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상종가 KLPGA 현 위상에 김정태 회장의 지분은 없다

정대균 2024. 5.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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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 임원 선임 파행에 대한 사과 전혀 없어
감사 동원해 이사회의 내용 유출자 색출 나서
이사회 문제점 보도 언론에 취재원 공개 요구
KLPGA 정기총회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태 회장. KLPGA제공


인기 절정의 KLPGA투어가 이른바 ‘회장님 리스크’로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협회 규정을 무시한 채 임원 선임을 강행한 김정태 회장의 무소불위의 독단적 행태에 다수의 이사들이 반발했다. 그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제보자 색출과 해당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히라며 감사 명의의 메일을 보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다.

김정태 회장이 KLPGA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입을 막는 ‘입틀막’도 부족해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겁박하기 위해 재갈을 물리는 ‘언틀막’까지 서슴치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 29일 있었던 이사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수석부회장, 부회장, 전무이사 등 집행 임원 선임 안건을 심의했다.

KLPGA 집행 임원은 회장이 추천한 이사 가운데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회장이 선임하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다. 회장은 이사회 동의를 얻은 집행 임원 후보에 대해 임명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투표 결과 김순희 수석부회장과 김미회 부회장은 과반 이상을 득표해 법적 요건을 충족했다. 반면 최윤경 전무이사는 과반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선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김 회장은 각 지위별 임원에 대한 투표가 종료될 때마다 선임을 의결했다. 그 자체가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전무이사의 선임을 강행하기 위해 수석부회장과 부회장의 임명을 보류했다. 다수 이사들의 거센 반대가 있었다.

그러자 김 회장은 3명을 패키지로 묶어 찬반 여부를 묻는 ‘꼼수’ 투표를 강행했다. 과반이 반대를 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전무이사 선임 의결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이사들이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 과반 이상의 이사들이 반대 했다며 임원 선임안은 차후에 이사회를 재소집해 다시 논의키로 한다며 이사회를 서둘러 마쳤다.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9일 이사회를 재소집했다. 결과는 3월 29일 이사회와 똑 같았다. 적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전무이사 선임건을 인정해달라는 김 회장의 요구에 반대파 이사들이 더 이상의 갈등을 원치 않아 동의를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했다.

결론적으로 집행 임원 선임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것은 자신이 추천한 전무이사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선임하려는 김 회장의 독단적 행동이 빚어낸 것이었다.

더 심각한 사태는 그 이후에 불거졌다. 김 회장이 이사회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문제 삼으면서다. 일부 이사들의 전언과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회 상황이 언론에 보도되자 진노한 김 회장이 이사회 내용을 외부에 알린 유출자를 찾아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이번에는 감사가 나섰다. 감사는 명백한 독립기구다. 김 회장도 경우에 따라서는 감사 대상이다. 그런데도 2명의 감사 중 최근에 선임된 A감사가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결기까지 내보였다고 한다.

급기야 A감사는 홍보팀에 해당 언론사 담당 기자에게 취재원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했다. 취재원 보호는 기자들이 지켜야할 최우선의 원칙임에도 A감사는 김 회장을 위한 호위무사 역할에 충실했다.

감사의 행동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감사는 사무국 감사와 언론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에 앞서 논란이 된 집행 임원 선임 절차가 적법했는 가를 먼저 따져 봤어야 했다. 알고도 그런 행동을 했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이다.

어쩌면 그것과 무관하게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감사가 움직였을 수도 있다. 그것은 또 다른 C감사가 지인에게 밝힌 심경으로 충분히 유추가 된다. C감사는 지인에게 일련의 사태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울먹이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는 회장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진상이 철저히 밝혀져야 하며 그 지시를 내린 당사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KLPGA투어에서 왜 이런 불미스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것은 항간에 떠도는 김 회장의 연임설과 무관치 않다. 하나금융그룹 회장 재직시 취임한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총회까지다.

김 회장은 지난 2022년 3월 말에 하나금융그룹 회장직에서 퇴임했다. KLPGA 회장직은 그보다 앞선 2021년부터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주변에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다닌다는 소문은 파다하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규칙까지 바꾸려다 보면 불협화음은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징후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올 1월에 자회사인 KLPGT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정관을 전격 개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개정된 정관은 KLPGT의 대주주인 KLPGA 이사회가 KLPGT 대표 이사를 추천하고 KLPGT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를 선임한다고 돼 있다.

한 마디로 KLPGA 회장이 KLPGT 대표이사를 임명한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KLPGT 대표이사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KLPGA 회장에게 충성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김 회장의 연임은 오롯이 회원들이 선택할 몫이다. 오지랖 넓게 한 수 훈수를 두자면 회장이 협회 발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 지는 꼼꼼이 따져야 할 것이다. 과보다 공이 크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다시 모셔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 때 회원들 사이에서 김 회장의 거취를 놓고 날선 공방이 오간 적이 있다. 그가 2020년에 설립한 AGLF 때문이었다. 지금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AGLF 발전을 위해 KLPGA에 손해를 끼쳤다는 불만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에 AGLF 주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시몬느 아시아 퍼시픽컵을 현지에서 진두지휘한 것이 알려지면서 기름에 물을 부은 꼴이 됐다. 당시 같은 기간에 자신이 수장을 맡고 있는 KLPGA투어는 강원도 정선에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이 열리고 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김 회장의 대처 방식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집행 임원 선임이 파행된 것과 관련해 어떤 공식 사과도 아직 없다. 이른바 언틀막에 대해서도 자신은 무관하며 독립기구인 감사들의 일탈과 담당 직원의 미숙한 업무 처리로 치부하면서 꼬리 자르기에 골몰하고 있다.

반면 자신과 부인의 프로암 참석과 관련된 언론 보도는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비토했던 일부 임원들의 프로암 참석 현황과 향후 프로암 운영 계획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프로암은 KLPGT 소관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KLPGA 회장의 지시는 명백한 월권 행위다.

KLPGA는 3043명의 회원이 주인이다. 결코 어느 특정인의 놀이터 내지는 호구지책이 돼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투어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선수분과위원회의 반응이 전혀 없다는 건 다소 의아하다. 아무리 기량을 갈고 닦아도 투어가 사라지면 그 노력은 허사다. 이럴 때일수록 투어의 주축인 투어 프로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그것이 주인의 당연한 권리기 때문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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