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느려지는 걸음… 보행장애는 관절 아닌 뇌신경 문제일 수도

신소영 헬스조선 기자 2024. 5. 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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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톡톡] 이태규신경과의원 김경준 원장
60∼69세 중 10% 보행장애 발생
파킨슨병, 소뇌실조증 등 신경계 원인 대표적
'보행 분석 트레드밀'로 정량적 분석
낙상 위험도 높여… 운동, 영양소 섭취 중요

사람은 평생 걷는다. 12∼15개월에 걸음마를 시작해 7세 즈음에 완성된 이후 보행은 거의 평생 동안 하는 활동 중 하나다. 그런데 60세가 지나면 보행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60∼69세 사이에는 약 10%, 80세 이상에서는 약 60% 이상에서 보행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졌다. 보행장애란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아닌 비틀거리거나, 느리게 걷거나, 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등 다양한 증상을 일컫는다. 노화 외에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보행에 문제가 생기면 독립적인 생활에 제한이 생기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행장애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이태규신경과의원 김경준 원장에게 물었다.

이태규신경과의원 김경준 원장은 “보행장애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낙상과도 연관이 커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보행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으로 이뤄진다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걷지만, 사실 걸을 땐 신체의 여러 계통이 관여한다. 뇌부터 말초신경을 아우르는 신경계통, 근골격계와 심혈관계뿐만 아니라 호흡계통도 안전한 보행에 중요하다. 보행 단계를 살펴보면 발목, 무릎, 엉덩이 등 여러 관절이 순서에 맞춰 움직이고, 체중 이동도 함께 이뤄지며, 양팔도 다리의 움직임에 맞춰 휘두르게 된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이 뇌의 리듬 조절을 통해 무의식적인 자세 반사의 작용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몸 어느 곳이든 문제가 생기면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보행장애의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

주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 신경계 자체가 노화돼 뇌로 가는 감각 자극이 줄어들고, 관절 위치나 자세를 인지하는 종합 기능 등 전반적인 뇌 활동이 느려지면서 보행에 어려움이 생긴다. 또 대표적으로 ▲파킨슨병(뇌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병) ▲전두엽 기능 이상 ▲소뇌실조증(소뇌에 문제가 생겨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병) ▲정상압 수두증(뇌 안에 뇌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병) 등 신경계 문제로 인해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치매도 보행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보행 속도가 느린 경우 인지기능 저하나 미래 치매 발생 가능성과 연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외에 근력 약화, 관절 변형 때문에도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보행이 느려질 수 있다.

보행장애의 종류도 다양하다고?

그렇다. 신경계 문제로 인한 보행장애는 ▲자세가 구부정해지며 느려지는 노인성 보행 ▲한쪽으로 치우치는 전정 보행 ▲양쪽으로 비틀거리는 실조성 보행 ▲관절이 안쪽으로 꼬이는 강직성 보행 등의 양상을 보인다. 특히 흔한 파킨슨병의 경우 종종걸음, 걸음이 점점 빨라지면서 넘어질 듯한 가속 보행과 함께 가만히 있어도 손이나 몸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한편, 신경계 이외의 문제로 생기는 보행장애는 대부분 통증을 동반한다.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계단을 오르듯 걷는 계단 보행이, 말초혈관 또는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해서는 간헐성 파행이 나타난다. 파행은 일정 거리 이상을 걸을 때 다리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아파서 걷지 못하는 것이다. 근육 문제가 원인일 땐 뒤뚱걸음을 보이고, 근골격계 문제가 생기면 통증을 동반하는 통증성 보행, 고관절통 보행이 나타난다.

보행장애는 어떻게 검사하고 진단하나?

이태규신경과의원 김경준 원장이 트레드밀로 보행 분석을 하고 있다.

우선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고, 걷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다. 하지만 눈에만 의존해 진단하면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보행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장비들이 도입되고 있다. 보행 분석 매트 혹은 트레드밀이 대표적이다. 그 위에 올라가 발의 압력과 속도 등을 측정하면 보행이 얼마나 균일하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또 관절에 모션캠 센서를 부착해 걸을 때 관절 움직임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보행분석 도구의 측정 결과를 보고 판독하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보행장애의 치료는?

전반적으로는 재활, 스트레칭, 운동 치료가 있지만, 원인에 맞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 원인 질환이 있다면 약물치료 등 기저 질환 치료를 진행한다.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에는 뇌에 축적된 뇌척수액을 빼내는 '뇌실 복강 단락술(V-P shunt)'을 시행한다. 뇌성마비 환아의 경우 대근육 발달 시기에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을 교정하고 보톡스 주사를 통한 경직 치료를 고려한다. 이 외에 정형외과 쪽 문제가 있다면 관절염 등의 치료를 하고, 보조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보행장애는 평생 치료, 관리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건강한 보행을 위한 관리법이 있나?

꾸준한 운동은 필수다. 너무 설렁설렁 걷기보다는 하루 20∼30분 정도 약간 빠르게 걷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심폐 기능만큼 다리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보행장애 예방에 중요하다. 관절 쪽이 심하게 아프지 않다면 적당한 비탈을 오르거나,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하면 좋다. 다만, 계단을 내려올 땐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엘리베이터를 타도록 한다. 또한 평소 맨몸으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유연성을 키우는 스트레칭을 병행하면 좋다. 발에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꽉 끼거나 헐렁하지 않으며, 밑창도 너무 딱딱하거나 푹신하지 않은 게 좋다.

보행장애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행장애는 문제가 생기기 전 예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고령의 경우 보행장애는 낙상과도 연관이 크다. 낙상이 크게 발생하면 골절이나 뇌출혈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낙상 예방 차원에서도 보행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비타민D가 부족하거나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 신체 활동이 적은 사람이 위험하다. 평소 비타민D나 칼슘 등을 꾸준히 섭취해 주면 좋다. 꾸준한 운동과 단백질 등 적절한 영양소 섭취는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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