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실 속 교회, “맞벌이부부의 기댈 언덕 돼라”

장창일 2024. 4.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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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시즌2]전국으로 확산하는 ‘마을 같은 교회’
순천순복음·주향·가락제일·대구칠곡교회 비전스쿨도 눈길
당진동일교회 VCA비전스쿨 아이들이 지난 23일 수업 전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 등장하는 여러 이웃의 친분은 때로는 가족보다 돈독해 보인다. 한 골목에 사는 이웃의 자녀들이 이웃에 기대 함께 자라는 게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전통이기 때문이다. 과거 마을은 서로에게 기댈 언덕과도 같았다.

하지만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단절과 해체 문화가 정다운 마을을 대신하고 있다. 자녀를 낳으면 양육은 오직 한 가정의 책임이자 의무가 된 것도 현실이다. 마을의 기능이 살아 있을 때와 비교하면 양육 부담이 몇배나 더 커진 셈이다.

마을이 돼 준 든든한 교회
저출산 극복의 상징과도 같아진 충남 당진동일교회(이수훈 목사)의 여러 노하우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VCA(Visionary Christian Academy) 비전 스쿨’이다. 아이들이 하교하면 문을 여는 비전스쿨은 맞벌이 부모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마을 공동체’다.

지난 23일 찾은 교회에서도 미취학아동을 위한 ‘살렘어린이집’ 원아들과 수업을 마친 뒤 비전스쿨에 온 초등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오랜 시간 농축된 노하우로 완성된다.

무엇보다 비전스쿨은 ‘6년의 힘’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교회 김소연 간사는 “교회가 방과 후 학교인 비전스쿨을 통해 단순히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신앙 인성 교육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초등학교 6년 동안 비전스쿨에서는 어른과의 관계, 또래와의 우정, 선·후배 관계를 몸으로 배우는데 이건 하교한 뒤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도는 아이들이 영원히 배울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관계를 6년 동안 반복해 체득한다는 건 한 사람의 긴 인생 중 굉장히 중요한 과정으로 비전스쿨이 필요한 근본적 이유”라고 했다.

실제 비전스쿨에서 조별활동을 위한 그룹을 만들 때 늘 1학년부터 6학년 학생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한다. 또래를 넘어 상하 관계를 경험하게 하려는 취지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은 ‘놀수(노는 수요일)’에 빛을 발한다. 수요일마다 비전스쿨 아이들은 하루 종일 놀이에 참여한다. 이때 다양한 학년이 섞여 ‘협력하며 노는 법’을 배운다. 체격부터 다르다보니 뭘 하고 놀지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과제지만 아이들이 늘 방법을 찾아낸다고 했다.

김 간사는 “언젠가 단체줄넘기를 하는데 저학년 아이들이 계속 줄에 걸려 놀이가 진행되지 않자 고학년들이 아이들을 업고 뛰었던 일이 있었다”면서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걸 아이들이 생각해 내는 걸 보고 대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당진동일교회 비전스쿨 어린이들이 영어 페스티벌에 참여해 찬양하며 율동하는 모습. 당진동일교회 제공

아이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운다. 학원처럼 ‘진도를 빼는’ 교육은 아니다. 한 곡이라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3·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주회도 연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두 차례 연주회에 참여하는 셈이다. 연주회는 일생 무대에 설 기회를 갖기 힘든 평범한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시작했다.

식사 예절 교육도 철저하다. 매일 간식과 식사를 한 차례씩 제공하는 비전스쿨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음식을 받아 자리로 돌아와야 함께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 전에는 성경구절을 암송하고 돌아가며 대표기도를 한다. 이수훈 목사는 “이런 식사 예절 교육을 6년 동안 받은 아이들의 인성은 뭐가 달라도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교회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동시에 복음 안에서 좋은 인성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마을 같은 교회, 확산한다
이 목사는 “4000개가 넘는 교회가 교회에 다녀 갔지만 우리 프로그램을 실제 적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비전스쿨 프로그램을 도입한 교회들이 늘고 있고 이들 교회의 보람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순천순복음교회 VCA비전스쿨 학생들이 지난해 열린 비전운동회에서 경기에 참여한 모습. 교회 홈페이지 캡처

강원도 순복음춘천교회(이수형) VCA비전스쿨이 대표적이다.

영성과 인성, 지성을 겸비한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된 이 교회 비전스쿨은 “예수는 그 지혜와 그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는 누가복음 2장 51절을 주제 성구로 예수님 성품 닮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교회는 비전스쿨을 통해 성품 교육을 중심으로 영어와 수학, 컴퓨터 코딩, 피아노·바이올린, 공동체 놀이, 환경 지킴이 활동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 주향교회(이병철 목사)도 인근 워킹맘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마을 같은 교회다. 돌봄교실에서도 모두 떨어져 학원으로 돌려야 하는 아이들을 맡아주는 곳이 바로 주향교회의 ‘다니엘 비전스쿨’이다. 교회는 수업을 마친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저녁 6시까지 돌봐준다.

서울 가락제일교회(차용범 목사)의 방과 후 학교와 대구칠곡교회(우성민 목사) 토요비전스쿨 등도 모두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요람과 같은 공간이다.

당진=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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