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언론사 4곳에만 뿌렸다…'檢총장 부인계좌' 조작 미스터리

김준영 2024. 5.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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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전 MBC 기자가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이원석 검찰총장 뇌물수수 의혹’ 방송 예고 동영상을 올렸다가 철회한 배경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대검찰청의 경고에 결국 본방송은 불발됐지만 장 전 기자가 “2016년 피의자로부터 거액 수수 확인”이란 문구까지 쓰며 방송을 예고한 데는 이 총장 부인의 계좌거래내역을 조작한 자료가 활용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두 개인 계좌간 출·입금(이체) 내역을 위·변조한 자료다.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달 30일 낮 12시쯤 올린 예고 영상. 이후 대검 반박문이 나오자 삭제된 상태다. 사진 유튜브 캡처


대검찰청에 따르면 장 전 기자가 보도하려던 의혹은 ▶2016년 3월 25일 당시 ‘스폰서 검사’ 의혹 관련 사건 피의자였던 박모 변호사의 부인 정모씨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이 총장의 배우자인 오모씨의 SC은행 계좌로 3000만원 송금 ▶2016년 4월 15일 정씨가 오씨의 우리은행 계좌로 1100만원 송금 ▶당시 박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 등에서 수사를 받는 피의자였으므로 위 돈은 직무상 대가인 뇌물로 보인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현직 검찰총장이 탄핵당할만한 중대한 비리다.


총선 직전 4개 언론사에 동시다발 제보…檢 “명확한 의도”


장 전 기자가 본인의 유튜브와 서울의소리 채널에 ‘[단독특종] 검찰총장 뇌물 수수 의혹’이라는 예고편을 올린 건 지난달 30일 낮 12시지만, 실제로 대검에 관련 문의가 처음 들어온 건 3개월여 전인 1월 초순부터다. 대검은 “장 전 기자를 비롯한 일부 언론 매체는 지난 1월 10일부터 터무니없이 조작된 허위 자료를 토대로 사실확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총선 석 달 앞인 1월부터 같은 금융계좌 거래내역 자료를 건네받은 매체는 최소 네 군데로 파악됐다. 대검이 밝힌 일간지 ○○○신문과 인터넷 매체 ○○타파 외에도 지상파 방송사 ○○○ 역시 제보를 받았다. 이 중 ○○○신문과 ○○타파는 대검에 사실 확인 후 “오해가 풀렸다”며 보도를 접었고, 방송사 ○○○은 “검사가 뇌물을 계좌로 받는 게 말이 되냐”며 자체적으로 취재를 접었다고 한다.

장인수 전 MBC 기자가 지난달 30일 낮 12시쯤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예고 영상. 이후 대검 반박문이 나오자 삭제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다시 말해 누군가가 조작된 계좌거래내역 자료를 동시다발적으로 언론사에 제공했고, 이 중 두 군데는 사실 확인 후 포기, 한군데는 자체 포기, 장 전 기자만 보도에 나서려고 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4개 매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윤(反尹)·친야(親野) 성향을 띠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보 시점과 매체 선택의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변호사 부인 출·입금 내역에 총장 부인 계좌번호 ‘복붙’”


4개 매체에 제공된 자료 역시 아무나 조작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대검에 따르면 ○○○신문은 해당 자료를 두고 “사실관계가 틀릴 수 없는 기록을 확인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장 전 기자가 예고했던 생방송(지난달 30일 밤 9시 예정)엔 22대 국회의원 당선인인 신장식(변호사)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는 적어도 해당 자료가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였다는 방증이다. 실제 이들에게 제보된 자료의 기본 틀은 2016년 ‘스폰서 검사’ 의혹 피의자인 박 변호사의 부인 정씨의 신한은행 계좌 출·입금(이체) 내역이다. 특히 해당 양식은 “은행 내부에서 쓰이는 전산용 양식이라 일반인은 얻기 어렵다”(금융권 출신 국회 보좌진)고 한다.

장 전 기자 등 복수의 매체가 제보 받은 엑셀 파일 중 일부. 2016년 '스폰서 검사' 사건 피의자 박모 변호사의 부인 정모씨의 신한은행 계좌 거래 내역에 이원석 검찰총장 부인 오모씨 계좌를 삽입한 형태다. 사진 대검찰청


‘국회 인사청문자료’+‘공수처 수사자료’ 유출 가능성도


이 때문에 박 변호사를 수사한 사정기관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내부 수사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법조계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공여 의혹 사건을 담당해 2022년 3월 기소했다”며 “공수처가 확보한 자료가 외부로 흘러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에서만 확인 가능한 검찰총장 부인 오씨의 계좌번호가 삽입되며 ‘조작’ 자료의 신빙성이 높아졌다. 일반인인 오씨의 SC·우리은행 계좌는 2022년 이 총장의 청문회 참고자료로 국회에 제출됐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정씨 신한은행 계좌 전산 거래내역에 총장 부인의 계좌번호를 ‘복사·붙여넣기’ 방식으로 덮어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도 취소’ 장인수 “제보자 고발 검토”…檢 “방송 의도 밝혀야”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정치권과 사정기관 자료에 접근 가능한 복수의 인사가 자료를 조작한 뒤 제보자가 여러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에 대해선 “‘스폰서 검사’ 사건 관련자일 가능성이 있다”(법조계 관계자)는 말이 나온다.

대검 반박 직후 개인 유튜브에 “많은 분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올리며 방송을 취소한 장 전 기자는 2일 ‘제보자가 스폰서 검사 사건 관련자냐’는 중앙일보 질문에 “공개 여부는 생각 좀 해보겠다”며 “(제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뉴스1


검찰 안팎에선 제보자뿐 아니라 장 전 기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후곤 전 서울고등검찰청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누가 계좌를 조작하고, 어떤 의도로 방송까지 하려 한 것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썼다.

검찰 관계자는 “조작·유포한 자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전자기록 변조죄, 사문서변조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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