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콘텐츠의 바다! 지금 LA를 여행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이경진 2024. 5.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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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찾아 떠난 로스앤젤레스 여행.
베니스 스케이트 파크
베니스 비치에서 만난 현지인들.

‘그곳에 살면 인생이 지금보다 행복해질까?’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집어든 책 〈행복의 지도〉는 작가 에릭 와이너가 작은 질문을 품고 행복 찾기 여정에 나선 이야기다. 뉴욕 타임스 인기 작가이자 ‘철학적 여행가’인 에릭 와이너는 돈과 즐거움, 영적 깊이, 가족, 초콜릿 등으로 유명한 나라를 여행했고, 결론적으로 이 여행 이후 많은 것이 변했으며 또한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고백하곤 이렇게 덧붙인다. ‘행복은 좋은 인생의 부산물’이라고 말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LA 역시 늘 누군가에게 ‘행복의 성지’인 곳 아닌가. 꿈을 이뤄 좋은 인생을 찾고 그 부산물로 행복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이방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던 도시. LA의 영화와 음악, 예술, 스포츠 신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이곳에서 모두 한 번쯤 좋은 인생을 발견했을까? 지금 LA에는 각자의 행복을 좇은 이들이 남긴 전설적 예술· 문화유산이 다채로운 콘텐츠가 돼 쉼없이 펼쳐진다.

에인절스 플라이트.
건축과 아트, LA와 사랑에 빠지는 확실한 방법
아름다운 해변과 할리우드 거리를 제치고 곧장 떠올릴 주제는 아니겠지만 사실 LA에는 아이코닉한 건축 유산이 빼곡하다. 만약 어느 건축가가 LA를 여행한다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그의 제자들이 디자인한 건축물 없이 이 도시를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세트장으로 사용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홀리호크 하우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동경해 미국으로 건너온 오스트리아 건축가 루돌프 마이클 신들러의 ‘신들러 하우스(MAK Center)’, 리처드 뉴트라가 설계한 ‘뉴트라 VDL 하우스’까지 전설적인 모더니즘 건축의 흔적을 좇는 것은 LA에서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샌타모니카 비치에서 차로 3분 거리에는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 No. 8’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디자이너 찰스 & 레이 임스 부부의 집이 ‘임스 파운데이션’으로 보존돼 방문자를 기다린다.
월트 디즈니의 콘서트 홀.
더 그로브.
‘더 그로브’에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자들.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
한편 LA 다운타운과 미드타운, 웨스트우드 지역에선 초현대적 결을 층층이 쌓으며 풍경을 바꾼 동시대 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은빛으로 굽이치는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과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가 설계한 ‘더 브로드’의 각진 구조와 순백의 벌집 모양 외관은 그랜드 애버뉴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더 브로드는 자선사업가이자 부동산 재벌인 엘리 · 에디스 브로드 부부가 설립한 무료 상설 미술관이다. 1층 중앙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동굴 같은 터널을 통과하면 기둥 없이 활짝 열린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베일’이라 부르는 벌집 모양의 구조로 둘러싸여 은은한 자연광이 쏟아지는 이곳에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안드레아스 거스키, 제프 쿤스, 야요이 쿠사마, 바바라 크루거, 로버트 라우젠버그 등 1950년대부터 동시대에 이르는 현대미술 마스터피스가 믿기 힘들 만큼 그득하다.
아카데미 뮤지엄의 돔 전망대.

윌셔 거리에는 렌초 피아노가 개조한 ‘아카데미 뮤지엄’이 LACMA(LA 카운티 미술관)와 나란히 있다. 아카데미 뮤지엄은 영화광으로 알려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기존 건물을 고치고 돔 형태의 새로운 구조물을 설계했는데, 두 동의 건축물을 연결하는 한 쌍의 우아한 다리를 바라보며 들어서는 입구부터 유리와 철근으로 이룬 투명하고 우아한 견고함, 여러 겹 중첩된 선과 면의 조화에 압도된다. 이번 여정에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특별전을 관람했다. 그를 상징하는 강렬한 원색 바닥과 패널 사이로 창의적인 작품들이 스크린에 상영되는 전시장의 시노그라피에 매료된 채, 빗겨 선 여러 개의 작품(스크린) 사이를 유영하며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세계를 한 편의 연극처럼 감상할 수 있었다. LACMA는 기존 캠퍼스 옆으로 거대한 건물을 증축 중인데 바로 페터 춤토르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설계로 완성될 ‘데이비드 게펜 갤러리(David Geffen Galleries)’다. 페터 춤토르의 새 건물이 완공된 이후, 윌셔 거리는 또 어떤 아름다움으로 다가올까.

가이드와 함께한 할리우드 사인 하이킹.
리처드 마이어가 30, 60, 15인치 정사각형 블록으로 구축한 게티 센터.

이번에는 베벌리 힐스를 넘어 웨스트우드로 간다. 리처드 마이어의 지독히도 정교한 설계로 구불구불한 샌타모니카 산맥 남쪽 언덕 위에 지어진 J. 폴 게티의 아크로폴리스. 도시와 산, 바다가 보이는 장엄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게티 센터’는 건축과 아트 애호가에게 도시의 정점으로 꼽힌다. 기네스북에 등재될만큼 희대의 부를 축적한 J. 폴 게티(J. Paul Getty)의 자본 위에 지은 게티 센터는 첫눈에 리처드 마이어의 작품임이 연상되는 순백의 웰컴 존에서 온통 하얀 트램을 타고 언덕 위를 오르며 시작된다. 소란하지 않게 졸졸 흐르는 물소리, 아티스트 로버트 어윈이 캔버스 위에 그려내듯 디자인한 흐드러진 정원수와 꽃, 선인장은 마치 리처드 마이어의 정확한 건축에 걸린 인상파의 그림처럼 고색창연하면서도 현대적이며 한없이 평화로운 장면으로 다가온다. 뮤지엄의 영구 소장품 목록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아이리스’를 비롯해 20세기 이전의 유럽 미술 작품들과 드로잉, 페인팅, 조각, 장식 예술 등이 가득하다.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명작과 건축, 정원, 전망을 갖춘 곳이지만 한 끗 다른 즐거움이 필요하다면 J. 폴 게티가 〈플레이보이〉 매거진에 기고한 글을 엮은 책 〈How to Get Rich〉 등 특별한 기념품이 준비돼 있는 아트 숍에 들러볼 것!

‘루나 루나’에서 만날 수 있는 케니 샤프 회전그네.
세계 최초의 아트 카니발 그리고 바이닐 디스트릭트
데이비드 호크니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살바도르 달리와 장 미셸 바스키아, 소니아 들로네이, 레베카 혼, 케니 샤프, 키스 해링, 앙드레 헬러…. 이 모든 예술가들이 참여해 만든 놀이공원이 있었다면 믿을 수 있는가. 이토록 꿈 같은 프로젝트가 1987년, 독일 함부르크에 실현됐다가 단 7주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면 말이다. 설화로 전해질 뻔한 환상적인 카니발을 지금 LA 동쪽에서 만날 수 있다. 뮤지션 드레이크가 이끄는 ‘드림 크루’‘루나 파크’의 부활 버전인 ‘루나 루나: 포가튼 판타지(Luna Luna: Forgotten Fantasy, 이하 루나 루나)’를 선보인 것. 15명의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한 독특한 놀이기구와 인터랙티브 설치미술 작품으로 이뤄진 카니발 ‘루나 루나’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유연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사람을 모은다. “그럼 지금부터 예식을 시작하겠습니다.”일순간 결혼식 역할극이 시작되고 한 가족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관객들이 예배당으로 모여든다. 장난스럽고 ‘팝’한 예배당은 ‘루나 파크’의 창시자인 아티스트 앙드레 헬러가 고안한 작품. 데이비드 호크니는 연극을 펼칠 수 있는 원통형의 파빌리온을, 살바도르 달리는 조각난 거울로 이뤄진 돔형의 방을, 케니 샤프는 회전 그네를, 장 미셸 바스키아는 대관람차를 만들었다. ‘루나 루나’는 오는 5월 12일까지 LA에서 전시되고,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예정이다.
바이닐 디스트릭트의 얼굴인 아메바 뮤직.
캐피털 레코즈 빌딩
레코드 팔러.
쇼핑 스폿인 ROW DTLA에선 플라스크 & 필(Flask & Field)에 들러볼 것. 유기농 데킬라와 훌륭한 펫낫(Pét Net, 내추럴 와인)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했던 할리우드 동쪽에는 새 이름을 얻은 지역이 있다. 바이닐 디스트릭트’다. 할리우드와 선셋 거리의 경계를 이루고 캐피털 레코즈 빌딩 등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과거와 전설적인 음악 신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이 지역은 지금 LA 차세대 예술가들이 살고, 일하고, 창조할 수 있는 역동적인 동네로 거듭나는 중이다. 바이닐 디스트릭트의 하이라이트는 ‘아메바 뮤직(Amoeba Music)’. 2001년에 문을 연 이곳은 LA 로컬 음악 신의 또 다른 상징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 레코드 가게다.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녹음된 따끈따끈한 음반을 비롯해 100만 개 이상의 신규 및 중고 LP 레코드와 CD를 만날 수 있다. 아메바 뮤직의 직원 중 많은 수가 뮤지션이며, 매주 무료로 라이브 공연도 열고 있다. 아메바에서 할리우드 블러바드를 따라 걷다 보면 개성 있는 LA 음악 애호가들의 안식처인 작은 레코드 가게를 더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아메바 뮤직에서 디제잉 공연을 했다는 주인의 이야기를 따라 들어간 ‘레코드 팔러(The Record Parlour)’에는 2만 개를 웃도는 빈티지 및 신규 레코드와 오디오 장비, 기념품들이 시간의 더께를 입은 채 쌓여 있어 일평생 뮤지션으로 살았던 누군가의 다락방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벽화와 그래피티로 가득한 아트 디스트릭트.
갤러리 하우저 & 워스 내 레스토랑 ‘마누엘라’와 폴 매카시의 작품.
LA르네상스, 아트 디스트릭트
급성장하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트 탐험은 메가 갤러리 하우저 & 워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건물이 상호 연결돼 복원된 공간에선 박물관 수준의 전시가 열리고, 아트 북 숍에서는 하우저 & 워스가 출판한 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서적을 만날 수 있으며, 갤러리 내 레스토랑 ‘마누엘라(Manuela)’에선 제철 재료로 만든 독창적인 식사를 갤러리 내 정원에 있는 폴 매카시의 작품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아트 디스트릭트의 시작은 1970년대부터 지역의 낡은 건물을 점거하기 시작한 작가들이었다. 작가들은 이곳에 점차 미술관을 열거나 스스로 건물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기반으로 삼는 지역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래피티와 벽화 등 거리 예술로 화려하게 수놓은 아트 디스트릭트는 오랫동안 펑키한 로프트에 사는 예술가들과 이 거리에 자신의 그림을 남기기 위해 찾아온 거리 예술가들이 서로 캔버스가 된 벽을 공유하고 때로는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 위에 자신의 그림을 새롭게 중첩해 그리며 교류하는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도시의 가장 큰 문화산업은 여전히 영화계에서 일어나지만 예술과 문화 신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LA에는 지금 흥미진진하고 젊은 공간이 여러 지역에서 자라는 중이다. LA에서 만난 한 앤젤리노는 이렇게 말했다. “북미 예술의 내일을 보고 싶다면 서쪽으로 가야 한다는 속담이 생겼다는데, 일면 진실일 거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심볼 중 하나인 할리우드 사인, 〈라라랜드〉 촬영지로 유명해진 그리피스 천문대, 코리아타운의 순두부찌개와 양념갈비로 LA를 알고 있다면 이 드넓은 콘텐츠의 바다를, 음악과 영화, 예술을 키워낸 무대를 다시 여행해보길.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 헤매던 뭔가 다른 순간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LA의 호텔 맛집을 찾아서
MOXY DOWNTOWN LOS ANGELES + AC HOTEL DTLALA 레이커스 홈구장인 크립토닷컴 아레나 바로 맞은편에 있는 한 지붕 두 호텔. 로비 바와 수영장은 물론이고 건물 8층을 꽉 채운 여덟 개의 엔터테인먼트 레스토랑인 ‘레벨 8’까지 객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공유한다. 영화 〈이지라이더〉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섹시하고 경건하지 않으며 유쾌하게 완성됐다. @moxy_ac_losangeles

THE SHAY애플과 아마존, 소니의 캠퍼스가 있는 창의적이고 활기 찬 컬버 시티의 호텔. 타닥거리며 부드럽게 장작 타는 소리가 들리는 로비에선 친밀한 하우스 파티에 초대받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수영장이 있는 루프톱 바의 캐노피 클럽에선 탁 트인 전망과 함께 풀사이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theshayculver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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