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안개 짙어지면 그들이 온다…갈수록 대범한 '수상한 보트' 정체
지난 2020년 5월 오전 충남 태안군의 한 해변.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민들의 눈에 수상한 물체가 포착됐다. 4~5인용 고무보트였다.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안에선 중국어가 적힌 물병과 쓰레기 등이 발견됐다. 어민들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해경은 이 고무보트가 밀입국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인근 폐쇄회로(CC) TV 등을 분석한 결과 보트에서 내린 중국인 5명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경은 밀입국 중국인들을 모두 검거해 중국으로 추방했다.
해양경찰청이 7월 31일까지 밀항·밀입국을 집중 단속한다고 2일 밝혔다. 짙은 바다 안개가 끼는 농무기(3~7월)를 밀항·밀입국 취약시기로 판단해서다. 해경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년~2024년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밀항·밀입국 발생 사건은 총 11건 56명(밀입국 8건, 밀항 3건)이다. 이 중 5건(45%)이 4~8월 발생했다. 해경 관계자는 “짙은 농무로 모습을 숨기기 쉬운 데다 바다도 잔잔해 4~8월에 밀항과 밀입국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밀항·밀입국은 밀항 알선책을 통해 어선과 화물선에 탑승한 뒤 공해상에서 환승하는 수법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외 밀항·밀입국 전문 조직과 연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해경 판단이다. 소형·고속보트를 이용해 직접 밀입국을 시도하거나 중고 수출 선박을 이용해 밀항하는 등 수법이 대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 중 하나인 사채업자 이모씨가 브로커에게 4억8000만원을 주고 베트남으로 밀항하려다 제주도 해상에서 체포됐다.
해경은 지방청별로 밀항·밀입국 대응반을 편성·운영한다. 주말·공휴일과 바다가 잔잔한 무월광 등의 취약시간대 해상경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밀항‧밀입국 공익 신고자에 대해 포상금도 지급한다. 법무부, 군부대 및 중국 해경국 등 국내·외 관계기관 간 수사정보 공유를 통해 알선조직 검거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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