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구조금 받으면 정상 참작? 감경항목서 빼라”

이정헌 2024. 5. 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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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훈(사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원이 가해자의 금전적인 지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하고 있다"고 현행 '유족구조금' 제도의 함정을 지적했다.

범죄 피해자 측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지급하는 유족구조금이 재판에서 되레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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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훈 형사법무정책硏 연구위원
“고액 체납자 추징 후 깎아준 격
가해자에 유리, 피해 회복 방해
양형 기준 바꿔 오판 없게 해야”

안성훈(사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원이 가해자의 금전적인 지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하고 있다”고 현행 ‘유족구조금’ 제도의 함정을 지적했다. 범죄 피해자 측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가 지급하는 유족구조금이 재판에서 되레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작용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대법원 양형 기준 감형인자에서 범죄 피해자 구조금은 아예 제외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는 2일 안 연구위원과 인터뷰했다.

우리 정부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따라 범죄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한다. 관할 검찰청에서 범죄피해구조심의회 심의를 거쳐 구조금을 지급하고, 이후 검찰이 가해자에게 가압류 등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1·2심 법원이 유족구조금을 피고인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감경 요소로 보고 판결하는 일이 종종 있어 왔다. 국가의 구상권 행사에 따라 피고인이 나중에 강제적으로 변제하는 돈을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연구위원은 “국가가 고액·상습 체납자에게 강제 징수를 해놓고선 ‘모범 납세’라며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범죄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은 무뎌지고, 피해 회복은 더뎌지게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해자가 감형받게 될 것을 우려해 범죄 피해자 측이 유족구조금 신청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군포 음식점 살인 사건 등의 유족들이 구조금 수령을 거부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남자친구에게 191차례 흉기로 찔려 살해당한 피해자의 유족도 1심 선고 전 수령한 구조금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된 뒤 “양형에 영향을 미칠 줄 알았다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 연구위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표 상 감경 요인 항목에 ‘유족구조금 제외’가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살인범죄 양형기준에서는 ‘실질적 피해 회복’과 ‘상당한 피해 회복’이 각각 특별·일반양형인자로 돼 있다.

그는 “법관이 양형 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그 사유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기준을 벗어나기가 부담된다”며 “(양형 기준 변경은) 재판부의 오판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안 연구위원은 현재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실무위원회 위원, 한국피해자학회 연구이사,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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