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90% 돌파

최다희 2024. 4. 2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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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가율 90.8%…낙찰률도 47%로↑
강남권에 수요 몰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층별 실거래가와 동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거래관리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시민들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년 8개월 만에 90%를 돌파했다. 지난달 아파트값 상승세가 법원 경매 열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29일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진행된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85.9%)보다 5% 포인트가량 상승한 90.8%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건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이다.

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를 뜻하는 낙찰률도 지난달 34.9%보다 크게 오른 47.1%를 기록했다. 2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같은 경매 지표는 통상 집값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주요 경매 지표가 오름세로 전환하는 건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매 시장 참여자들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길 원하는데, 입찰 경쟁률이 높아지고 낙찰가격이 시세에 근접할수록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작동한다.

실제로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전월보다 6포인트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 폭은 지난해 6월 8포인트 오른 후 10개월 만에 최대였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아파트 거래량이 늘자, 경매 시장 지표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로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28일 기준 4060건으로 2021년 8월(4065건)에 육박한 상태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 지역의 경매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일 현재 289건으로 300건을 넘어선 지난해 1월 수준으로 경매 물건이 증가했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이달에는 강남권의 아파트 경매도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집값 상승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초고가나 강남권 등 인기 단지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 7계에서 입찰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7㎡는 첫 입찰에서 감정가(78억5000만원)의 119.35%인 93억6900만999원에 낙찰됐다. 이는 낙찰 금액으로 가장 높았던 201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의 83억7508만원 기록을 깬 역대 최고가다.

한편 경매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관측됐다. 강북 등 비강남 지역의 경매 아파트는 1∼2회 이상 유찰된 상태에서 저가 낙찰되거나, 비교적 낮은 낙찰가율을 보였다. 도봉구 방학동 극동 아파트 전용 85㎡,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60㎡는 낙찰가율이 각각 72%, 69.8%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의 상승 거래가 늘면서 법원 경매도 인기 단지 위주로 투자수요가 꾸준히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최근 경매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대법원 경매정보통계에 따르면 3월 전국 아파트 경매 신청 건수는 1만93건으로 1월(1만619건)에 이어 또다시 1만건을 넘었다. 3월 통계로는 2013년 3월(1만281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경매 물건이 급증하면 응찰자가 분산되고 낙찰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금리 수준에 따라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늘면 경매 시장 분위기도 다시 차갑게 식을 수 있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경매 신청이 많다는 것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그만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최근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값이 다시 하락하면 경매 수요도 감소하는 만큼 고가 낙찰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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