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는데 700일 걸렸다”…회담 후엔 “답답하고 아쉬워”
회담 끝난 뒤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먼저 “선거 운동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건강은 다 회복하셨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오늘 날이 아주 좋다”는 이 대표의 말에 윤 대통령이 “국민들이 (영수회담을) 고대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꺼냈다. A4용지 기준 10장 분량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후 15분간 이어졌다.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의료개혁, 민생회복지원금 등 주요 정치 현안이 언급됐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대통령실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윤석열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기자 및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께서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며 ‘독재화’를 말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언급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한 과도한 거부권 행사 등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자신의 총선 공약이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금개혁, 전세사기특별법 등 다양한 현안을 꺼냈다.
이 대표는 이번 회담의 모두발언 원고를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회동 구상에 집중했다고 한다.
회담은 약 2시간10분 동안 진행된 끝에 오후 4시14분쯤 마무리됐다. 차담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의제나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배석자로는 대통령실의 경우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이 대표는 회담이 직후 “답답하고 아쉬웠지만,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30분 국회 본청에서 영수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총평했다.
대통령실은 별도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생 경제와 의료 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했다며 “이 대표 역시 의료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의료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함께했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종종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술로 노후 준비’… 50대 몰린 국가기술자격 1위는
- 사비 털어 전장으로… 우크라 고령자 부대 ‘초원의 늑대들’
- “준표형, 대구FC 성적은 아세요?”… 축구팬, 홍 시장에 쓴소리
- ‘17초 정차’ 보복운전으로 사망사고…“징역 5년 무겁다” 상고
- 차기 대통령은 누구?… “저요” 번쩍 손 든 안철수
- “산채비빔밥 7천원이 이 정도?”… 지역축제 ‘훈훈’ 후기
- 하이브 사태 불똥…BTS, 사이비 연관설에 “법적대응”
- “경찰입니다” 안심시키고… 건물 8채 25억 전세사기
- 전여옥 “국힘, 민희진 ‘파이팅 스피릿’ 보고 배우길”
- “이게 태국 ‘하이쏘’의 삶”… 유튜버가 다녀온 대저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