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싱어 "파운드리는 인텔의 미래…실패는 옵션에 없다"

정현진 2024. 5. 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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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겔싱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서 발언
美 오하이오 공장 세계 최대 가능
반도체법 통과·ASML 장비 확보 총력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구축에 인텔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2021년 취임 직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결정한 그는 임기 3년 내내 사업 구축과 확장에 몰두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만들 때 의원 설득에 공개적으로 나섰던 것도, 취임하자마자 '슈퍼을'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에 적극 로비전을 펼친 것도 단순히 사업적 성과 이상의 '진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겔싱어 CEO는 1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의 오하이오 파운드리 공장 단지가 전 세계 최대가 될 수 있다며 "반도체는 우리 경제와 국가안보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본다. 실패는 선택지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텔이 오하이오 공장은 겔싱어 CEO가 추진하는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 본부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인텔 인사이드 오하이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겔싱어 CEO의 인터뷰와 함께 오하이오 공장 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겔싱어 CEO는 2022년 오하이오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 위해 20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당초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했지만, 2026년 말까지 공장 건설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겔싱어 CEO는 오하이오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추진에 힘을 보탰다. 그는 공개석상에서 미국이 지원금을 확대하지 않으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잃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린 그는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켜주는 것과 내가 아시아에 모든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는 것 중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 3월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에 지원금 85억달러, 대출 최대 110억달러 등 총 19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을 기반으로 결정한 지원 규모 중 가장 컸다. 인텔은 오하이오 부지에 현재 공장 2개를 짓고 있지만,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최대 8개까지 건설 가능해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곳에 최대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해 제조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맨 왼쪽)가 지난 3월 미국 애리조나 인텔 캠퍼스에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가운데)에게 반도체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파운드리 업계에서 최첨단 반도체 제작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공장 건설을 위한 자금과 부지 만이 아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꼭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해야 한다. 겔싱어 CEO는 취임 직후 ASML에 적극적인 로비 작업을 시작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걸 가지고 우린 토론하지 않을 것이고 회의를 끝내지도 않을 것이며 당신도 자리를 뜰 수 없을 것'이라는 식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를 통해 인텔은 반도체 회로를 더 세밀하게 그릴 수 있는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었다. 겔싱어 CEO는 "오하이오 공장 투자의 25%는 건물을 짓는 것에, 75%는 장비 매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장비 확보 외에도 부지, 전력, 용수 등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필수인 인프라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운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로를 구축하고 기술자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겔싱어 CEO가 이처럼 파운드리 사업에 열과 성을 다하는 이유는 이 사업이 인텔의 미래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할 당시 "인텔의 부활을 이끌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과거 인텔은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바 있었다.

18세부터 인텔에서 일해온 겔싱어 CEO는 2006년 수석 부사장이던 시절 차기 CEO 유력 후보로 언급돼 왔으나 2009년 인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인텔을 떠났다. 그의 퇴사 이후 인텔은 ASML과 함께 EUV 개발에 나섰지만, 막대한 비용을 이유로 당시 경영진이 기존 장비를 활용하겠다고 결정, EUV 개발 과정에서 발을 뺐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겔싱어 CEO는 인터뷰에서 "인텔이 내린 가장 어리석은 결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당시 VM웨어 CEO였던 겔싱어 CEO는 인텔이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었고 "그 누구도 이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보다 못한 그는 VM웨어 CEO라는 외부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인텔 이사회에 직접 서한을 보내 급진적인 전략을 촉구했다고 한다. 자신이 TSMC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팹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파운드리 사업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인텔에 다시 돌아왔다.

겔싱어 CEO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매번 새로운 웨이퍼가 곧 새로운 실험"이라면서 "우리는 물리학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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