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인’ 찬탈 기획?”… “한국에 개인정보 맡길 수 없어”

이정헌 2024. 4. 2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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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00만명 이용 일본 ‘국민 메신저’
2021년, 2023년 개인정보 유출 의심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일본 사옥. 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라인야후’에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경영권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LINE)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점을 이유로 향후 한·일 관계의 ‘아픈 손가락’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의회에서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매각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등 정보 보안 등을 이유로 각국의 플랫폼 기업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27일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한국 측 지분 매각을 압박한 데 대해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네이버 측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51만여건이 유출된 사건이 발생한 ‘라인 야후’에 올해 들어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다. 총무성은 행정지도에서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한국 기업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위탁처로부터 상당 수준의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해 라인야후의 경영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무성은 자본 관계 재검토 요청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 내용이나 결과를 보고하지 않았고, 네이버 측과의 네트워크 완전 분리가 2년 정도 남아 정보 유출 위험이 해소되지 않은 것 등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은 2021년 시스템 개발을 위탁하고 있는 중국 회사가 라인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사실을 발견하고,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보고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버 공격으로 라인 이용자 정보 약 44만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됐다. 이후 지난달 유출 정보 건수가 약 51만건으로 높아졌다.

다만 지난해 일본 국내에선 개인정보가 100만건 이상 유출된 사건이 최소 여덟 차례였다는 점에서 라인 야후를 겨냥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라인 야후의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한 합작사 A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라인 야후는 네이버에 서비스 개발과 시스템 운용 업무 등을 일부 위탁하고 있다. 만약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주식을 추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독자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라인을 이용하는 일본인만 약 9600만명(2023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일본 자국 내에선 민감한 개인 정보를 한국이 관리하는 것은 ‘경제 안보’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일본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선 “일본을 적대시하는 한국에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를 맡길 수 없다” “한일 관계가 나빠졌을 때 라인의 서버 접속이 멈추면 어떻게 하나” “한국과 가까운 소프트뱅크도 전혀 신용할 수 없다” “자국민 개인정보를 해외자본이 쥐고 있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이 관찰된다. 이 밖에도 일본 내 극우 인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세력이 라인에 네이버 지분이 들어있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의 한 누리꾼은 야후 재팬 내 한 게시물에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일본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경영권 탈취를 계획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라인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일본인은 거의 알몸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각국에선 자국 내 해외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을 통제하려는 규제 물결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실상 자국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외 자본을 불신하는 일본 국내 일각에서도 네이버의 라인 대신 일본 기업 ‘라쿠텐’이 인수한 모바일 메신저 ‘바이버’(Viber)를 이용하자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대외적으로는 데이터 보안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기저에는 해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누르고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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