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따라 30분... 이런 도서관, 부럽습니다
[김현숙 기자]
▲ 도서관 간판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라 특별히 간판이 필요치 않아보였다. 관리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
ⓒ 김현숙 |
100일의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함께하는 온라인 독서 글쓰기 모임에 공지가 떴다. '이번 오프모임 장소는 경기 광주 퇴촌의 베짱이 도서관입니다.' 멤버 중의 한 분이 그곳 주민이며 베짱이 도서관 열혈 이용자였다. 도서관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꽃피고 연두 순 올라오는 좋은 계절에 나들이 겸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니 이보다 환상적인 조합은 다시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민 없이 신청했다.
제일 먼저 '서울 한 복판에 위치한 도서관과는 무엇이 다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작은 도서관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면, 리 단위에 위치한 베짱이 도서관만의 매력이 따로 있을 것 같았다. 우리 도서관을 대표하여 벤치마킹하고 오겠다며 호언장담했다.
경기광주역에서 모였다. 선생님을 제외한 모두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자차를 가져오신 분들의 차를 얻어 타고 구불구불 산길 따라 30분가량 빨려 들어갔다. 완연한 신록의 계절이 선사하는 봄의 왈츠에 마냥 들뜨는 마음을 두어 번은 꾹꾹 눌러야만 했다.
▲ 입구사진 현관 입구에 보여지는 안내들 |
ⓒ 김현숙 |
책 지기의 손길이 그림, 사진, 소품 등으로 세밀화를 그려 넣은 듯 빼곡하게 닿아있었다. 개인 서재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서재를 연 베짱이님은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면서 숨통을 틔우기 위해 책방을 열었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살겠기에 그랬다고 했다. 문화시설이 열악한 곳에 소박하게 들어앉은 서재형 도서관은 주민들의 환영은 물론 보배와도 같은 장소가 되었다. 부담 없이 넘나드는 마을 사랑방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가 흐릿한 곳, 서재와 도서관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없는 곳이었다. 그제야 '베짱이'라는 이름이 추구하는 서재 주인의 신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책전시 내부 아기자기하게 코너가 마련 |
ⓒ 김현숙 |
'해볼까'라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가 내 일 인양 십시일반 손을 보태고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일은 어느새 저질러져 있다. 네 일과 내 일을 따로 떼지 않고 합심하여 모두의 행복을 함께 지어가는 곳이었다.
어떻게 하면 후원회원을 늘릴까 궁리하고, 수익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지원한 공모사업이 당선되길 기다리는 도심 속의 작은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살짝 부러웠다. 무릉도원의 평화로움과 세속에서의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대비되는 지점이었다.
▲ 정원이 내다보이는 거실 자연과 하나된 느낌 |
ⓒ 김현숙 |
상대적인 차이에 불과할 뿐, 사실 도심 한복판의 도서관이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임대료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세속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사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는 다르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일은 소득을 얻고, 정체성을 찾고, 사회에 기여하며, 타인이 사는 방식에 맞춰 살아가는 주요 수단이라고 했다. (일 하지 않을 권리, 데이비드 프레인)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만연되어 일의 병폐를 쉽게 간과한다. 일을 줄이고 일이 가하는 제약에서 벗어난 연대와 활동을 더 많이 개발하려는 구상을 베짱이 도서관은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말만큼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게 해준 '베짱이 도서관'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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