 한마디를 더 하자고 노력한다”고 했다. 선씨가 예훈이를 키우며 가장 힘이 된 찬양은 ‘있는 모습 그대로’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선씨는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그만둬야 했다. 직업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싶었지만 무산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밝은 예훈이의 미소를 오랫동안 지켜본 20대 한 청년으로부터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평생 부모를 원망했는데 우리 모자를 보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고백을 들었다고 한다. 선씨는 “예훈이를 통해 하나님이 누군가를 치유하는 일을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장애아를 키우며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감사’라고 했다. 아이를 출산하고 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재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도 예전엔 이벤트가 생겨야 즐거운 줄 알았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그 평범한 일상이 행복한 줄 몰랐던 거죠. 아이가 태어나서 때가 되면 모유를 끊고 밥을 먹고 또 학교에 들어가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그냥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장애 덕분에 연결된 인연들

최지혜(가명·38)씨는 극희소질환인 ‘GNAO1’을 앓는 김주원(13)군으로부터 완벽한 위로를 받았을 때를 생생히 기억했다. GNAO1은 신경 장애 중 하나로 발달 지연과 함께 뇌전증, 발작 등을 동반한다.

“주원이가 3살 때 여러 가지 상황으로 너무 힘들어서 울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제 손가락을 잡아 주면서 환하게 웃더라고요. 그때 주원이를 통해 하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완벽한 하나님의 위로였습니다.”

평범한 일상은 주원이로 인해 행복으로 변한다. 최씨는 지난 25일 “주원이가 두 돌 때 ‘아빠’라고 말했을 때, 못 걷던 주원이가 로봇 치료 중 처음 몸을 세우고 걸었을 때도 형용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며 “누구에겐 작고 당연한 것 하나도 우리에겐 감사”라고 했다.

‘만남의 축복’ 역시 아이를 통해 이뤄진 기적이다. 주원이는 7살 무렵 질환의 증상으로 생사의 고비를 맞았다. 그때 주원이를 살린 건 중보기도를 위해 개설한 SNS였다. 해외에서 같은 질환 자녀의 부모와 연결됐고 그들이 추천한 치료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최씨는 “지난여름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아무런 약이 듣지 않을 때도 미국의 같은 질환의 부모님이 알려준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었다”며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온라인상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지혜를 나눌 수 있는 만남을 허락해 주시는 것은 우리를 위해 예비해 주신 주님의 은혜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원이 이름에는 ‘주님의 소원을 이룬다’는 뜻이 담겼다. 최씨는 “하루하루 주님의 능력으로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주원이를 통해 알게 된다”며 “질병의 고통 속에 있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그분과 동행하며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병상련 ‘위로’… 인식 개선 절실

김나단 김연선 부부 선교사가 최근 인스타그램 ‘햇살콩’에 발달장애 부모를 섬기는 사역을 계획한다며 올린 글. 인스타그램 캡처

‘햇살콩’이라는 SNS 활동명으로 더 잘 알려진 김나단(34) 김연선(33) 선교사 부부는 빠르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발달장애 자녀의 부모를 돕는 사역을 기획하고 있다.

김 선교사 부부는 지난 30일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쉼과 회복을 주고 싶다”며 “관련 사역을 준비한다는 글을 SNS에 올리자마자 특수작업치료사 등 여러 명이 연락을 하는 등 돕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에 장애아 부모와 동행을 결심했다. 김 선교사 부부는 2년 전쯤 첫째 딸에 대한 자폐 스펙트럼 진단 과정을 SNS에 공개했다. 중보기도를 요청한 글엔 수많은 메시지가 이어졌다. 김 선교사 부부는 “한 목사님은 교회 내에도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기에 자녀의 장애를 주변에 말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며 “심지어 아이의 조부모에게도 말 못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한 어머니가 자녀의 자폐 진단을 받은 날 목숨을 저버린 기사를 접하기도 했다. “우리도 진단받던 날 차에서 한참을 울었다”며 “막상 당사자 부모가 되면 고난을 이해하고 견뎌내며 회복에 이르기까지 참 어렵다”고 했다.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이 국내보다 앞섰다고 알려진 북미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역하는 그레그 해리스 목사는 지난 3월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 기고 글에서 “우리는 장애인이 유전적 결손이나 염색체 이상, 발달 지연, 예외적 특성을 보면서 다른 사람보다 하나님의 형상을 덜 갖고 있지는 않은가 하며 의심한다”며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그리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지어졌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믿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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