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떠나더라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유경진 2024. 5. 1. 03: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목사의 아내이자 자녀의 어머니, 성도들에게는 사모이자 문학가였던 5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일반적인 장례문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독교 장례문화 회복할 때가정사역단체인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는 장례를 인생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의식으로 보면서 장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교회 안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 인구 1000만 시대 해피엔딩을 찾아서] <하> 장례·장기기증, 기독교가 말하는 마지막
목사의 아내이자 자녀의 어머니, 성도들의 사모, 문학가로 1인 4역의 삶을 살다 천국으로 떠난 A씨의 기독교 장례식 모습. 추모객은 국화 대신 고인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메시지를 작은 엽서에 담았다. 송길원 대표 제공


목사의 아내이자 자녀의 어머니, 성도들에게는 사모이자 문학가였던 5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일반적인 장례문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각형 테이블 위에는 영정사진과 고인의 삶을 상징하는 붓과 물통, 성경책, 사랑하는 가족과 찍은 사진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최근 기독교 장례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계 전문가들은 병원에 빼앗긴 장례문화를 되찾아오고 장기·시신 기증 등을 통해 이웃을 살리는 마지막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죽음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설명했다.

기독교 장례문화 회복할 때

가정사역단체인 하이패밀리(공동대표 송길원 김향숙)는 장례를 인생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의식으로 보면서 장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엔딩플래너’와 ‘표준 장례 지침’을 통해 기독교 장례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송길원 대표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장례문화는 유교·무속신앙·불교·기독교 등이 혼합됐다”며 “기독교인마저 성경적이지 않은 장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에서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교회장을 피하는 것 자체가 비기독교적인 가치관”이라며 “장례문화에서 슬픔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죽음 이후 천국 소망을 꿈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례식도 결혼식처럼 교회 안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례예식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고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이를 이야기나 간증으로 풀어내 추모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자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하이패밀리는 엔딩플래너를 육성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를 뛰어넘어 스토리텔러로서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송 대표는 “오늘날의 장례는 고인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비대면 장례, 목회자가 아닌 장례지도사 중심 장례, 고비용 장례라는 문제점이 있다”며 “고인과 유족이 원하는 맞춤형 장례와 국화 대신 메모리얼 테이블 놓기 등 품격 있는 장례문화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생명 살리는 장기기증

지난해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장미원에서 열린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건립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 국민일보DB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1991년부터 장기·시신·각막 기증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부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2023년 기준 5만1857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 2만6036명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반면 지난해 이뤄진 장기이식 수술은 5692건에 불과했다. 대기 환자 중 약 11%에 해당하며 매일 7.9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유교 영향으로 장기기증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김동엽 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죽음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 장기기증은 이웃을 위해 마지막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장기기증 비율이 현저히 낮다”며 “생명을 살리는 일에 교회가 적극 나서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27년 전 장기기증 서약서를 작성한 김춘자(71)씨는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했다. 김씨는 “당시 사업실패와 가정의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장기기증 광고를 보게 됐다”며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장기기증에 이어 시신기증 서약도 했다. “어차피 죽으면 몸은 더이상 필요가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잖아요. 죽어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잖아요. 혹시라도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생명을 살리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