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핑계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 또 못갈 위험은 사실… 대비하지 않으면 '인재'는 계속된다

김정용 기자 2024. 4. 30. 16:48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선홍 남자 축구대표팀 임시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포츠 경기에서는 늘 이변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상할 수 없었던 갑작스런 탈락을 천재(天災)에 빗댈 수 있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탈락이 현실화됐다면 인재(人災)다.


한국의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예선탈락은 인재에 더 가깝다. 한국은 현재 진행 중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8강에 그쳤다. 4강에 들어야 2024 파리 올림픽 남자축구 티켓을 잡을 수 있는 대회였다. 10회 연속 본선진출이 무산됐다. 한국의 본선 진출 횟수가 11회에서 그친 반면 일본은 U23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면서 12번째 올림픽 진출을 달성했다.


황 감독은 카타르에서 실패를 맛본 뒤 귀국하는 길에 핑계로 들릴 수 있더라도 자신이 느낀 U23 대표팀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며 "이 구조와 시스템으로는 격차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령별 대표팀이 4년 아닌 2년 주기로 운영되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많은 국가가 올림픽을 보고 U23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한국은 아시안게임에도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집중이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황 감독이 두 대회를 동시에 준비하느라 고생한 건 사실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에는 U24 팀과 U22 팀을 동시에 소집해 오전과 오후에 각각 들여다보는 등 자구책을 써야 했다. 아시안게임을 사실상 올림픽 예행연습으로 치르는 일본, 연령별 대표 육성에 크게 힘을 실었던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한국의 집중도가 떨어진 점도 사실이었다. 한국의 올림픽 최고 성과인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은 홍명보 당시 감독이 직전 아시안게임에 U21 멤버를 주로 내보내며 올림픽 예행연습으로 삼았을 때 가능했다.


그러나 황 감독이 겪었다시피 한국에서 4년 주기로 팀을 운영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선수들의 병역혜택을 고려할 때, 아시안게임에서 힘을 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3회 연속 금메달에서 보듯 엘리트 축구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고 유럽진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아시안게임이 가장 소중하다. 똑같이 전력을 다했을 때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동메달 중 더 수월한 건 지역대회인 전자다.


2년 주기 운영 안에서도 개선할 수 있는 점은 존재한다. 한국보다 더 체계적이라고 평가받는 일본도 최근까지 A대표와 U23대표를 같은 감독이 겸임하는 사례가 있다.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겸임의 장점을 오히려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선수구성으로 4년을 준비하진 못하더라도, 겸임하는 감독의 경험을 통해 경기운영을 개선할 수는 있는데 이번 황 감독의 팀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양상이 보이지 않았다. 황 감독은 2022년 U23 아시안컵 역시 8강에 그쳤는데 당시 대표적인 유럽파 스타 이강인이 뛰었다. 이어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강인이 기여한 바는 기대보다 적었다. 이는 유럽파 선발이 능사는 아니라는 교훈을 줬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파 배준호 선발에 마지막까지 매달리다 결국 뽑지 못하며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2년 전 대회에서 선수들의 갑작스런 포지션 이동을 통한 깜짝전술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같은 승부수를 두려다 탈락했다. 이는 감독에게 제3자의 눈으로 평가 및 조언을 해 주는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걸 의미한다.


한동안 한국은 신체조건의 우위만으로도 아시아 많은 나라들을 찍어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우즈베키스탄의 부상, 인구가 많고 역사적으로 유럽과 연결돼 있어 귀화선수를 선발하기 수월한 인도네시아의 돌풍은 더이상 한국 선수들의 신체능력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한국은 8강 인도네시아전에서 더 굼뜬 듯한 인상까지 보였다.


동남아의 급부상에 당황하는 건 U23 대표 레벨에서만 겪는 일도 아니다. A대표팀이 올해 초 치른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말레이시아와 겨우 비겼다. A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대회 후 인터뷰에서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해야만 아시아 팀을 꺾을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아시아 축구의 상향평준화에 대처하는 건 특정 연령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에 걸쳐 자국 대표팀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문제다.다각도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올림픽 예선탈락은 두 번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문제가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라면, 당연한 듯 이어져 온 월드컵 예선통과 역시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