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리딩뱅크' 등극…성장·수익성 다 잡았다

고정삼 2024. 4.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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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순익 9286억으로 1위
大·中企 대출 균형 성장
베트남 등 해외 사업 약진
선방한 부실 관리도 한몫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올해 '리딩뱅크' 자리 탈환의 신호탄을 쐈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으로 전체 이익 규모가 줄었지만, 기업대출 중심으로 외형이 확대됐고 일찌감치 글로벌 무대에서 터를 닦아 놓은 점도 이익 창출에 한몫했다. 건전성도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92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29억원) 소폭 줄었다. 이는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으로 2470억원 규모의 충당부채를 인식한 탓이다. 충당부채는 과거 사건으로 인해 향후 지출 가능성이 매우 큰 돈을 빚으로 잡은 것이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올해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두며 1위에 등극했다. 지난해 선두였던 하나은행은 올 1분기 순이익으로 8432억원을 올리며 신한은행의 뒤를 이었다. 이어 ▲우리은행(7897억원) ▲NH농협은행(4215억원) ▲KB국민은행(3895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3~5위 경쟁은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 충당부채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은 관련 충당부채로만 8620억원을 인식하면서 상당한 실적 타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위에서 올해 5위로 떨어졌다. 반면 ELS 판매량이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은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 기업대출 균형 성장…이익 체력 강화

신한은행은 충당부채뿐 아니라 근본적인 이익 체력이 강화돼 1위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신한은행이 올해 하나은행(1799억원)보다 ELS 관련 충당부채를 더 많이 인식하기도 했다.

경영 실적을 보면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이 견고한 증가 흐름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지난 1분기 이자이익은 2조18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1815억원)나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자마진(NIM)은 1.64%로 0.05%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하나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9688억원으로 1.6%(317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NIM도 1.68%에서 1.55%로 0.13%p 하락했다.

우선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부문에서 약진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의 균형 잡힌 성장이 돋보였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67조2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14조8136억원) 증가했다.

이중 대기업 대출이 33조4655억원으로 31.4%나 늘어나며 5대 은행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중소기업 대출도 133조5562억원으로 5.4% 늘었다.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에 집중해 마케팅을 강화한 점이 가시적 성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 베트남·일본 중심의 글로벌 사업 약진

글로벌 사업의 호실적도 한몫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베트남과 일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보다 남다른 이익 창출력을 과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이미 외국계 1위 은행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실제 신한은행이 올 1분기 글로벌 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21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3.2%나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지분투자 방식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이번 달 3일 인도 NBFC(Non-Banking Financial Company·비은행 금융회사) 시장 내 학자금대출 1위 기업 'HDFC(Credila)'에 지분투자(10%·1억8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글로벌 사업으로 오는 2030년까지 40% 이상의 이익 기여도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운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직접 진출뿐 아니라 지분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선제적 부실 관리…충당금 결정적 역할

아울러 신한은행이 '리딩뱅크'에 올라선 데는 충당금도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새로 쌓은 충당금 규모가 두 배가량 차이 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올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각각 418억원, 822억원이다. 두 은행의 올해 순이익 차이가 854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충당금 영향도 컸던 셈이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으며 부실도 잘 관리되고 있는 만큼, 올해 전입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한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누적 대손충당금 잔액은 1조8030억원으로 하나은행(1조7640억원)보다 많았다.

두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각각 8670억원, 815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이 실행한 대출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말한다.

신한은행이 수치상 더 많은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이 올해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부실채권을 정리한 점을 감안할 때, 두 은행은 비슷한 수준으로 부실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상·매각 규모는 3976억원으로 신한은행(2214억원)보다 1762억원이나 더 많았다.

이처럼 신한은행이 리스크 관리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점은 향후 자산 성장에 속도를 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기흥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이번 달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NIM이 0.02%p 상승했는데, 유동성 예금 증가와 정책성 고금리 적금 상품의 만기 도래로 마진이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소폭 하락하겠지만, 전반적 마진 관리는 잘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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