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다하우에서 들른 이곳, 할 말을 잃었습니다
2023년 7월 2일부터 14일까지 생명평화아시아와 녹색당이 공동주최한 ‘2023 독일 생명평화기행’에 참여했습니다. 베를린, 다하우, 뮌헨, 슈투트가르트, 프라이부르크 등 독일의 에너지 전환과 정치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겠습니다. <기자말>
[박제민 기자]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뮌헨으로 향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S-Bahn)를 갈아타고 20분 정도 더 가서 다하우에 도착했습니다.
▲ 다하우 수용소의 추모 조형물. |
ⓒ 박제민 |
다하우 수용소, 말을 잃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다하우 수용소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나치가 만든 수용소 하면 으레 아우슈비츠의 그것을 떠올렸지요.
▲ 나치가 최초로 만든 다하우 수용소의 철문.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고 새겨져 있다. |
ⓒ 박제민 |
서글픈 기운이라도 서려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일까요. 입장하면서부터 마음 한구석이 뻐근했습니다.
옛 수용소의 철문에는 가증스럽게도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곳에 사상과 신념, 국적과 피부색, 성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강제로 끌려와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사람들이 이 아래로 지나다녔을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았을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각에 이어질수록 말을 잃었습니다.
디자인, 기능과 효율에 관하여
다하우 수용소에서 가장 놀란 것은 그 안에 시설들이 놀라울 만큼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 다하우 수용소 피해자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침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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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하우 수용소 피해자들이 실제 사용했던 사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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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하우 수용소 피해자들의 사용했을 당시의 사물함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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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하우 수용소의 화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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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디자인, 특히나 산업 디자인의 원류를 여기서 이렇게도 발견할 수 있다니 정말 의외였습니다. 독일의 전설적이고 유명한 제품들을 보면, 기능과 효율을 중시한 단순함과 디테일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 다하우 수용소의 가스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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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하우 수용소의 소각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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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수용소 터 한쪽에는 각자의 종교에 따라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도 시설들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한 곳에 들려서 그곳에 있는 종교적 상징들, 촛불들, 꽃들을 잠시 바라보며 착잡해진 마음을 달래어 보았습니다.
▲ 다하우 수용소에 마련된 추모와 기도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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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홀로코스트, 훗날 무어라 할까
홀로코스트(Holocaust)는 흔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저지른 대학살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폭넓게 적용하자면 사람이나 동물을 대규모로 죽이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제노사이드(genocide)가 인간 집단에 집중한 의미라면, 홀로코스트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공장식 축산의 모습. 훗날 무어라 평가될까? |
ⓒ commons.wikimedia.org |
수십 년이 지나 우리가 다하우 수용소의 참상을 보며,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렇게 했는가를 개탄한다면, 훗날 인간이 만든 공장식 육식 문화를 보며, 생명이 생명에게 어찌 이리했는가 개탄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생명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킬 것
▲ 전시기획자이자 농부인 유재현 님의 농장에서 자유롭게 있는 동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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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 한 마리가 새로운 인간들이 신기한 듯 슬며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습관이 잘못 들면 다 큰 말이 되어서도 사람에게 달려들 수 있기에, 큰소리를 치고 허공에 채찍질해서 쫓아 보냈습니다. 놀란 망아지는 어미 말 근처로 도망가서 한동안 시무룩해져 있었습니다.
함께 살기 위해서 때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옛 다하우 수용소를 보고 여기 농장을 방문하며 생각했습니다. 과하게 취하지 않는 것,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 생명을 존중하는 것,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것. 이런 것들이 고도화된 문명사회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생각은 많아지고 말수는 줄어든 하루였습니다.
동물 이야기를 한참 했으니, 다음 글에서는 강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독일 생명평화기행 팀이 바이에른의 뮌헨으로 온 이유가 바로 이자르강의 생태복원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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