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역사·안수 없는 강도사’, 공허한 예장합동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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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는 발언이나 질문할 시간도 주지 않았던 공청회였다.
이주연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 회장은 "교단의 고민은 알겠지만 동역사를 수용하기엔 온도 차가 너무 크다"면서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 공청회인데 질문도 못 하게 하고 위층으로 가라고 하는 걸 보며 누구를 위한 공청회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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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위층으로 가라” “질문도 안받아” 냉대
여성들에게는 발언이나 질문할 시간도 주지 않았던 공청회였다. 심지어 “여성들은 위층으로 이동해 달라”는 요구까지 있었다. 문전박대 당할 뻔했던 여성 사역자들은 실랑이 끝에 남성 목사들과 한 공간에 앉을 수 있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가 29일 대전남부교회에서 연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 공청회 현장에서다. 공청회는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T(TFT·위원장 류명렬 목사)가 오는 9월 열리는 예장합동 109회 정기총회를 앞두고 여성 사역자에 대한 교단 내부의 여러 견해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
예장합동 총회는 여성들에게 목사·장로 안수를 주지 않지만 오랜 세월 교단 신학대학원에 여성 신입생들 선발하면서 남성과 여성 졸업생 사이에 큰 차별이 있었다. 목사 양성 기관인 신학대학원에서 안수를 줄 수 없는 여성을 선발하면서 생긴 문제로 최근 들어 교단 여성 사역자를 중심으로 ‘안수’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목사 안수’가 요원한 일이라는 사실만 확인했다. 대신 ‘동역사’라는 새로운 호칭이 언급됐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 대신 동역사란 명칭을 부여하자는 제안은 TFT 내부에서 나왔다. 하나님이 하와를 아담의 ‘돕는 배필’이라고 부른 점과 바울이 브리스가와 아굴라를 ‘동역자’라고 호칭한 내용 등이 근거다.
‘동역사 제도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최윤영 예안교회 목사는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은 절실하기에 TFT는 고심 끝에 동역사라는 명칭과 지위를 제안한다”면서 “동역사에게 설교할 권리인 강도권과 전문성을 인정하며 처우를 남성 사역자인 목사에 준하도록 끌어 올리려는 진일보한 제안이다. 절대 꼼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유창형 칼빈대 교수는 “여성들에게 강도사 고시를 통해 강도권을 주자”면서 “강도사가 목사 안수로 가는 길이긴 하지만 ‘여성은 강도사 자격까지’ 등을 전제하고 융통성 있게 연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한편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이 여성 신입생을 선발하는 걸 꼬집는 발언도 나왔다.
송삼용 광신대 겸임교수는 “총회가 여성 사역자의 인권을 엄청나게 침해했다”면서 “목사 후보생이 될 수 없는 여성을 뽑아서 3년 동안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고는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교회 입장에서 볼 때 하나님과 한국사회, 총회 앞에서 해선 안 되는 일을 총신대와 총회가 했다. 반성하고 회개하라”고 촉구했다.
여성 사역자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주연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동문회 회장은 “교단의 고민은 알겠지만 동역사를 수용하기엔 온도 차가 너무 크다”면서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 공청회인데 질문도 못 하게 하고 위층으로 가라고 하는 걸 보며 누구를 위한 공청회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장합동 교회에 다니며 뜨거운 은혜와 목회에 대한 소명을 받고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한 우리가 결국 이렇게 되고만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저희 여성 사역자들은 묵묵히 우리 길을 걷겠다. 목사 안수가 궁극적 목적이지만 TFT가 이번 총회에 여성 강도사 허락을 꼭 관철시켜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전=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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