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폐렴백신 도입 한 달… 화이자 ‘프리베나13’ VS MSD ‘박스뉴반스’, 승자는?

신은진 기자 2024. 4. 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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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범위 넓은 박스뉴반스 선호도 우세… 프리베나20 도입 절차 변수
4월 1일부터 NIP를 통해 5세 미만 영아 및 12세 이하 폐렴구균 감염 고위험군은 박스뉴반스 또는 프리베나 13을 선택해 접종할 수 있다. /msd, 화이자 제공
"다들 13가 맞았던데, 새로 나온 15가는 어떤가요?"

4월 1일자로 어린이 국가예방접종(NIP)에 사용하는 폐렴구균백신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기면서,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선 심심찮게 주고받는 얘기다. 폐렴구균백신(PCV)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급성 중이염, 수막염 등 침습성 감염과 폐렴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 필수접종으로 분류된다.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이 NIP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폐렴구균 백신은 화이자 '프리베나13(PCV 13)'과 MSD '박스뉴반스(PCV 15)' 중 하나다. 둘 다 전세계적으로 검증된 백신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좋다는 걸 맞추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폐렴구균백신 선택지가 달라진 한 달, 전문가들은 어떤 백신을 더 추천할까?

◇예방범위는 '박스뉴반스' 유리, 실효성은 따져볼 일

소아청소년 전문가들은 대부분 예방 범위가 더 넓은 백신, 즉, '박스뉴반스'의 손을 들었다. 프리베나는 13개 폐렴구균을, 박스뉴반스는 15개 폐렴구균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기존 프리베나 백신의 13개 혈청형에 최근 전세계 주요 폐렴구균 질환을 유발하는 혈청형으로 지목되는 ‘22F’와 ‘33F’ 두 가지 혈청형을 추가한 게 박스뉴반스라서다.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 최용재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아무래도 예방 가능한 폐렴구균 혈청수가 많은 박스뉴반스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병원장은 "프리베나는 13개, 박스뉴반스는 15개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박스뉴반스가 더 경쟁력 있다"며 "선택 가능한 상황이라면 박스뉴반스다"고 했다.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윤경 교수(소아감염전문의)는 "폐렴구균 백신은 질환 특성상 예방범위가 넓을수록 더 좋은 제품이라 우선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HPV 백신과는 개념이 다르다"고 했다.

다만, 박스뉴반스에 추가된 폐렴구균 2가지(22F, 33F) 혈청형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경 교수는 "지역이나 시기 등에 따라 유행하는 폐렴구균은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해외에서만큼 22F, 33F의 유행 비중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3가 백신과 15가 백신을 단순 비교를 했을 때 '예방범위' 측면에서 15가 백신이 더 유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박스뉴반스에 추가된 폐렴구균 혈청형 22F, 33F은 주로 미국에서 유행하는 폐렴구균이다"며 "우리나라에선 22F, 33F로 인한 감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굳이 박스뉴반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마상혁 과장은 "접종 후 시간이 지나면 항체가는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며 "항체가의 범위가 넓다고 해도 실제 항체가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일이다"고 했다.

◇박스뉴반스 시장 확산세 빨라… '프리베나 20' 도입 관건

전문가들은 박스뉴반스에 추가된 폐렴구균 2종의 실효성을 차치하더라도, 소아폐렴구균 시장에선 박스뉴반스가 프리베나13의 자리를 빠르게 위협할 것이라 봤다. 현재 화이자 프리베나는 국내 폐렴구균 백신 시장에서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박스뉴반스 NIP 도입 이후 일선 의료 현장에선 박스뉴반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폐렴구균백신은 아무래도 예방범위가 넓은 제품이 더 낫다는 게 중론이다"며 "백신의 예방범위는 결국 기술력 문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좋은 약이 나왔는데 굳이 기존 약을 선택할 이유는 없다"며 "현장에서도 박스뉴반스를 지목해 접종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13가에서 15가로 교차접종도 가능하단 점을 고려하면, 프리베나13의 독주 체제는 머지않아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용재 병원장은 "박스뉴반스가 순차적으로 공급 중이라 아직 입고되지 않은 의료기관들도 많다"며 "입고가 이뤄지면 박스뉴반스를 선택하는 곳은 더 많아질 것이다"고 했다.

박스뉴반스의 프리베나13 추격전은 '프리베나 20'의 NIP 도입 시기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프리베나 20은 현재 유통 중인 폐렴구균 백신 중 예방범위가 가장 넓은 폐렴구균백신으로, 미국 등에선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프리베나20 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국화이자는 프리베나20국내 허가와 NIP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프리베나20의 NIP 도입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프리베나 20 NIP 도입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김윤경 교수는 "NIP는 국가예산을 활용해 국민에게 무료접종을 하는 것이기에 비용효과성을 따져야 한다"며 "국내 허가가 이뤄져봐야 알겠지만, 미국에서도 비싼 프리베나20을 화이자가 과연 우리나라 NIP에 들어올 수 있는 수준의 비용으로 제시할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마상혁 과장은 "프리베나20의 NIP도입은 비용효과의 문제뿐만 아니라 백신대치현상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을 통해 특정 혈청형에 항체가 생기면, 그 틈을 비집고 또 다른 균이 자리를 잡으면서 질병이 생기는 게 백신대치현상이다"며 "국내에서 유행하는 폐렴구균의 종류를 생각한다면 프리베나20의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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