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는데 700일 걸렸다”…회담 후엔 “답답하고 아쉬워”

박은주 2024. 4.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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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첫 영수회담서 15분간 모두발언
회담 끝난 뒤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먼저 “선거 운동하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건강은 다 회복하셨느냐”고 물었고,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하다. 감사하다”고 답했다. “오늘 날이 아주 좋다”는 이 대표의 말에 윤 대통령이 “국민들이 (영수회담을) 고대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미리 준비해 온 원고를 꺼냈다. A4용지 기준 10장 분량이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후 15분간 이어졌다.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 의료개혁, 민생회복지원금 등 주요 정치 현안이 언급됐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대통령실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윤석열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기자 및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께서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것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며 ‘독재화’를 말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언급하며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며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한 과도한 거부권 행사 등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며 자신의 총선 공약이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수용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는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면서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금개혁, 전세사기특별법 등 다양한 현안을 꺼냈다.

이 대표는 이번 회담의 모두발언 원고를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수회담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 머물며 회동 구상에 집중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정진석 비서실장, 이 대표, 윤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연합뉴스(대통령실 제공)

회담은 약 2시간10분 동안 진행된 끝에 오후 4시14분쯤 마무리됐다. 차담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의제나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대화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배석자로는 대통령실의 경우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자리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회담이 직후 “답답하고 아쉬웠지만, 소통에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30분 국회 본청에서 영수회담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전했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총평했다.

대통령실은 별도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민생 경제와 의료 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했다며 “이 대표 역시 의료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의료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민생이 가장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현안이라는 데도 인식을 함께했다”면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 종종 만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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