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띠 두르며 막던 화장장…이젠 "우리 마을 달라" 피켓 든다
전국 자치단체가 부족한 화장 시설 조성에 나선 가운데 주민들은 "우리 동네에 추모시설을 만들어달라"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기피시설이라며 극구 반대하던 과거 모습과 상반된 모습이다. 주민 태도가 달라진 데는 지원금 등 인센티브도 한몫하고 있다고 한다.
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는 2028년 말 완공을 목표로 화장장을 갖춘 추모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33만㎡ 부지에 화장시설·장례식장·봉안시설·자연장지·유택동산 등을 갖춘다. 화장로는 총 8기를 만든다. 포항시는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모공원 내 장사시설을 20%, 공원시설을 80% 비율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박물관·전시관·야구장 등도 만든다.
80년 넘은 화장장…포항 화장 ‘과부하’
시는 최근 해당 시설의 부지 선정을 위해 공모에 나섰다. 그 결과 모두 7개 마을이 신청했다. 시는 추모공원 부지로 선정된 마을에는 지원기금 40억원을 주기로 했다. 또 화장시설 사용료 징수액 20%를 30년간 지급하고 주민에게 일자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유치지역 해당 읍·면에는 주민지원기금 80억원과 45억원 규모 편익·숙원사업을 제공한다.
포항시 관계자는 "입지 선정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피시설로만 생각했던 화장장 유치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뜻밖이다"며 "주민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더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남도 포항시 동해면 추모공원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역에 화장장을 유치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방문객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포항시립화장장(화장로 3기)과 구룡포시립화장장(화장로 1기) 등 화장장 2곳을 운영중이다. 각각 1941년과 1978년에 지어 83년, 46년째 가동한다. 화장로 4기를 하루 4회씩 총 16회 가동할 수 있는데 이는 권장 사용량인 하루 12회를 웃돈다.
포항시 관계자는 “화장로가 항상 만원이다 보니 제때 화장을 하지 못하고 4~5일장을 치르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전국적으로 사망 후 3일차 화장 비율은 63.8%, 4일 이후 화장은 36.2%로 집계됐다.
화장장 유치전은 경기도 양주시에서도 나타났다. 양주시는 83만㎡ 규모 부지에 종합장사시설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주민 공모 사업으로 장사시설 후보지 신청을 받았다. 장사시설을 유치하는 지역에 최대 400억원과 장사시설 내부 식당·카페 등 수익시설 운영권(20년), 지역주민 우선 고용권 등을 제시했다. 그 결과 6개 마을이 응모했다. 양주시는 최종 후보지가 된 방성1리에 100억원, 인근 마을엔 300억원 등 총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님비 시설 옛말, 파격 혜택에 유치전도
화장로 증설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영락공원 화장로를 현재 11기에서 6기를 추가 증설해 2026년 완공할 계획이다. 경북 경주시도 지난달 경주하늘마루 장사시설 화장로를 7기에서 8기로 늘린 데 이어 하반기 1기를 추가 조성한다.
포항·광주광역시=김정석·황희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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