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중간고사 끝나가는데 개강도 못한 의대…“‘집단유급’ 코앞으로”

이후연, 서지원 2024. 4. 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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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기 수원 성균관대 의과대학 열람실이 텅 비어 있다. 이날 개강하기로 했던 성대 의대는 2주 뒤인 5월 13일로 한차례 더 개강을 미뤘다. 서지원 기자


" “도저히 개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결국 또 미루게 됐습니다.” "
지난 29일 의과대학 수업 일정을 묻자 성균관대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이날 의대 수업을 재개할 계획이었던 성균관대는 학생들이 복귀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개강일을 5월13일로 재차 미뤘다. 두 달 넘게 수업을 쉰 의대 건물은 중간고사를 마친 학생들로 시끌벅적한 다른 단과대와 달리 텅 비어있었다. 강의실엔 정리 안 된 전공 책 몇 권과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가운 한두 벌만이 눈에 띄었다.

대학들이 30일 증원된 의대 모집 인원을 명시한 대입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며 관련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의대생들의 집단 행동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29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6개 의대에서 여전히 1학기 수업을 시작도 못 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업을 재개한 대학들의 학생 참여율도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강한 대학들도 ‘개점휴업’…“개강해도 안해도 유급 딜레마”

성균관대와 마찬가지로 29일 개강 예정이었던 울산대·건양대·조선대도 개강을 미루기로 했다. 중앙대는 5월 1일, 인하대는 13일 개강 예정이다. 하지만 5월에 수업을 재개하더라도 학생들이 돌아올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개강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미 방학은 없어진 상황이고, 5월13일 수업을 재개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수업을 듣는 일은 피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29일 성균관대 의과대학 건물 내 게시판에 의정갈등으로 인한 학사 파행 이전에 만들어 놓은 학사일정표가 표시돼 있는 모습. 서지원 기자


이미 개강한 의대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자료만 다운받아도 출석이 인정되는 방식 등으로 학생 참여를 유도하려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복귀하는 학생도 더러 있지만 극소수였다. 경북대 관계자는 “3명씩 실습조 90개를 짰는데, 29일 두 조만 수업을 시작했다”며 “학생 설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학생들의 복귀율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각 학교별로 따져보면 그렇게 많이 늘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수업 재개 학교가 늘어날수록 결석한 의대생의 집단 유급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의대는 학칙 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수업을 재개하면 결석으로 인한 유급생이 대거 발생하고, 수업을 재개 안 하면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대거 유급생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 학사 운영 다양화 등을 통해 집단 유급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일부 의대에선 “다음 달 중순까지도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집단 유급 상황을 고려하고 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학생 위해 휴학 승인해야” “휴학·신입생 한꺼번에 못 가르쳐”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집단 유급을 방지하기 위해 동맹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21일 호소문을 통해 “반복되는 개강 연기와 휴강으로 4월 말이면 법정 수업 일수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며 “교육부는 휴학계 승인을 불허하고 있지만 현 사태가 지속된다면 학장들은 집단 유급과 등록금 손실 등 학생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의대 증원 반대로 인한 동맹 휴학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입장에선 휴학을 승인할 경우 증원된 신입생과 휴학생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도 큰 상황이다.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의대생들이 유급할 경우 현재 예과 1학년들과 증원된 신입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그 모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했다.


학사 파행 불가피…“선 발표 후 개정, 논란 이어질 것”

대입시행계획 변경안이 제출된 30일 이후에도 의대 교수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불가피한 경우 시행계획을 먼저 제출한 후 학칙 개정 등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사후에 마무리해도 된다”고 허용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칙 개정을 먼저 해서 정원을 정하고, 그 다음에 대입시행계획을 마련하는 게 순서인데 이번에는 거꾸로됐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대입 안정성을 위해 계획안 먼저 내고 나중에 수정해도 허용해준다는건데, 이렇게 되면 일단 ‘초안’ 상태의 시행계획안을 일단 제출해놓고 나중에 고치는 대학들이 있을 수 있어 더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재민 기자


한편 증원된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들이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하는 가운데, 내년도 모집인원은 158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울산대는 기존 정원(40명)에 증원분 80명 중 60명만 추가해 100명을 모집하기로 했다가 이날 10명을 더해 최종 110명을 모집한다고 했다. 대학들의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교협은 이를 심의 의결하고, 다음 달 말 각 대학의 ‘신입생 모집요강’에 최종 반영된다.

이후연 기자, 수원=서지원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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