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억 들여 명품 주차타워 짓겠다는 전주시 … 적정성 논란

김용권 2024. 4. 2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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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800m 떨어진 만성지구 외곽에 추진
“주차난 덜한 곳에 왜 수많은 혈세 쏟나” 빈축
전주 만성지구 주차타워 예정지(빨간색 안). 이 일대의 3분의 2정도는 아직도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은 빈 땅이다. 전주시가 2년전 10억 7500여만원에 사들인 이 부지에 161억원을 투입해 지하1층, 지상 4층의 주차 타워를 짓기로 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가 172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법조타운이 있는 만성지구에 명품 주차타워를 짓기로 해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장소가 부적절하고 시급성이 떨어지는 곳에 왜 수많은 혈세를 쏟느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만성동 1346-1번지 1815㎡의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5단) 규모의 공영 주차타워를 2026년 말까지 지을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타워는 연면적 8109㎡, 224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크기로 지어진다. 건물식 주차장으로는 전북지역 최대 규모다. 시는 이 타워를 유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앞으로 들어갈 공사비는 모두 161억원이다. 이 가운데 30%는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지원한다. 앞서 시는 2022년 5월 이 부지를 전북개발공사로부터 10억 7500만여원에 매입했다.

전주지방법원에서 동쪽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건물 밀집지역의 골목길. 만성지구에서 주차난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5월2일 낮 현장 모습으로 차도 양 편에 차량들이 주차돼 교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일부 차량은 인도(왼쪽)에 까지 차량을 세워 사람들의 보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장소 적정하고 이유 타당한가?
전주시는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 이전 이후 대규모 공동주택과 대형 지식산업센터가 조성되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이 주차타워를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질적인 만성지구의 주차난이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지 주차 수요와 교통혼잡 상황을 제대로 분석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지는 만성지구에서 주차난이 그리 심하지 않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 일대의 3분의 2정도는 아직도 건축물이 들어서지 않은 빈 땅이다. 혹 완공된 건물에도 입주가 된 곳은 절반 가량에 그친다.

더욱이 이 부지는 전주지법이나 전주지검에서 800m∼1㎞쯤 떨어져 있다. 각 기관 방문객들이 20분쯤 걸어야 하는 이 주차장을 이용할지 의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취재에 나서자 “주차타워 인근에 스페이스온지식산업센터가 있는 데다, 향후 주변에 비슷한 규모의 3차, 4차 지식센터가 세워질 예정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도 있다”고 추가 설명했다.

그러나 지식산업센터는 개인 기업이 세운 건물인데다 추가 빌딩들이 세워지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어서 벌써부터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원시가 도통동에 세워 지난 2월 개방한 주차타워. 남원시 제공.


◇사업 시급하고 예산 적절한가?
사업의 시급성 부족과 예산 과다 문제도 빈축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효율성 보다는 미관만 앞세웠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모두 171억 7500만원이다. 주차 1면당 조성비는 7665만원에 이른다. 토지 매입비를 뺀 공사비로만 셈해도 1면당 7187만원이 들어간다. 3.3㎡당 건축비는 699만원이다.

이는 지난 2월 남원시가 도통동에 세운 주차타워와 크게 비교된다. 남원시는 시청에서 130m쯤 떨어진 기존 노상 주차장(2664㎡) 위에 3층(4단) 258면 규모의 주차 타워를 세웠다. 이에 대한 공사비는 국비 35억원과 시비 35억 등 모두 70억원이 들어갔다. 땅값을 뺀 1면당 조성 비용은 2713만원이다.

현재 전주 만성지구에는 6곳의 시 공영주차장이 운영되고 있다. 연내 3곳이 추가로 문을 연다.

하지만 5∼10층 빌딩이 밀집해 있고 법원에서 300m쯤 떨어진 유료 공영주차장도 평소 거의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휴지가 많은 데다 기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대형 주차장이 시급하느냐는 지적도 많다.

법조타운서 근무하는 회사원 서모 씨는 “법원 근처 주차난이 훨씬 심한 곳을 놔두고 외곽 지역에 대규모 주차 타워를 짓는 이유를 모르겠다. 공무원들이 현장을 제대로 둘러봤는지 의문이 든다”며 “만약에 세운다면 사무실과 상가가 밀집해 있는 법원 인근에 조성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선전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은 “주민들의 의견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전주 만성지구 주차타워 설계 공모 당선작. 전주시 제공.


◇전주시, 설계 당선작 발표 “랜드마크 기대”
전주시는 최근 이 주차타워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은 에스제이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제안한 ‘전주시 시화 개나리를 모티프로한 개화(開花)’ 작품이다. 시는 3면이 도로에 접한 면을 활용한 공간 배치를 제시한 점과 증축을 고려한 설계가 특징이고 차량과 보행인의 진출입 동선 배치 및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설계공모 당선작이 선정된 만큼 올 연말까지 설계를 완료한 뒤 공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당선작을 낸 건축사사무소에겐 향후 설계권이 부여된다. 설계비 예산은 5억3000만원으로 전해졌다.

앞서 시는 주차타워 조성을 위해 지난해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과 지방재정투자심사, 건축위원회 심의, 일상 감사, 원가심사 등의 행정절차를 마쳤다.

심규문 대중교통본부장은 “공영 주차타워가 향후 만성지구 내 주차환경 개선은 물론, 전주 북서부권 만성지구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조성사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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