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세상에서 마지막 시간까지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도와”

유경진 2024. 4. 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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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호스피스 입소였다.

김씨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호스피스에서 의료진과 봉사자의 헌신으로 남편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며 "의료진과 봉사자가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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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 1000만 시대 해피엔딩을 찾아서] <중> 호스피스, 평안한 죽음을 위해
말기 암 투병 중인 환자들이 경기도 용인 샘물 호스피스 병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제공


#1. 김미선(가명·49)씨는 이달 초 사랑하는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첫 뇌종양 판정을 받은 건 14년 전이었다. 남편은 7종 충돌사고를 당해 머리에 혹이 생겨 병원에서 CT를 찍었지만, 의사는 뇌종양 일종인 교모세포종 판정을 내렸다. 발견 당시 동전 50원 크기였던 종양은 7년 만에 500원 크기로 자라났고 35번의 방사선·항암 치료와 4번의 수술을 했다.

부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호스피스 입소였다. 수술 후유증으로 편마비와 언어장애를 겪던 남편은 입소 3일 만에 미음을 먹게 됐고, 5일 후에는 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다. 심한 두통도 기적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호스피스에서 마지막 10개월을 보냈다.

김씨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호스피스에서 의료진과 봉사자의 헌신으로 남편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며 “의료진과 봉사자가 진심으로 환자를 돌보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찬양사역자이기도 한 김씨는 남편이 떠난 후에도 매주 화요일마다 호스피스에서 찬양 인도를 한다. “가족과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면 절대 혼자 버티지 말고 호스피스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좋겠어요. 기독교도 호스피스 같은 시설에 보다 관심을 갖고 믿음 안에서 천국 가는 길을 배웅해주면 덜 외로울 것 같아요.”

#2. 이선희(가명·70)씨는 사랑하는 딸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2주 전 딸과 함께 호스피스에 입소했다. 자궁경부암으로 고통받는 딸을 마지막으로 받아준 곳이다. 2년 전 배가 아파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사는 단순 여성 질환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시 발견하지 못한 암세포는 1년 사이 임파선까지 전이됐다.

이씨는 “발견 당시 이미 말기였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다고 하더라”며 “딸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 받길 원하는 마음에 입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픈 딸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할 리 없었다. “차라리 항암을 받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괜히 더 고통스럽게 만든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질 뿐이에요.”

원주희 목사. 국민일보DB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나 치료할 수 없는 말기 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호스피스에서는 증상 완화를 위해 진단 검사와 생명 연장 치료를 대부분 생략한다.

샘물호스피스(원장 원주희 목사)는 기독교 기관으로서 1993년 11월에 세워져 2024년 3월 31일까지 1만4992명의 말기 환자가 거쳐 갔다. 그중 3996명이 임종 전 세례를 받았다. 이외에 자원봉사자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법적으로 안락사(조력자살)를 금지하지만, 연명치료 중단은 조건부로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환자들도 치료할 수 없거나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원주희 목사는 호스피스의 역할에 대해 “환자의 존엄성이 잘 유지되도록 전인적(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덜어주고,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라며 “기독교 중심의 호스피스 섬김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소망을 갖고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노년의 삶에 대한 준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 목사는 “죽음은 준비한다고 죽음이 재촉 되는 것도 아니고, 준비하지 않는다고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며 “죽음을 준비하며 살아갈 때 삶의 질이 높아지는 유익이 있다. 죽음을 준비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유언을 미리 남기는 것이다. 갑자기 죽음이 닥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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