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세기의 재판'서 드러난 구글·애플의 27조 거래

윤정민 2024. 5. 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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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검색 플랫폼인 구글이 자신들의 검색 엔진을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기 위해 2022년에만 200억 달러(약 27조원 3000억원)를 애플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검색 엔진 시장의 90%를 장악한 구글의 미래가 달린, 미국 정부와의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다. 해당 소송 재판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최후 변론 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 간의 거래 내용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구글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문서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앞서 구글은 2021년 아이폰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검색 광고로 벌어들인 수익의 36%인 180억 달러를 애플에 지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거기에 더해, 이번에 나온 문서 상으로는 전년보다 20억 달러 더 많은 금액을 애플에 지급한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해


구글의 검색엔진은 모회사 알파벳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구글의 반독점 위반 혐의를 인정한다면, 시장에선 구글이 관련 부서를 분리하거나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색 시장을 사실상 독주해 온 구글의 주요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애플과 아마존, 메타 등 반독점 문제로 미국 정부와 유사한 소송을 치르고 있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일(현지시간) 최후 변론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이번 재판은 이후 늦어도 수개월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반독점 재판’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재판은 미국 법무부가 2020년 구글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AT&T 등 무선사업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지급하며 검색 엔진 독점권을 유지했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과정에서 구글이 제조사들과 맺은 계약 내용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다.

구글과 애플은 2002년 처음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 엔진을 무료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3년 뒤엔 구글이 광고로 얻은 수익을 애플에 공유하기로 했다. 이후 애플은 사용자들에게 구글과 야후 중 원하는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구글이 ‘구글 엔진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하지 않으면 수익 공유도 없다’며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글 측은 ‘(애플에 지급된 금액은)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이고, 사용자들은 클릭 몇 번으로 자유롭게 검색 엔진을 바꿀 수 있음에도 최고의 제품을 선택해 온 것’이라며 반박해 왔다.

애플과 구글 로고. 사진 애플 뉴스룸 캡처

전에도 말야


미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 윈도우 운영체제로 시장을 장악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었다. MS가 윈도우를 판매하며 워드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다른 프로그램들을 함께 끼워 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미 정부는 MS에 사업부문 분리를 요구했지만, 결국 벌금을 내고 사업 운영 방식을 개편하는 선에서 소송이 마무리 됐다. 이번 구글 반독점 소송은 MS 소송 이후 미 정부가 제기한 최대 규모의 반독점 소송으로 꼽힌다.

이것도 알면 좋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2023'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과정에서 구글과 경쟁 관계인 MS가 인공지능(AI) 분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오픈AI에 투자하게 된 과정도 일부 공개됐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 중에는 지난 2019년 6월 케빈 스콧 MS 최고기술책임자(CTO)가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에게 보낸 이메일도 포함돼 있었다.

‘오픈AI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스콧 CTO는 “구글이 검색 분야에서 경쟁적이고 중요한 AI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에 맞서기 위해 오픈AI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MS는 몇 주 후 오픈 AI에 10억 달러(약 1조 400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MS는 투자 금액을 늘리며 오픈AI와 AI 공동전선을 꾸렸고, 현재 AI 기술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이메일은 구글의 시장 독점에 대한 다른 기업들의 대응과 관련한 증거 중 하나로 제출됐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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