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에서 비주얼 아티스트로, 박귀섭의 성장은 진행형

장지영 2024. 5. 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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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레이어(LAYER)’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전시
BAKI(바키)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이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무용수의 몸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BAKI(바키)라는 이름이 자주 보인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으로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박귀섭(40) 작가의 예명이다. 올해 14회를 맞는 대한민국발레축제(5월 4일~6월 23일 예술의전당)가 박 작가와 함께 역대 첫 기획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4~1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리는 박 작가의 ‘레이어(LAYER)’로 80편 가까운 사진과 영상이 준비된다.

지난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 작가는 “이번 전시는 무용수의 몸을 통해 인내와 반복의 삶을 거쳐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발레리노를 그만뒀지만 발레는 내 뿌리 같은 곳인 만큼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기획 전시로 참여하게 돼 뜻깊다”고 밝혔다.

박귀섭의 A1 layer in. 박귀섭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2006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박 작가는 2007년 뉴욕 인터내셔널 발레 컴피티션 동상, 2009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 발레 시니어 남자부 2위를 차지하는 등 차세대 무용스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0년 쇼핑몰을 운영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패션 사진을 찍어주다가 사진에 매료돼 국립발레단을 그만뒀다. 그리고서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며 사진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국립발레단을 그만둘 때 최태지 당시 단장님과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대로하셨다. 특히 아버지는 한동안 내 얼굴도 안 보셨을 정도다. 하지만 무용수로서 무대에 서는 대신 시각 매체를 통해 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과거를 되돌아봤다.

사진작가로 전업한 뒤 패션 사진을 주로 찍던 그가 무용 사진을 찍게 된 것은 2012년 국립발레단 선배 발레리나 전효정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발레단 퇴단 이후 발레복 매장을 운영하던 전효정이 그에게 무용수를 모델로 무용 화보 같은 패션 사진을 요청한 것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무용수들 상대로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면서 그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박귀섭 작가의 SHADOW 2-0. (c)박귀섭

“패션 화보처럼 화려한 사진만 생각하다가 내겐 무용수 동료들이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좋은 피사체인 무용수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은 비싼 메이크업이나 의상이 아니라 그들의 몸이라는 걸 실감했죠.”

무용수의 몸에 집중한 끝에 나온 작품이 초기작인 ‘섀도(SHADOW)’ 시리즈다. 특히 국립발레단 무용수 10명이 서로 뒤엉켜 나무 형상을 만들어내는 ‘섀도’ 연작 2번은 지난 2015년 프랑스 출신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 러시아판 표지에 이어 미국 R&B 가수 라이프 제닝스의 5집 앨범 표지로 사용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2015년 그가 안무를 맡은 보건복지부 금연 광고는 흡연하는 순간 뇌와 폐가 받는 고통을 국립발레단 무용수 26명이 몸짓으로 표현해 큰 주목을 받았다.

박귀섭의 Layer(persona) 1-3. 박귀섭

“무용수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해외에서 제 사진이 표절 및 도용된 것을 알게 됐어요. 제 페이스북에 그 내용을 공유했는데, 많은 분이 해외 사이트에 항의한 덕분에 그쪽에서 연락이 와 제 사진을 올리게 됐는데요. 이를 계기로 베르베르 등 해외에서 사진을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으니 전화위복이 됐죠.”

그의 사진이 ‘무용수들의 몸과 움직임을 제대로 포착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국립발레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무용 단체는 물론 쇼노트, 신시컴퍼니 등 뮤지컬 제작사들에서도 촬영 요청이 이어지게 됐다. 또한,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각종 광고 사진에서도 러브콜이 많다. 다만 그의 개인 작업은 자신이 구상하는 이미지를 인간 신체로 구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미지를 만드는 그가 영상, 퍼포먼스로 작업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온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는 2020년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타이틀을 시작으로 한국관광공사의 ‘가락 더 무브먼트 인 코리아’ 등의 영상 연출로 호평받았다. 또한, 댄스필름에도 관심이 많은 인천공항 미디어타워의 ‘한국의 미’와 경기아트센터의 ‘상태와 형태’의 영상 감독으로 참여했다. 앞으로 직접 스토리까지 쓴 댄스필름을 만드는 한편 퍼포먼스를 연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BAKI(바키)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사진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박귀섭이 지난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원래 제게 ‘스위트홈’ 포스터를 의뢰하려다가 포트폴리오를 보고 타이틀을 의뢰했어요. 당시 영상에 익숙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를 좋게 봐준 덕분에 제가 본격적으로 영상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진과 영상 작업이 반반입니다. 돌이켜보면 기회가 올 때마다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 덕분에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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