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속 돌파구?”…유업계, A2 원유 장기적 해답될까

임유정 2024. 5. 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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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우유 경쟁력 강화‧소비자 선택권 확대
에잇포켓 시장 주목…“프리미엄 제품 각광”
수익성 하락…우유급식‧프랜차이즈 납품 등 문제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우유를 원료로 하는 각종 유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유업계의 원유 고급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저출산 속 국산 우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2026년 관세철폐를 앞두고 수입산 제품으로부터 가격 경쟁력에 밀려 다양한 손해를 초래할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는 신제품 A2+ 우유를 선보였다. A2는 일반 우유에 담긴 A1·A2 단백질 중 A2만 가진 젖소에게서 생산한 우유를 말한다. 장내 염증이나 배앓이를 유발할 수 있는 A1 단백질이 없어 소화력이 높다. 침체에 빠진 흰 우유시장을 살릴 ‘게임체인저’로 꼽는 이유다.

이에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A2 원유 비율을 100% 교체한다는 목표다. 서울우유 조합원의 모든 목장에서 A2 원유가 생산될 수 있도록 전 라인을 A2 우유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일평균 약 1900톤의 원유 중 3%인 50톤을 A2 우유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연세유업도 작년 10월부터 ‘세브란스 전용목장 A2단백우유’를 국내 전용목장서 직접 생산해 판매를 개시했다. 연세유업의 A2 우유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이 300만개를 넘어서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업계의 이같은 노력은 매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고, 먹거리가 갈수록 다양해져 국내 우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업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고객층 다변화로 어려움을 분산시켜 나가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산율 둔화됨에 따라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와 삼촌, 이모(고모)까지 지갑을 연다는 ‘에잇 포켓’(8 Pocket)시장이 꾸준히 성정하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프리미엄 제품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단순히 유통기한과 가격 등을 비교해 고르는 ‘습관성 구매’가 두드러 지는데, 이러한 흰우유의 ‘저관여 소비’의 일정한 패러다임을 제품 기능과 혜택에 맞춘 ‘고관여 소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시도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A2+ 우유’ 광고 모델 배우 박은빈ⓒ서울우유협동조합

다만 우유 단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물가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큰 상황인 데다, 오는 2026년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를 앞두고 있어서다. 수입산 제품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경쟁 과열로 인한 국산 제품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시기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 제품이 대거 들어올 수 있는데, 멸균우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만큼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멸균우유의 유통기한은 대개 1년이다. 이는 평균 11~14일에 불과한 신선우유보다 유통기한이 26~33배나 길다.

여기에 B2B 공급망이 끊길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등이 라떼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우유를 수입산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해 나갈 수도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유업계끼리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우유로 수익을 내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해외 제품을 선호하게되면 국내 유업체의 제품들은 이들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우유 생산이 줄어들게 되고, 그리되면 결국엔 낙농가도 납품량이 줄어들게 돼 유업계 낙농가 종사자 모두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유 단가가 올라가게 되면 우유급식 시장에 대한 전망도 위태로워 진다. 현재 우유급식 시장은 기존 채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단가가 낮다 보니 ‘박리다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로 학령인구가 지속 감소하는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유 급식은 사실상 민간 기업이 지속 운영하기에 어려운 수익 구조다”며 “특히 어릴때부터 우유를 마시며 생활해야 우유에 대한 습관과 관심이 지속되는데, 저출산과 우유급식 시장 축소로 인해 시장 침체 마저 지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설상가상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매년 원윳값 인상분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악재로 통할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 타 식품사의 경우 통상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유업체들은 5% 미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관점에서 프리미엄 제품은 유기농 제품으로 인지하고 있고, 그렇다고 락토프리 우유도 아니라서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거 같다”면서도 “저출산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업계 본업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지속하고, 고급화에 선제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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