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적자로 ‘법인세수 절벽’…이연법인세로 내년 이후도 불똥
법인세수 결손이 가시화하고 있다. 법인세는 전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납부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던 기업이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법인세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올해가 끝이 아니다. 지난해 못 받은 세액공제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이연법인세로 인해 내년 법인세수에도 벌써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3월 법인세, 작년 3분의 1 수준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3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세수는 15조3000억원으로, 전년(20조9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26.9%) 감소했다. 법인세 신고·납부가 통상 3월에 이뤄지는 만큼 3월 실적이 한 해의 법인세와 전체 국세수입을 알 수 있는 가늠자다. 올해 1~3월 전체로 봐도 법인세수가 18조7000억원에 그치면서 전년 같은 기간(24조3000억원)보다 22.8% 줄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5% 줄었고, 코스닥 기업은 35.4% 감소하는 등 영업이익 감소 폭이 컸다. 특히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합쳐 108곳이나 늘었다. 영업이익이 적자일 경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수가 전년과 비슷한 77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예산안을 편성했는데 3월까지 진도율은 24.1%로, 지난해(30.2%)보다 줄어 올해도 세수결손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삼성·하이닉스 법인세 0원 충격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제가 회복하는 ‘상저하고’를 전망했으나 결과적으로 하반기까지 경기가 좋지 않았다. 적자 기업이 늘면서 법인세수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컸다”며 “특히 법인세를 많이 내던 기업이 적자로 전환한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법인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익으로 11조5000억원 적자를, SK하이닉스는 4조7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각각 연간 법인세로 10조원과 5조원 이상을 내던 기업인데 0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영업적자 여파 내년에도 나타난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가 영향을 미치는 건 올해뿐이 아니다. 올해 삼성전자 등이 흑자 전환하더라도 내년 법인세를 덜 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낸 사업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수익이 7조9000억원 발생했다고 밝혔다. 투자 세액공제, 감가상각비 등을 통한 손금 등을 통해 법인세 감면을 받아야 했는데 영업손실로 감면받을 법인세가 없기 때문에 수익으로 잡은 것이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공제분 개념이다.
삼성전자가 이런 식으로 쌓은 이연법인세 자산 순액(자산-부채)은 전년보다 4.6배 늘어 9조9000원까지 불어났다. 향후 받을 수 있는 공제혜택인 '이연법인세 자산'에서 앞으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이연법인세 부채)를 뺀 게 순액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면 못 받고 쌓인 세제 혜택이 10조원에 달해 앞으로 법인세를 그만큼 덜 내도 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이연법인세 자산 순액 역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한국전력의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 순액이 10조8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 적자로 쌓인 이연법인세는 내년부터 수년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영업이익이 나더라도 지난해 못 받은 세액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가 세금을 아무리 깎아줘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 수준인 최저한세(17%)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법인세는 내야 한다. 이연법인세 효과가 1~2년에 걸쳐 바로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상 이연법인세는 세법상 액수와 차이가 있어 실제론 그 정도 수준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향후 몇 년간 법인세수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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