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재창당 넘는 혁신”…‘당심 100%’ 문제엔 “잘 듣겠다”고만

김효성, 조수진 2024. 5. 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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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참패를 수습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재창당 수준을 뛰어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열린 자세로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쇄신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황 위원장은 6월 말 또는 7월 초 개최하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뽑힐 때까지 국민의힘을 이끈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관리형 비대위’여서 전당대회 준비만 한다면 국민의 큰 질책을 받을 것”이라며 “관리와 혁신을 구별하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지는 당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개월은 짧은 시간이지만 국내외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며 “이를 확실히 하겠다는 게 황 위원장의 뜻”이라고 했다.

황 위원장은 또 “우리 당은 보수 가치를 굳건히 지키면서 주변을 설득해 지지를 확장하려는 정당”이라며 “결코 보수 가치를 약화하거나 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유혹은 오히려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혼란케 하고 분열시킬 뿐”이라고도 했다. 야당을 향해선 “여야가 나뉘었다고 국론마저 나뉘어서는 국가가 바로 설 수 없다”며 “우리도 더불어민주당 주장을 존중할 테니 민주당도 우리 당 주장을 받아들여 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가운데)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황 위원장은 9일 뽑히는 새 원내대표와 논의해 비대위원을 인선한다. 7~9명의 비대위원 중 임명직 4명에는 여성과 청년,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당협위원장을 우선 배치할 계획이다. 정치 신인이 다수였던 한동훈 비대위와는 달리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전면 배치해 현안에 즉각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황 위원장은 “일머리, 일솜씨가 있는 분들을 모셔서 할 일을 신속히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우여 비대위의 핵심 과제는 전당대회 경선 규칙을 개정하는 문제다. 김기현 전 대표를 선출한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당심이 곧 민심”이란 명목으로 당원만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당원 100%’로 당헌·당규를 바꿨다.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인사를 지도부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친윤계가 주도해 만든 규칙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최소한 2006년 한나라당 때부터 적용하던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비윤계 당권 주자도 앞다퉈 “민심을 섞어야 한다”(나경원)거나 “민심 반영 비율이 30~50%는 돼야 한다”(안철수)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해 3일 황 위원장은 “모든 의견을 열린 상태에서 다 모아서 당헌·당규 개정 요건에 맞으면 개정할 것이고, 그 절차는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가타부타 본인의 의견을 밝히진 않은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전당대회의 또 다른 화두는 집단 지도체제로의 전환 여부다. 새누리당 시절인 2016년 20대 총선 패배 후 대표·최고위원을 분리해 선출하는 단일 지도체제가 도입됐다. 당시 중량급 인사로 구성된 지도부가 공개석상에서 치고받는 일이 잦아 비효율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이후 최고위원의 무게감이 떨어지고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면서 지도부 위상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친윤계처럼 특정 계파가 대표와 최고위원을 모두 독식하는 문제도 커지면서 내부 견제 기능이 마비되는 부작용도 컸다. 집단 지도체제는 대표·최고위원 선거 구분 없이 득표순으로 1등이 대표최고위원을, 2~5등이 최고위원을 하기 때문에 비주류도 지도부에 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와 관련해 황 위원장은 “지도체제는 하루아침에 정해진 게 아니고 많은 논의와 실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의견마다 장단점이 있어 당선인과 당원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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