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 플랫폼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5. 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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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노브랜드

노브랜드?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No Brand)가 아니다.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 기업인 노브랜드(Nobland)가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와 한글 사명은 같지만 영문 표기는 다르다. 이번에 상장하는 노브랜드 사명은 ‘고귀한’이라는 뜻의 ‘노블(Noble)’과 ‘땅’이라는 뜻의 ‘랜드(Land)’가 결합된 단어다.

글로벌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 노브랜드의 베트남 공장 내부 모습. (노브랜드 제공)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

차별화된 디자인 역량

1994년에 설립된 노브랜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은 물론 제품 디자인도 직접 도맡는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영위한다. 회사는 나아가 의류 기획을 총괄하는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 도약하고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자체 소재 개발부터 디자인 제안 등 제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게 노브랜드의 사업 모델이다. 본사는 서울. 베트남법인과 인도네시아법인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공정을 도입해 실시간 생산 현황을 고객사에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노브랜드 고객사는 대형 할인 소매점부터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의류 브랜드 갭, MLB, 디스커버리 등 일부 제품을 자체 디자인해 생산한다.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 애슬레타 등의 캐주얼 의류를 제조하며, 타겟과 월마트 등 소매 브랜드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올해도 프로엔자슐러, 수프라, 듀베티카 등을 신규 고객사로 맞이했다.

노브랜드 고객사 중에는 협업 전부터 알려진 브랜드도 있지만, 처음부터 함께 성장한 신생 브랜드도 여럿이다. 아리찌아와 누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캐나다 여성복 브랜드 아리찌아는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매장 수가 2008년 28개에서 지난해 114개로 늘어났다. 노브랜드와는 2011년부터 협업 중이다. 그사이 거래 규모는 2011년 10만달러에서 2022년 5700만달러로 500배 이상 확대됐다.

누즈 역시 동반 성장의 대표 사례다.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216만명을 보유 중인 인플루언서 데너 부부가 노브랜드와 협업해 2022년 선보인 누즈는 브랜드를 내놓은 지 1년 만에 매출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노브랜드는 브랜드 초창기부터 긴밀히 협업해 동반 성장하는 전략인 ‘브랜드 인큐베이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수출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노브랜드의 지역별 수출 비중은 미주 지역이 약 85%에 달한다. 그 외 유럽과 아시아 등은 15% 수준이다. 미주에 치중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아시아 수출 물량이 많은 F&F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시아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 유동성 위기 겪어

엔데믹에 실적 회복세

노브랜드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유동성 위기로 회사가 크게 흔들린 적도 있다. 2008년 발생한 ‘키코(KIKO)’ 사태를 겪으면서다.

키코는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통화 옵션 상품이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환 변동 위험을 줄여 이익을 내거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달러당 원화 가치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달러 가치가 급격히 치솟은 탓에 900여개 기업이 피해를 봤다. 노브랜드도 그중 한 곳이었다.

노브랜드 관계자는 “2008년 키코 가입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 생산성 개선에 힘쓴 덕분에 차입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굴곡이 있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했지만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실적이 주저앉았다. 팬데믹 여파로 2020년 207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실적이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20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고, 2022년 477억원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20년 4005억원에서 2021년 4696억원, 2022년 5529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22년은 영업이익률 8.6%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매출이 4591억원으로 줄며 영업이익이 105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이연 수요와 선행 지표를 고려하면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본다. 당장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이연돼 지난 2022년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브랜드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5월 13~14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총 12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8700~1만1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712억~901억원이다. 삼성증권이 노브랜드 상장을 주관한다.

CEO에게 듣는다 |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2030년 매출 1조 목표…R&D 강화할 것”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
이상규 노브랜드 대표(62)는 의류 산업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섬유공학 석사 출신인 이 대표는 유앙인터내셔날 영업 이사와 한솔섬유 영업본부 전무를 지낸 후 2011년 노브랜드에 합류했다.

Q. 창립 30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A. 2007년 사업이 잘됐는데 2008년 키코 사태로 회사가 크게 흔들렸다. 이후 임직원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고 2011년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됐다. 그때부터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안 따라주거나 실적이 꺾이는 등 굴곡이 있었다. 2018~2019년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2022년 실적이 회복돼 상장을 다시 추진할 수 있었다.

Q. 노브랜드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

A. 특별한 인연은 없었지만 같은 업계에서 종사하며 노브랜드의 디자인 역량은 알고 있었다. 대학 시절 섬유공학을 공부해 디자인 분야는 잘 알지 못했다.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며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래서 새롭게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Q. 이마트 PB 브랜드와 혼동하는 투자자도 있을 것 같다.

A.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식료품, 생활용품, 전자기기 등 다양한 상품에 적용된다. 하지만 의류 상품에는 노브랜드라는 상표를 쓸 수 없다.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내놓은 후 브랜드 보호를 위해 상표권침해금지 등 소송을 제기한 적 있다. 이후 이마트가 신발, 의류 판매대행업 관련 소정 상표등록을 포기했고 향후 패션과 섬유 분야에서 ‘노브랜드’라는 이름을 활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Q. 공모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A. 제조시설 디지털화와 디자인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노브랜드의 최대 강점인 디자인 역량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넘버원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로 거듭나겠다. 2030년까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시가총액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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