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재원, 건보 대신 국가재정 투입해야" 정책토론회 제언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건강보험 재원이 아닌 국가 재정으로 의료 인력과 기관에 더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세·환경세·농어촌특별세 등을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메우는 정부 예산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2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의료개혁 추진을 위한 건강보험과 재정의 역할’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강보험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강 위원은 “건강보험 재정 운용이 부담에 따른 보험료의 차등 부과와 의료적 필요에 따른 균등 급여로, 동일한 의료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가격을 받게 되는데 지역 편중이 심화하면서 이 성질이 악순환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동일 행위 동일 수가’ 방식의 표준 보상제가 서비스 위험과 난이도에 따른 보상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강 위원은 건강보험 중심의 재정 운용이 수도권 과밀화와 맞물려 지역 의료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건강보험 수가 체계 내에서 보상을 확대하면 결과적으로 규모와 진료량이 이미 확보된 의료기관에 보상이 집중되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보건의료재원의 94.6%, 국가 재원의 81.7%가 의료서비스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만 쓰이고 있다. 지역의료 지원 사업은 국가 재원의 1.2%만, 보건의료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의료인력 양성 목적 사업에는 국가 재원의 0.1%만 쓰였다.
강 위원은 구체적인 투자 방향으로는 필수의료 인력 양성·필수의료 서비스 공급 비용 보상·지역 의료기관 역량 강화·지역의료 서비스 인프라 투자 등을 들었다.재원 마련과 관련 강 위원은 “건강과 관련성이 높지만 보건의료재원으로 투입되지 않고 있는 주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농어촌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재원으로 농어촌특별세를 필수의료특별회계(가칭), 지역의료 발전기금(가칭)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의료 특별회계’는 의학교육·전공의 처우·필수의료 적자 사후보상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지역 의료인력의 기회비용을 보전하고 지역 의료기관 역량을 강화하는 목적의 가칭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건강 보장을 위해 건강보험과 국가 재정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 행위 보상의 공정성을 높여야 하며, 국가 재정은 혁신적인 투자로 보건의료 자원 할당을 조정하고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건강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여러 나라에서 술, 담배에 건강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알코올 의존성 질환이나 흡연에 따른 폐암 등 필수의료에 기댈 수밖에 없는 건강을 해치는 항목들에 대해서는 건강세가 부과돼 이런 재원을 갖고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힘이 돼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토론회에 참석해 “보건의료가 국가의 본질적 기능으로 바로 서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계와 전문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등 의료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원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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