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개정·위헌 논란...“군 기강, 무형전력 약화 우려”

최경식,유경진 2024. 4. 29. 21: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거장 38> 군형법이 흔들린다
야당 우위 22대 국회 통과 우려
위헌심판 제청도 계속될 듯
실제 개정 땐 막대한 후폭풍 전망
한국교회 주요 교단 소속 성도들이 2017년 동성애 처벌 조항인 군형법 92조의6 폐지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강원도의 한 부대에선 제대를 일주일 앞둔 말년병장 A씨가 과자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는 제대를 기념해 부대원들이 A씨에게 한마디씩 하는 자리였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일순간 심각해졌다. 한 부대원이 취침 시 내무반 침상에서 A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한 부대원이 고백하니 너도 나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으나 군대 특유의 위계질서 하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저마다 속앓이만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군형법 개정·위헌 논란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2022년 ‘군형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군형법 상의 동성애 처벌조항인 제96조의6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조항은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사 등을 포함한 군인과 군무원, 군적을 가진 군의 학교의 학생, 생도와 사관후보생, 부사관 후보생, 소집돼 복무하고 있는 예비역과 보충역 및 전시근로역인 군인으로 규정된 사람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 의원은 “제96조의6은 폭력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2017년에도 같은당 김종대 의원이 이 같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 발의 외에 군형법을 흔드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지금껏 군형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네차례 이뤄졌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주도한 세력은 군형법 제92조의6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형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럴 때마다 헌법재판소가 제지를 했다. 헌재는 “제정취지, 개정연혁 등을 살펴보면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간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추행죄의 객체 또한 군인·군무원 등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불명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무형전력 약화 초래
21대 국회에선 군형법 개정안 통과가 불발됐지만 다가오는 22대 국회에선 재발의는 물론 통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교적 진보 성향을 갖고 있는 야권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만약 현행 군형법 조항이 개정되거나 폐기될 경우 심각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대 내 성추행이나 동성애가 급증해 군대 기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효성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대는 계급에 따라 상명하복의 수직적 위계질서체계가 확실한 곳이다.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적 행위가 이뤄지기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특수한 곳에서 최소한의 안전망인 군형법 억제력도 작용하지 않을 경우 군대 내 성추행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발생할 것이고 동성애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고착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군대 전력의 핵심인 무형전력 약화도 초래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군대에선 유형전력과 무형전력이 있다. 유형전력은 군사나 병장기 등 형태가 명확한 상태에서 실체와 가치가 존재하는 힘이다. 무형전력은 형태가 없는 상태에서 실체와 가치가 발휘되는 힘이다. 한마디로 정신 전력을 의미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군종장교는 “군사학에선 유형전력보다 무형전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유형전력은 더하기의 전력 강화를 불러오지만 무형전력은 곱하기의 전력 강화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억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성추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가 근무장소나 임무수행 중 아무렇지 않게 이뤄진다면 이는 무형전력을 기반으로 한 국군의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계, 군형법 향방 예의주시
교계는 군형법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련의 군형법 개정 및 위헌소송 움직임을 안보만이 아닌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문제로 규정해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교단들이 연합해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거나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다른 종단들과 연대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또 전국에 있는 군인교계와 군인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 및 홍보 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고석환 기하성 군선교위원장은 “철저하게 막아야 할 문제”라며 “22대 국회 등에서 우려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교계만이 아닌 모든 종단과 힘을 합쳐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유경진 기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