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라는 사이, '연애남매' 다섯 남매의 케미스트리

전혜진 2024. 4. 30. 00: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닮은 얼굴로 평생의 서사를 함께 쌓아온 사이. <연애남매> 의 다섯 남매를 만났습니다.

가족이라는 사랑의 이름 아래 존재하는 특별한 사이, 같은 배에서 태어난 남녀. 남매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붙이기엔 꽤 오글거린다고 여겨지지만, 이들은 분명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애정을 보내고 있는 ‘태어나길 한 팀’이죠. 닮은 얼굴로 평생의 서사를 함께 쌓아온 〈연애남매〉의 다섯 남매를 만났습니다. 때론 연인처럼, 때론 부모와 자식처럼, 때론 앙숙처럼 보이는 이 변화무쌍하고 재미난 관계 속에서 오롯이 존재하는 너와 나, 우리의 얼굴.

초아가 입은 블랙 롱 드레스는 Labeless. 이어링은 Roaju. 철현이 입은 롱 코트는 Alexander McQueen.
초아&철현 “우리는 지금 이대로 충분해요.”
두 사람 분위기가 참 닮았습니다. 철현 씨는 모델로서 누나와 함께하는 촬영은 어땠나요

철현깜짝 놀랐어요. 누나가 이런 메이크업을 한 건 처음 봤는데, 꽤 잘 어울려요. 초아 어렵진 않았어요. 평소 동생이랑 스킨십을 자주 하는 편인데, 긴장해서 평소 모습만큼 나오진 않았네요(웃음). 철현 만날 때마다 팔짱을 끼고 걷거든요. 특별히 어색하진 않았어요.

남매들이 한집에 모여 각자 연인을 찾아가는 특별한 컨셉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애남매〉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철현 어릴 때는 누나의 소중함을 지금만큼 몰랐던 것 같아요. 이 특별한 기회가 누나와의 삶에서 예쁜 추억이 될 것 같았죠. 섭외 제의를 받고 제작진의 전작인 〈환승연애〉를 찾아봤는데, 우리 남매를 예쁘게 그려줄 거란 확신도 들었어요. 우리 이야기가 소모적으로 혹은 자극적으로 비춰지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거든요. 초아초반에는 거절했어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은 물론, 내향적인 성향이라 출연 자체가 도전이었거든요.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것만 타인에게 골라 보여주는 세상에서 나는 그러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혈육의 ‘플러팅’을 눈앞에서 직관하는 일은 드문 경험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혈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초아 동생에게 ‘매형 판타지’가 있는지 몰랐어요! 크게 웃었죠. 철현 누나가 낯선 사람들, 특히 이성과 1:1 상황에서 강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습니다(웃음). 이건 정말 베스트 플레이어다! 걱정이 무색해지면서 저나 잘하자 싶었어요. 사실 혈육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잘 없잖아요. 누구에게든 누나가 말과 행동을 예쁘게 건네는 것 같아서 그 장점 또한 배우고 싶었어요.

방송 이후 주변 지인의 반응은

철현 친구들은 제 성향을 알기 때문에 누나와 사이가 좋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어요. 초아 가까운 친구들은 방송에 나온 얘기들을 더 묻지 않고 “날씨 좋은데 놀러 갈까?” 그러더군요. 고마웠죠.

우리 남매를 정의해 본다면

철현 각별한 사이. 서로 의지를 많이 해요. 방송에서는 ‘유일한 혈육’이라고 말했어요. 그 유일한 존재가 누나라 다행이죠. 초아 베스트 프렌드. 친구에게 철현이를 소개할 때 ‘동생’이라고 지칭하기보단 ‘그 친구’라고 말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서열이 생기듯 가족도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는데, 누나는 누나다워야 하고 동생은 동생다워야 한다는 역할에 갇히고 싶지 않았어요. 가족의 연으로 맺어졌을 뿐 동생의 이름이 없어지지 않길 바라니까.

초아는 7년간 병간호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철현의 강단이 큰 용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동생의 또다른 면이 보였을 것 같아요

초아맞아요. 저를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보다 많이 컸다는, 꽤 잘 자랐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철현 어머니가 암 투병할 때 누나와 교대로 간호했어요. 누나에게는 여러모로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그 모든 과정을 함께 겪었기에 엄마를 보내고 나서 누나가 더는 울산에 머물지 않길 바랐어요. 누나가 그곳에 혼자 있으면 숨 막혀 할 것 같았거든요.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단호한 순간이었을 거예요. 누나에게 무조건 더 나은 삶이 있을 거고, 자유가 있을 거라고 얘기했어요.

상경해서 한동안 두 사람은 함께 살았죠. 많이 싸웠나요

초아 그래서 얼마 못 살았어요(웃음). 철현이도 저도 개인적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집 안에서 동선이 겹치거나 생활 리듬이 맞지 않을 때는 서로 예민해지고 괜히 짜증 내게 되더군요. 철현이가 먼저 이사했어요.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두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면

철현일단 침묵하고, 오랜 시간 대화합니다. 누나와의 다툼은 대부분 환경적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침묵 속에서 곰곰이 상황을 생각하고, 깊게 대화하면 해결되곤 했어요. 밤새 얘기한 적도 있죠(웃음). 초아 예전에는 불만이 생기면 바로 부딪혔는데 이제 그렇게 해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거죠(웃음).

혈육에 대한 첫 기억은

초아 동생은 어릴 때 참 예쁘게 생겼었어요. 걷다 보면 사람들이 꼭 한마디했죠.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철현 저는 누나가 집에 든 도둑을 야구방망이로 쫓아냈을 때. 정말 강렬했습니다. 어릴 때라 자주 싸우다가도 위기상황이 닥치면 동생을 먼저 챙기는 카리스마라니.

어린 초아와 철현, 울산의 한 공원에서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초아동생은 용기를 주는 사람이에요. 동생은 주로 숲을 보고 저는 나무를 보거든요. 선택의 기로가 생기면 동생은 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어요. 고민을 나눌 때도 시야가 달라서 서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철현 저는 어릴 때 누나보다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힘든 일을 겪고 점점 더 누나와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 누나가 나를 오롯이 이해해 주는 존재이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느꼈어요. 지금은 정말 잘 맞는 ‘플레이어’죠. 친구도 됐다가 어떨 땐 제가 오빠도 됐다가. 초아 저는 가끔 기대고 싶을 때 장난으로 오빠라고 불러요(웃음). 오빠를 갖고 싶어도 앞으로도 계속 없을 거잖아요?

누나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요

철현 누구든 환경적 변화나 소모적인 시간에 대한 회의, 인간관계부터 시작해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자문하며 스스로 고립시킨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때 누나와 자주 만났고, 그러면서 많은 것을 잊고 살았다는 걸 느꼈어요. 예전에는 누나와 대화를 자주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접점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늘 함께 밥 먹고 함께 걸어 다녔지만, 누나라는 사람에 관해, 누나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세히 물어본 적 없더라고요. 누나가 제 얘기를 더 많이 들어줘서 그런 거였죠. 초아 제일 편한 존재. 어떤 말을 건네도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는지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가 살면서 얼마나 소중한가요.

여행도 자주 함께 다니잖아요. 사진을 보면 취향이 잘 맞는 사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초아〈연애남매〉 사전 질문에 관해 서로 얘기한 적 없었는데 둘 다 좋아하는 가수로 카를라 브루니를 꼽았더라고요. 평소 음악이나 영화,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라 꽤 놀랐어요. 어떤 사람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포인트가 같다는 점에서요.

〈연애남매〉로 철현에게는 ‘매형 헌터’라는 별명이 생겼죠

철현 주변에 형이 많다 보니 ‘형’이라는 존재 자체가 제게 주는 편안함이 있더라고요. 한동안 그걸 잊고 살다가 어느 순간 누나가 결혼한다면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라는 요소가 하나씩 늘어나더군요(웃음). 제게는 매형이라는 이름이 친한 형들에게 부르는 ‘형’이라는 호칭과 다르게 느껴져요. ‘매형, 밥 사주세요’ ‘매형, 술 사주세요’ 이런 단순하고 흔해 보이는 말의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진달지. 거기서 연상되는 따뜻한 감정이 커요. 초아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이 판타지를 꼭 이뤄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습니다(웃음).

서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철현 지금 누나는 이대로 충분해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삶이라지만, 지금처럼 좋아하는 요가도 열심히 하고 늘 건강했으면. 초아 스스로를 잘 돌봤으면 좋겠어요. 철현이는 한번 달리기 시작하면 힘든 줄 모르고 질주하거든요. 누가 브레이크를 걸어줄 때까지 말이죠. 숨을 고르게 쉬며 나아갔으면.

이 자리를 빌려 서로에게 애정 어린 한 마디를 해볼까요

철현 누나, 사랑해(웃음). 사랑한다는 표현을 꽤 자주 하는 편인데요. 돌이켜보면 원래 그랬던 게 아니라 어릴 때 했던 ‘우리는 표현을 많이 하면서 살자’라고 했던 까마득한 약속을 늘 지키려고 노력해 온 것 같아요. 초아 사랑한다는 말은 자주 하니까. 파이팅하십시오, 동생.

주연이 입은 블랙 드레스와 슈즈는 모두 Ferragamo. 용우가 입은 셔츠와 팬츠는 Valentino. 슈즈는 Valentino Garavani. 삭스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용우&주연 “오빠는 제 쉼터였어요.”
우리 남매를 정의해 본다면

주연 일단 닮아도 너무 닮았다는 것. 용우 나이 차이도 아홉 살이지만 그 정도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주연이가 성숙한 면이 있어서 그런 건지, 제가 더 어린 건지. 주연 본인을 올려치는 동시에 저를 내려치는 거죠? 용우 그럴 리가요.

〈연애남매〉에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용우 이성관계는 무조건 경험을 많이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동생이 어떻게 상대에게 접근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식으로 밀어붙이고 또 마음을 접는지 보고 싶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 공식적인 참관과 입회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거죠(웃음). 주연 처음 제안을 들었을 땐 ‘내가? 너랑?’ 이랬어요. 인터뷰 정도만 슬쩍 가보려 했는데 점점 제작진에게 빠져들었습니다.

방송을 보니 어땠나요

용우 그때는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나 말을 곱씹게 되잖아요. 스스로 몰랐던 걸 발견했어요. 주연엄마는 계속 돌려보세요. 요새 그것만 보면서 생활해요. 제대로 효도한 것 같아요. 용우 최대 수혜자죠(웃음).

주변 지인의 반응도 궁금해요. 특히 용우라는 판타지 같은 오빠를 둔 소감을 궁금해하는 분이 많습니다만

주연 어릴 때부터 오빠 자랑을 나서서 하고 다녔어요. 심지어 중학교 때 ‘나’에 관련된 걸 소개하는 수행평가에 오빠를 주제로 스무 장에 달하는 PPT를 발표했던 기억이 나요. 커가면서 낯간지러워 입을 다물었는데, 요즘 주변에서 부러워하니까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주연 고민거리가 생기면 바로 오빠에게 달려갔어요. 엄마보다 오빠를 더 찾았죠. 그러면 오빠는 제 고민이 별것 아니라는 듯 분위기를 환기시켜 줘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그러면서 조언이나 좋은 해결책도 제시해 주고. 용우 저는 운동도 좋아하고 전형적인 남자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온 터라 남자애들을 대하는 건 편하고 쉬운데, 여자애는 조금 다를 수 있잖아요. 같은 것을 겪어도 느끼는 게 다르니까. 그래서 주연이를 대하며 서로 다른 존재에게 다른 템포를 적용하는 법을 알아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어머니와 주연이 사이에서 교통 흐름을 잡아주는 완충재 역할도 했죠. 주연제가 오빠한테 상담하는 이유도 엄마는 MBTI에서 대문자 ‘T’스러운 답변만 해주시기 때문이에요(웃음).

어릴 적부터 장난기가 가득했던 9살 차이 남매.

혈육에 대한 첫 기억은

용우주연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학교 끝나자마자 산부인과로 향했어요. 그때 간호사님이 안아 들어 보여준 그 모습. 그리고 제가 똥 기저귀도 갈아줬는데 냄새가 최악이었던 것도 기억합니다. 주연방송에서도 말했듯 어릴 때는 집에 두 분의 ‘파이터’가 매일 싸움을 즐기셔서 그때마다 오빠 방에 갔어요. 오빠는 항상 공부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죠. 제가 가면 오빠는 〈어린 왕자〉를 읽어주거나 다른 말을 걸어줬어요. 어린 저는 그 공간에서 안정을 취했고요. 용우제 방에서라도 주연이에게 조용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주연은 용우를 ‘제2의 아빠’라고 했습니다. 그런 존재감이 가장 크게 느껴졌던 순간은

주연 늘 졸업식에 친구들과 와줬을 때도 그렇고, 항상 느끼죠. 아빠가 곁에 없다 보니 그 역할을 오빠가 많이 해줬어요. 가끔 좀 피곤하다는 생각도 하는데요(웃음). 이케아의 한 식당에 갔는데 카트 위에 쟁반을 놓고 그 위에 음식을 놓는 건 당연하잖아요. 앞사람들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주연, 이거 봐 봐” 이러면서 하나씩 보여주는 거예요. 어이가 없어서, 내가 그걸 모르겠냐고. 용우 심심해서 그러는 거예요.

아버지라는 역할을 맡았던 용우는 책임감에 짓눌린 적은 없었나요

용우제 미니어처 같지만, 동생은 제 소유가 아니고 독립적인 인격체니까. 제가 나서서 삶의 방향을 잡아주고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대신 고민이 생기거나 부탁하면 그런 걸 해결해 주는 존재이고 싶었죠. 아빠의 존재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마음의 짐도 무겁지 않았어요. 그저 제 울타리에서 좀 쉬게 해주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프로그램을 통해 혈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용우 늘 일단 겪어봐라, 도전해 보라고 말해 왔는데 제 생각보다 주연이가 소극적인 스타일이 아니었다는 것! 주연오빠가 사람들에게 잘 맞춰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누군가에게는 차분한 존재로,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존재로 다가갈 줄 아는 것 같았죠.

파일럿인 오빠가 평소에도 인기가 많았나요

주연제 친구들에게는 인기가 많았어요. 키도 크고 눈에 띄잖아요. 제가 굳이 그 마음을 전하지 않았지만, 본인은 그런 시선을 좀 즐긴 것 같은데요. 용우 주연이 졸업식에 갈 때는 친구 중에서도 정예 요원으로 군단을 꾸려서 갔습니다. 이왕 기 살려주는 건데 ‘베스트 스쿼드’로 가야죠.

주연은 혈육 소개서에서 ‘다시 태어나면 누나로 태어나 오빠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주연 오빠에게 고마운 마음은 ‘디폴트’예요. 늘 의지되는 존재였는데 오빠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었잖아요. 혼자 이겨내야 했던 순간이 많았을 텐데, 그때 제가 누나였다면 오빠에게 안식처가 돼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우 그 말은 너무 고맙지만, 별로 장려하지 않고요. 제가 그 시기를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배운 점도 많다고 생각해서 성장의 기회는 독차지하렵니다. 주연 내게도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은가? 용우 주지 않겠다.

주연이 누나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겠죠

용우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울 때가 많아서 그땐 누나 같죠.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고 예의 바르고. 물론 다 제게서 배운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누나가 돼주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가장 어른처럼 보였어요.

우리가 ‘남매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은

주연 둘 다 귀여운 걸 좋아해요. 오빠는 스누피를, 저는 쿼카를 좋아하거든요. 언젠가 집에 쿼카 달력을 사온 적 있는데, 오빠가 저보다 더 좋아하는 거예요. 매일 5분씩 쳐다봐요. 용우 몰랐는데, 제가 귀여운 것에 약해요.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두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면

주연 보통 제가 오빠한테 성질을 내는 편이고요. 오빠는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래서 싸움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 같고. 오빠가 분위기를 재미있게 환기시키며 늘 대화로 마무리해요. 용우저는 친구들과 안 싸워요. 감정이 올라왔을 때는 말의 토시 하나만 달라도 고깝게 들리잖아요. 이성이 돌아오면 부끄럽거든요. 저희 둘이 완벽하게 합쳐질 때는 엄마 놀릴 때. 주연 저보다 훨씬 타격감이 큽니다. 그땐 영혼의 한 팀이죠.

오늘 화보 촬영장에 어머니가 새벽부터 직접 구운 브라우니를 가져왔어요

용우 엄마가 자신 있는 요리가 세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예요. 스태프분들 간식거리를 좀 챙겨주고 싶다고 하셔서(웃음).

서로에게 사소하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주연 저는 오빠에게 고민이나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데 오빠는 그러지 않는 편이에요. 방송에서 오빠가 우는 걸 봤을 때도 좀 놀랐어요. 제 앞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거든요. 가족이니까 속에 담아두지 말고 좀 나누고, 웃음으로만 승화하기보다 감정을 온전히 표출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용우 주연이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전성기라는 게 있단다. 그러니 매일, 매 순간을 재밌게 지내라는 말이오!

이 자리를 빌려 서로에게 애정 어린 한 마디를 해볼까요

용우 주연이가 걱정이 좀 있는 편인데, 뭐든 맞닥뜨려보면 생각보다 별일 아닌 케이스라는 걸 지나면 알게 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일단 부딪혀봐라. 같이 고민해 줄 사람들이 옆에 항상 있으니까. 주연 오빠가 경험은 더 많을지라도 본인을 다루는 데 그렇게까지 능숙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본인을 더 어여삐 여기고 남 생각 한 번 할 때 본인을 두 번 생각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세승이 입은 셔츠는 Alexanderwang. 팬츠는 Claudie Pierlot. 슈즈는 Kristin.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형이 입은 셔츠와 팬츠는 모두 Loewe. 슈즈는 Ordinary People. 타이와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형 &세승 “우리 남매는 지구와 달 같아요.”
우리 남매를 정의해 본다면

세승‘겉바속촉’. 늘 티격태격하고 서로 ‘킹 받게’ 하지만 속에는 늘 서로 잘되길 응원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요. 재형 지구와 달 같은 존재. 너무 가깝거나 멀면 문제가 생기잖아요. 부모님은 태양이고, 그 태양계에서 우리는 지구와 달처럼 적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필요한 만큼 간섭하고 참견하고 힘이 돼줘요. 세승 나쁘지 않다.

시청자들은 ‘시트콤 남매’라 불러요. 입주 첫날 서로 처음 본 것처럼 연기한 장면이 〈연애남매〉 최고 명장면이죠

재형 제가 남매 하우스 첫 입주자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등장하며 환영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혼자인 거예요. 그러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길래 내 운명의 상대가 들어올 거라 기대하고 돌아봤는데, 동생이었죠. 그때 털썩 주저앉은 건 ‘찐’ 반응이었어요. 세승 어쩐지 제작진들이 둘만 있는 상황이 와도 절대 알은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거예요. ‘아, 이래서구나!’ 싶었죠. 오빠가 절 보자마자 혼이 나간 것 같길래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성함을 까먹었는데…”라고 메소드 연기를 펼쳤습니다. 재형 그 이후 정신을 다잡았죠.

평소 장난을 자주 치나요

재형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모르는 척해요. 세승 보통 제가 당하죠. 오빠는 창피함을 몰라서 웃긴 행동을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데 저만 창피해해요. 재형 어릴 때 ‘호박고구마’ 같은 콩트나 밈을 따라 했거든요. “음, 맛있다”라는 말만 나오면 둘 다 무조건반사로 (동시에) “마트 다녀오셨어요?”

〈연애남매〉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세승 혼자 출연한다면 고민했을 텐데 오빠와 함께 나가면 심적으로 안정도 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자체로 부모님께 선물이 아닐까 싶었고요. 다 큰 자식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노는 모습이 영상으로 영원히 남는 거니까. 재형 사전에 부모님과 함께 제작진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때 “자녀분들의 가장 아름답고 젊은 시기를 저희가 예쁘게 남겨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한 마디에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혈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재형 내 생각보다 더 강한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동생이 추위도 많이 타고 체력도 약한데 첫 촬영 날이 굉장히 추워서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감기 걸리고 넘어진 건 정작 저고, 동생은 그 상황을 제일 열심히 즐기더라고요. 저나 잘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세승 오빠가 자신의 연애관에서 저처럼 순수함과 진실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느꼈어요. 제게는 오빠가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존재인데 남에겐 다소 헐렁하고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장난꾸러기로 비쳐지더라고요. 그러다 오빠의 진짜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걸 보면서 ‘오빠가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깨닫게 됐어요.

백일 무렵 세승. 재형은 동생을 찐빵이라 생각했다.

재형은 세승을 ‘찜기에서 갓 꺼낸 하얀 찐빵’ 같다고 소개했죠. 세승이 재형을 사물에 비유해 본다면

세승 계란 프라이. 나른하게 퍼져 있는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요. 탱탱한 노른자처럼 샛노란 매력도 있죠. 상큼하다고 표현해 주고 싶지는 않지만(웃음)…. 재형 반숙 좋아합니다.

오빠에게 데이트 코칭을 해주는 모습도 익숙해 보였어요. 재형은 평소 동생의 조언을 잘 수용하는 편인가요

세승 여자의 시선이 필요할 때 무조건 수용해요. 재형 보통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인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이죠.

친구처럼 지내는 남매지만, 세승이 재형에게 ‘오빠미’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세승 오빠는 제 인생의 길잡이였어요. 인생의 방향성을 새로 다잡을 때나 삶에 장기 계획과 목표가 생기면 오빠에게 공유해요. 본인의 경험이나 시각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도움을 주거나 자극을 주거든요.

서로에게 건강한 남매관계네요

재형제가 그렇다고 다정하게 기대고, 공감해 주고 이런 건 또 잘 못하니까. 세승 MBTI로 치면 ‘T’식 위로죠. 근데 오빠의 그런 점이 저를 정신 차리게 해줄 때가 많아요.

방송 이후 주변 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재형 제 친구들은 저보다 세승이를 더 좋아하거든요.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동생 너무 귀엽더라, 예쁘더라” 그래요. 제 얘기는 없고요(웃음). 세승 제 친구들은 제 현실 반응을 보려고 오빠 잘생겼다는 말을 일부러 해요. “나는 재형 님이 최애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혈육에 대한 첫 기억은

재형 남매 소개서를 쓸 때 세승이 장점만 쭉 나열했는데, 좀 심심한 거예요. 서두는 ‘팍’ 질러야 된다고 생각해서 동생을 표현할 한 단어를 고민하다가 세승이가 갓 태어났을 때가 떠올랐어요. 포실포실하고 동글동글한데다가 하얗기까지 해서 꼭 찐빵 같았거든요. 양쪽에 팬 보조개가 찐빵의 굴곡 같기도 했고요. 세승 흐리지만 첫 기억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옆집 아주머니께 우리 남매를 부탁하셨을 때예요. 아주머니께서 동생은 당신이 돌볼 테니 오빠더러 나가서 놀라고 하셨는데, 오빠가 동생 지켜야 된다고 제 손을 딱 잡았대요. 그때는 굉장히 착하고 다정했나 봅니다.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세승보호막. 예전부터 부모님께서 “엄마 아빠가 없으면 오빠가 네 보호자”라고 하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그랬어요. 가끔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막도 돼주고, 특히 제가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게 잘 보호해 줘요. 재형 요즘 많이 느끼지만, 우린 같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공도 같고 유사한 직종에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데 앞으로도 한 팀으로 재미있게 살 것 같아요.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두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면

재형 어릴 땐 부모님께서 확실히 잘잘못을 따져주셨어요. 세승 “이번엔 네가 잘못했으니까 세승이가 먼저 사과해”라고 하시면 “미안해” 하면서 손 내미는 방식이었죠. 재형이제 싸우기에는 민망한 나이가 돼서 감정이 좀 상했다 싶으면 “야, 나와서 이거 먹어” 그러고 말죠. 따스한 카톡 같은 건 조금 힘듭니다. 세승 엄마를 통해 “쟤는 왜 안 나온대?”라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풀죠.

남매 하우스에 걸려온 부모님의 다정한 전화처럼 화목한 가족 분위기도 주목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성격은 부모님께 물려받았나요

재형 장난이나 애교가 어색하지 않고 당연한 분위기예요. 칭찬을 많이 받고 자라서인지 저도 사랑받는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세승 부모님께서 사랑을 많이 주신다는 건 항상 느껴요. “너는 뭘 해도 잘할 거야” “어딜 가든 사랑받을 거야” 이런 인식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한 부분이죠. 다들 이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서로에게 사소하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재형자주 만나려고요. 출연자 중 한 남매는 일부러 남매끼리 시간을 가진대요. 독립한 뒤로 부모님을 찾아뵙고 연락하는 건 자연스러운데 동생은 그저 ‘잘 살겠지’ 하고 마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멀어지겠더라고요. 지구와 달이 서로 중력을 통해 거리를 유지하듯 우리가 그 정도의 중력은 유지하며 살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세승 〈연애남매〉 촬영을 통해 되찾은 우리의 순수한 본질을 앞으로 최대한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실된 바람이라면 오빠가 소리 지르면서 노래 그만 불렀으면 좋겠다는 것. 귀에서 피가 나요.

이 자리를 빌려 서로에게 애정 어린 한 마디를 해볼까요

세승친오빠야. 사는 동안 많이 벌어! 재형 너무 좋다. 이건 세승이가 저를 정말 잘 파악하고 하는 말이에요. 저는 좀 더 진지하게 얘기해 볼게요.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네 편이니까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들 열심히, 많이 해보길. 응원한다.

정섭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Neu_In. 반지는 Roaju. 윤하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Marni. 브라운 이너 웨어 톱은 Courrèges.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하&정섭 “지금도 누나가 제일 예뻐.”
남매가 함께하는 화보 촬영은 어땠나요. 첼리스트인 윤하는 자주 카메라 앞에 서봤을 것 같은데

윤하그 경우와 완전 다르죠. 첼로를 들고 찍는 사진은 포즈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이런 ‘패션 화보’는 처음이라 떨리고 긴장한 것 같아요. 정섭 저는 화보 촬영이 아예 처음인데 재밌었습니다(웃음).

〈연애남매〉에서 서로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에 ‘유니콘 남매’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죠. 우리 남매를 정의해 본다면

정섭 ‘유니콘 남매’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보지만 현실에 잘 없는 남매라는 생각은 들어요. 윤하 우리처럼 서로 ‘멋지다’ ‘예쁘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남매는 많이 없지 않을까(웃음). 그래서 희소성 있는 남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소에도 남매 혹은 가족 사이에 표현을 아끼지 않는 편인가요

정섭 엄마가 표현을 잘하는 편이고, 아빠는 무뚝뚝해요. 그래도 속으론 엄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저는 누나가 초등학교에 저를 데려다주면 친구들에게 “저기 이쁜 애가 우리 누나야!” 하면서 자랑했던 기억이 나요. 윤하 정섭이는 고등학생 때까지도 “나는 누나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라고 얘기해 줬어요. 근데 대학생이 되니까 안 하더라고요. 조금 섭섭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서로 북돋워주는 말을 자주 주고받아요. 둘 다 나쁜 말하는 건 싫어해서요.

혈육에 대한 첫 기억은

윤하동글동글한 생명체가 집에 왔던 게 생생하게 기억나요. “어머, 얘가 내 동생?” 이랬죠. 귀여웠지만 그때 처음으로 제가 아닌 동생에게 관심이 가니까 질투도 약간 났죠. 정섭 어릴 때 누나가 절 업어준 적 있었는데, 제가 몸을 뒤로 확 젖혀버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떨어진 적 있어요. 윤하 뇌진탕 걸릴 뻔했죠. 정섭 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머리에서 피가 났나 보더라고요. 윤하피는 안 났어. 정섭 그래? 피났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그리고 저는 케첩을 싫어하는데 누나가 감자튀김을 꼭 케첩에 찍어서 줬어요. 제가 입을 꾹 닫고 고개를 저으면 “안 먹어? 그럼 누나가 먹고” 하면서 장난을 쳤죠. 그래도 누나가 항상 저를 챙겨주려고 했던 기억으로 가득해요.

어릴 적부터 누나의 첼로 연주를 듣고 자란 정섭.

공개된 어릴 적 영상을 보니 윤하는 그때부터 첼로를 켜고 있고, 정섭은 춤추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예체능 ‘끼’가 다분한 남매였던 것 같은데 음악을 한 어머니의 영향일까요

정섭 무조건 어머니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게 확실해요. 원래 지적 유전자는 모계로부터 받으니까요. 그리고 이 유전자가 예체능과도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하 직업병이야(웃음)?

윤하는 첼리스트가 됐는데, 정섭도 인공지능 연구원이 아닌 진로를 예체능 쪽으로 고민해 본 적 있는지

정섭 그렇진 않았어요. 윤하 정섭이는 모를 수 있지만, 원래 저보다 감수성도, 끼도 많아서 저 혼자 ‘지휘를 시켜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한 적 있어요. 오히려 제가 앉아서 공부하는 게 더 잘 맞고, 동생이 예술 관련 일을 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기도 해요.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윤하 제가 정섭이에겐 어쩌면 두 번째 엄마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요? 저를 잘 따라주고 좋아하는 게 느껴져서 고마웠죠. 정섭 누나는 제게 늘 든든한 조력자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언받고 싶을 때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혹은 연애 고민까지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는 존재가 소중했어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지만, 사회에서 지녀야 할 애티튜드 같은 노하우는 누나가 저보다 오래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항상 누나에게 배우려 했어요.

나이 차이가 커서 싸울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죠. 그럼에도 다툼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두 사람만의 방식이 있다면

정섭 누나가 항상 양보해 주고 챙겨줘서 애초에 싸울 일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윤하 늘 말다툼하는 정도였죠. 정섭이는 화가 나도 뭘 먹으면 다 풀려요. 정섭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 풀리죠. 아, 이렇게 다퉜지만 역시 누나가 나를 챙겨주려고 하는구나 싶어서. 그러다 밖에서 “밥 먹어!” 하면 “오케이!” 냉큼 나가는 거죠.

윤하는 오랜 유학생활로 20대 초반 가족과 떨어져 살았는데, 어떻게 동생과 서먹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나요

윤하저희는 소원해질 수 없는 가족관계인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 있어도 가족 단체 채팅방은 불이 나기 때문에 한 번도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 없어요. 매일 전화하고 소식을 전달해서 그냥 계속 옆에 있는 것 같았어요.

정섭은 어른이 된 누나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면

정섭 스무 살이 됐을 때보다 고등학생이 됐을 때 그 느낌이 크게 다가왔어요. 어릴 땐 고등학생이 더 커 보였죠. 가장 ‘왕’이잖아요. 윤하 제가 대학생이 되고 나선 동생이 엄청 놀렸죠. “누나는 대학생 됐는데 난 아직 학생이지롱!” 이런 식으로. 정섭그래 맞아, 그랬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혈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윤하정섭이가 이렇게 말을 잘하는지 몰랐어요. 저희 집 안 사람들이 말주변이 없는 편인데, 방송에서 MC 같은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고 좋아요. 저는 말 잘하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잖아요. 정섭 저는 누나가 이성에게 제대로 ‘플러팅’하는 걸 방송으로나 현실에서나 아직 못 봤는데. 윤하 안 보여줬죠. 정섭 방송에서도 누나는 집에서 봐오던 모습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방송 이후 주변 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정섭 저희 남매를 잘 아는 지인은 전혀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몰랐던 지인들은 정말 사이가 좋은지 물어보더라고요. 윤하 돈독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래도 보기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누나바라기 동생’이 있어서 뿌듯한 순간이 있다면

윤하 삶에서 완전 ‘치얼업’이 되죠. 이렇게 잘생기고 능력 좋은 동생이 저를 서포트해 주니까 든든해요.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할 뿐입니다.

정섭이 가진 다정함의 원천 또한 누나일까요

정섭 그건 누나 때문에 다정한 게 아니라 그냥 제가 타고난 것 같은데요(웃음). 윤하 제 생각도 그래요.

누나가 있는 동생은 누나의 영향으로 상대를 좀 더 이해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정섭에게 이런 부분을 조언해 준 적은 없는지

윤하 어릴 땐 부모님이 좀 저희 둘을 엄하게 키우셨어요. 제가 따로 정섭이에게 조언할 부분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싸우면 우리 둘 다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모님의 말씀을 따르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 남매 사이가 좋은 걸 수도 있고요.

서로 사소하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섭누나가 생각보다 되게 단순하거든요.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이걸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한다고?’ 할 때도 있는데, 좀 덜 단순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하 〈연애남매〉를 보면서 느낀 건데 정섭이는 자기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 정도는 해야 돼!’라는 생각이 강해 보여서 누나로서 이런 완벽주의 성향을 20% 정도 내려놓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정섭 직업 특성상 그런 부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윤하 물론 성공하려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 필요하지.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자존감을 깎아먹는 정도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려 서로에게 애정 어린 한 마디를 해볼까요

윤하 너를 항상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고 아껴, 누나가. 정섭 고마워. 다시 한 번 말할게. 누나가 제일 예뻐.

지원이 입은 재킷과 스커트는 모두 Courrèges. 핑크 슬리브리스 이너 웨어 톱은 Noirnine. 슈즈는 Charles & Kieth.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재가 입은 재킷과 셔츠, 팬츠, 타이는 모두 Valentino. 슈즈는 Stefan Cooke.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윤재&지원 “이토록 완벽한 술친구.”
우리 남매를 정의해 본다면

윤재소위 말하는 ‘현실 남매’ 그 자체예요. 지원 생각보다 현실에 따뜻한 남매가 많던데… 저희는 그냥 술친구죠(웃음). 술 제대로 마실 땐 친한 친구와 편하게 마시고 싶잖아요.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순간이니까. 그래서 각자 술 약속이 있더라도 집에 와서 같이 2차 해요. 윤재 에너지 소모가 필요 없는 최고의 술자리랄까.

누가 더 잘 마시나요

지원원래 오빠가 더 잘 마셨는데 요즘 꽤 시들시들해졌어요. 같이 마시면 각 두 병 정도? 예전에는 서로 필름이 끊길 때까지 같이 마시곤 했지만요. 윤재요즘에는 두 시간쯤 마시면 집에 가고 싶더라고요.

연년생 남매입니다. 자라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나요

윤재 제일 편한 존재. 지원 맞아요. 오빠는 지금도 제일 편한 사람.

〈연애남매〉에서 두 사람은 출연 남매 중 유일하게 서로 “야”라고 부르는 ‘K남매’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죠. 중반에 투입된 ‘메기’ 남매였기에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면

지원 그것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어요. 하루 이틀이라도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남매끼리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정말 따듯하거든요. 대부분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일 때 제가 들어가서 보살핌을 많이 받았어요. 윤재 저는 오히려 나중에 들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들어갔으면 더 어색해서 힘들었을 것 같아요(웃음).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원 제안을 받고 엄청 고민했어요. 근데 저희가 유학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세월이 길어서인지 함께 출연하는 것 자체가 부모님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더라고요. 오빠와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윤재 저는 제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나가도 될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지원 둘 다 입소 전까지 오락가락했어요. 하자고 했다가 다음날 아닌 것 같다고….

프로그램을 통해 혈육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지원사실 촬영 전에는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깊게 임하게 될 줄 몰랐어요. 너무 많은 것을 느낀 나머지 촬영 끝나고 오빠랑 소주 한잔하는데, 얘기하다가 같이 울었거든요. 그만큼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오빠의 새로운 면을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윤재 저는 지원이가 연애든 뭐든 워낙 알아서 잘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까 손이 꽤 많이 가던데요? 은근히 허점이 많구나 싶었습니다(웃음).

지원은 어릴 때부터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했고, 이후 윤재가 합류했죠. 타국에서 남매가 함께 생활하는 경험이란

윤재 생각해 보면 그때도 주로 술을 마셨어요. 낮에는 서로 바빠서 잘 못 봤고요. 술 한잔하면 노래방에 꼭 갔고요. 지원 서로 노래 부를 때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자기 곡만 열심히 골랐죠. 윤재 그래도 어릴 때보다 확실히 더 돈독해진 시간이었어요. 지원이가 먼저 살아봤으니까 오히려 거기서는 저를 이끌어줬던 것 같아요.

윤재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요식업을 운영 중입니다. 동생에게 요리를 해준 적도 있나요

지원 오빠가 요리는 잘해요. 특히 유학시절에 많이 해줬어요. 닭갈비나 깻잎 같은 반찬도 만들어줬고요. 윤재 특별히 동생을 위해 해준 건 아니고요. 저 먹으려고 만든 건데 네가 옆에 있었던 것뿐이란다.

남다른 패션 센스를 지닌 연년생들.

혈육에 대한 첫 기억은

윤재연년생이라 아주 어릴 때 기억은 잘 안 나요. 동생이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으니까,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연주하던 모습이 많이 떠오르죠. 지원 저는 오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에서 0점을 받은 거요. 엄마에게 혼날 생각 하면서 집으로 향하던 뒷모습이 잊히질 않아요(웃음). 윤재 항상 매는 제가 먼저 맞고, 지원이는 제 뒤에서 엄청 크게 울었어요. 그러면 본인은 엄마한테 덜 혼나니까.

연년생이라 자주 다투기도 했을 텐데요. 다툼을 해결하는 두 사람만의 방식은

지원 어릴 때는 어느 남매나 다 그렇듯 컴퓨터 게임 사용 시간을 두고 많이 싸웠죠. 우리는 싸우면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편이에요. 다시 얘기를 꺼내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식. 윤재한번 싸우고 나면 어느 순간부터 쟤가 왜 그랬는지 이해되니까, 다시 곱씹어보고 저도 잘한 게 없단 걸 깨달아요. 그렇게 물 흐르듯 넘어갔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더 자주 버럭하지만요.

연년생이기에 좋은 점도 있나요

윤재 누구 하나 앞서가지 않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좋습니다. 지원 마음속 이야기를 눈높이에서 진실되게 들어주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서로의 친구와 사귄 적 있었다고 밝힌 점이 흥미로웠습니다(웃음). 가능한 일인가요

윤재아마 이 문제에 관해 둘 다 생각이 비슷할 텐데, 연애라는 건 제3자의 말을 듣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잖아요. 누구를 만나든 간섭하지 않아요. 동생의 연애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혈육이 선택한 사람이고, 어련히 괜찮은 사람이니까 만났겠지 하는 믿음이 있어요. 지원서로 허튼짓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아니까. 이별만 제대로 해준다면 크게 상관없는 일이죠. 오빠는 지금도 제가 만났던 분과 연락해요. 저희는 너무 친하다 보니까 서로 친구를 소개시켜 줘도 상관없을 거예요. 그냥 서로의 친구가 안쓰러울 뿐(웃음).

일상에서 우리가 진짜 남매란 걸 실감했던 순간은

지원 바로 오늘 같은 날입니다. 사진을 찍거나 주목받는 걸 낯설어하거든요. 둘 다 칭찬 알레르기도 있어요. 윤재 누가 쳐다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셀카도 안 찍어요. 오늘 평생 찍을 사진 다 찍은 것 같네요.

각각 서울에서 엔터 업계에, 지역에서 요식 업계에 종사하며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두 사람입니다. 각자의 세계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조언을 주기도 하나요

윤재 일과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에요. 둘 다 성격상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예를 들어 오늘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걸 들어주는 정도일 뿐 뭐든 본인이 알아서 잘할 거란 믿음이 있어요. 지원 오빠는 워낙 전부터 요리도 잘했고, 본인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도비’의 험난한 일상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주기는 합니다. 본인 삶에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요!

서로가 내 혈육이라서 좋은 점은

윤재 지원이는 늘 솔직하고,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법이 없어요. 그건 장점이에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지원 제가 생각이 꽤 많은 편이라 자아성찰도 자주 하고, 지난 일에 대해서도 깊게 돌이켜보는 편인데요. 그 정도가 깊어지면 오빠가 한 번씩 ‘스톱’시켜 줄 때가 있어요. “됐어. 그만 생각해” 하며 제 생각을 정리해 줘요. 서로 사소하게나마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원주기적으로 용돈을 줬으면 좋겠어. 윤재 제가 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저러네요.

차를 선물하고 반찬을 만들어주는 오빠라. 보기보다 두 사람, 서로 많이 사랑하는 것 같은데요

윤재 하하. 지원 뭐, 사랑이란 것도 여러 종류가 있을 테니까요.

다시 태어나도 서로 남매 할 건가요

지원다음 생에는 오빠가 제 남동생이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괴롭히려고요. 윤재 제가 여자로, 지원이가 남자로. 성별을 바꿔봐도 좋겠네요.

이 자리를 빌려 서로에게 애정 어린 한 마디 해본다면

윤재 같이 사진 찍는 게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이 질문이 제일 힘든데요. 지원 제가 지금 그 말 하려고 했어요. 음, 앞으로도 서로 고민 있을 때 들어주면서 계속 술친구로 한잔하며 잘 지내시죠. 윤재 그래. 그냥 이대로만 잘 살자.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엘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